시대상과 산물로서의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展
시대상과 산물로서의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5.01.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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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6~3.16, 롯데뮤지엄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세계가 주목하는 주얼리 컬렉터, 카즈미 아리카와(Kazumi Arikawa)의 컬렉션 208점을 세계 최초로 현대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가 열렸다. 전시롯데뮤지엄은 오는 3월 16일(일)까지 《The Art of Jewellery :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을 개최한다.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의 스테파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1858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의 스테파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1858

아리카와가 수집한 주얼리의 역사

알비온 아트의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주얼리 컬렉터 카즈미 아리카와는 지난 40여 년 동안 동·서양을 아우르는 500여점의 주얼리를 수집해왔다. 그는 4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보석 컬렉션들을 꾸준히 수집했고, 고대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500여 개의 걸작을 모았다. 

아리카와는 “근대미술 역사에서는 주얼리라는 최상의 예술을 그저 사치스러운 공예라 치부해 그 진가에 대해 논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대의 시선은 주얼리를 바라보는 시각에 전환을 가져왔다”라며, “이번 전시는 후대의 아름다움과 지혜까지 내다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The Art of Jewellery》 전시 전경
▲《The Art of Jewellery》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유럽 역사의 시대상과 산물로서의 주얼리를 재조명한다. 역사 속에서 주얼리는 신성한 성물(聖物) 이자, 정치적 수단, 부의 상징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전시는 크게 9개 섹션으로 나누어 각각 주얼리 역사의 중요한 측면을 조명한다.  ▲ 고대, 중세, 르네상스 ▲ 예카테리나 2세와 17-18세기 유럽의 주얼리 ▲ 19세기 나폴레옹과 빅토리아 시대의 주얼리 ▲ 아르누보(Art Nouveau) ▲ 벨 에포크(Belle Époque) ▲ 아르데코(Art Deco) ▲ 반지 ▲ 티아라 ▲ 십자가 총 9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기원전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시대별 주얼리 20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9개의 전시실을 통해 주얼리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각 시대의 정치, 경제, 종교, 문화가 교차하는 시대상과 다채로운 예술의 화풍을 읽어낼 수 있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초상화 음각이 새겨진 펜던트, 18세기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초상화 음각이 새겨진 펜던트, 18세기

화려한 티아라부터 성스러운 십자가까지

이번 전시에서는 주얼리 예술사를 발전시킨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러시아 제국의 황제 예카테리나 2세(1729-1796)의 주얼리 컬렉션 9점이 특별 공개된다. “사람들이 나를 볼 때 황제임을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주얼리는 제국의 권위를 드러내는 정치적 도구였다. 당시 1만 점에 달했던 그녀의 주얼리 컬렉션은 신하들에 대한 하사품으로도 활용되며 왕권 강화에 기여했으나, 현재는 대부분 소실되어 희귀한 유산으로만 남아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31점의 티아라를 한자리에 모은 티아라 섹션이다. 고대에 왕족과 신성한 권위를 상징하던 티아라는 시간이 흐르며 성공과 지위, 부를 대변하는 장신구가 되었다. 티아라 섹션은 나폴레옹 1세의 초상화가 새겨진 카메오로 시작한다.

▲메멘토 모리 기멜 반지, 16~17세기
▲메멘토 모리 기멜 반지, 16~17세기

바사노 공작에게 하사된 이 카메오는 전시의 대표작이다. 티아라의 호화로움은 '뷔르템베르크 왕국의 파뤼르'에서 절정을 이룬다. 100여 개가 넘는 천연 핑크 토파즈와 다이아몬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 작품은 보석의 희귀성을 고려할 때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벨 에포크 시대를 대표하는 티아라 7점도 함께 선보인다. 유럽의 여유와 낭만이 깃든 벨 에포크의 미감이 녹아든 이 티아라들은 착용자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까르띠에, 쇼메, 부쉐론 등 럭셔리 주얼리 메종의 앤티크 티아라들은 예술성을 자랑하며, 특히 1883년 알렉시스 대공이 제작하고 유제니 황후가 소장했던 부쉐론의 공작 깃털 티아라는 정교한 세공 기술과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명품이다. 

▲그리스도와 전도사의 십자가, 유물함, 16세기
▲그리스도와 전도사의 십자가, 유물함, 16세기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작품은 예수가 죽음을 맞이한 성 십자가(True Cross) 의 나뭇 조각이 담긴 발레리오 벨리의 <CROSS>다. 

‘보석 조각의 라파엘로’라 불렸던 르네상스의 거장 발레리오 벨리는 단 3점의 십자가를 남겼다.  그의 십자가 중 한 점은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Victoria & Albert Museum)에, 한 점은 바티칸 사크로 박물관(Museo Sacro of the Vatican Museums)에 소장되어 있으며, 나머지 한 점이 이번 전시에서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종교의 성스러움과 예술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보석 십자가는 르네상스 미학의 정수와 깊은 신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십자가와 받침대 사이의 작은 십자가에 그리스도의 성 십자가가 담겨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Kuma Kengo)가 전시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아울러, 쿠마 켄고는 보석의 결정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프레임과 반사를 활용한 두 점의 작품을 선보여 입구 로비와 휴식 공간의 천장에 행잉 오브제를 배치했다. 

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은 롯데뮤지엄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