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문체부의 ‘문화비전 2035’ 발표 서두르지 마라
[김승국의 광장문화]문체부의 ‘문화비전 2035’ 발표 서두르지 마라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 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5.03.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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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 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 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중차대한 정책일수록 당사자 협의와 여론 수렴이라는 과정 중요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향후 10년간의 문화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담은 정책안 ‘문화비전 2035’를 3월 초 발표한다고 한다. 발표에 앞서 국립예술단체들을 포함한 문화예술계 반발이 심상치 않다. 반발의 요지는 계획안의 당사자들과 충분한 협의와 여론 수렴도 거치지 않고 탄핵 시국의 혼란기를 틈타 졸속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지역소멸과 저출생·고령화, 기후위기 등 사회문제와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 대전환으로 사회,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의 변화가 예고되는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앞으로 10년간의 정책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문화정책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 이러한 정책 계획안을 수립하였다고 한다.

계획안에는 ‘문화의 힘, 문화로 여는 미래’라는 비전하에 창의적 개인, 역동적 경제, 지속 가능한 사회, 번영하는 세계를 목표로 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①창의적 개인·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문화 역량 강화, ②역동 경제를 이끄는 문화산업 생태계 혁신, ③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문화적 해법 모색, ④세계와 함께 문화로 번영하는 대한민국 등 4대 방향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정책적 큰 그림으로는 방향은 맞다.

국정 혼란기 틈타 밀어붙인다는 의심 떨굴 수 없어 

그러나 ‘문화비전 2035’에 어떠한 구체안이 담겨 있기에 문화예술계의 반발이 거셀까? 문체부는 3월 초 발표 예정인 ‘문화비전 2035’에서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5개 단체의 통합 사무처를 5월까지 신설해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국립예술단체의 분원을 지역에 설치한다는 것이다.

문체부가 국립예술단체들의 자율성은 보장하면서 통합 사무처를 통해 행정업무 일원화와 경영의 효율성 강화를 꾀하겠다고 했지만, 당사자인 국립예술단체들은 그간 충분한 협의 과정도 없었으며 행정적 효율성만 중시하고 각 단체의 장르적 특성과 예산 및 운영 방식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졸속 통합추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립예술단체들은 문체부의 계획안이 단체들의 독립성과 창작 환경을 심각하게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예술적 자율성의 축소와 창작 자유의 제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간 문화예술 격차를 줄이려면 국립예술단체가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서울 예술의전당 안에 있는 서울예술단을 광주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상주단체로 이전시킬 계획이며, 극단·무용단·연희단·오케스트라 등 4개의 국립 청년예술단체를 주요 거점 지역에 설립하고 국립 예술단체들의 지사·분원도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체부의 이런 계획에 당사자인 서울예술단 단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시·도립예술단들과 지역 예술단체들은 국립예술단체들이 지역에 오게 되면 지역 예술단체들이 고사하게 될 것이며, 문체부가 진정 지역 문화생태계를 건강하게 해줄 생각이 있다면 국립예술단체 지역 이전과 같은 물리적 지원보다는 지역에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해주는 것이 옳은 방향일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탄핵정국 마무리되고, 국정안정 후 발표해도 늦지 않아

게다가 최근 추진 중인 9개월째 공석인 고위공무원단 가등급(차관보)에 해당하며 국악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이해와 철학이 요구되는 자리인 국립국악원장 공모에 문체부가 탄핵으로 혼란한 틈을 타서 ‘알박기’ 인사를 하기 위해 하는 국립국악원의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료 출신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국악계에 파다하여 국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문체부의 개혁안에는 국립국악원 당사자들과의 협의도 없이 연구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다는 점이 포함되어 있어 반발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러한 문체부의 ‘문화비전 2035’ 추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해 정책 수립을 위하여 TF 팀을 구성하였다고는 하나 문체부 입맛에 맞는 전문가로 구성되었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으며, 11월 28일 공개토론회를 거쳤다고는 하나 당시 기본 방향 제시만 있었지 구체적 방안 제시는 없었다는 점이다.

문체부가 왜 하필 대통령 탄핵 재판으로 나라가 어지러울 때, 당사자들과의 협의와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문체부가 이러한 중차대한 정책 발표를 서두르는 것인가? 혹시 어떠한 저의가 깔린 것은 아닌가? 문체부는 서두르지 마라.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국정이 안정된 후에 충분한 연구와 여론 수렴을 거쳐 '문화비전 2035'를 발표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은 발표 시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