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신경숙ㆍ 창비 옹호' 위한 물타기 토론회 안돼”
“한국작가회의 '신경숙ㆍ 창비 옹호' 위한 물타기 토론회 안돼”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06.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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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전 민족작가회의 사무국장, 작가회의가 나서서 '신경숙 표절' 단호히 짚고 '문단 표절' 해결해야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씨가 제기한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논란이 일파만파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 작가가 의도했던 문학계의 ‘양심회복’을 위한 자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진보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가 오는 23일 신경숙 표절과 관련한 문학계의 자성과 반성을 위한 ‘신경숙 표절사태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갖기로 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돌연 작가회의는 토론회 제목에서 ‘신경숙’이란 이름을 슬그머니 빼고 문학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문화연대’를 끌어들여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의 한계>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갖는다고 언론에 공지한 포스터.(좌). 최근 팝업은 내려지고 공지게시판에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한계>라는 제목으로 바뀐 토론회 공지문(우,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캡쳐)이 올라가 있다.

일부 문인들이 작가회의가 신경숙과 우리나라 최대 출판권력인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을 옹호하기 위해 표절문제의 일반화로 물타기 하려는 것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현재 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이라할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을 지낸 이승철 시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작가회의의 어정쩡한 태도를 비판하고 작가회의가 이번 신경숙 표절사태로 촉발된 한국문단의 ‘표절’척결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시인은 "작가회의가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표절 작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  <표절문학 백서발간>, <표절작가 진상규명 청문회 개최>, <표절작가 명단공개 및 문단 퇴출> 등의 방안을  한국문학이 표절문학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문학의 내일이 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최근 신경숙의 표절시비 논란은 이응준 씨가 지난 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에서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촉발됐다. 신 씨의 소설집 '오래전 집을 떠날 때'(1996)에 실린 단편소설 '전설'과 미시마의 단편 ‘우국’(1983)을 비교하며 독자들의 판단에 맡겼다.

이후 신경숙씨의 표절부정과 출판사인 창비의 신경숙 옹호 입장을 접한 독자들과 문인들은 연일 비판을 쏟아냈다. 신경숙의 표절은 ‘엄마를 부탁해’ ‘딸기밭’ 등 그간 출판한 책들 곳곳에서 표절시비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이승철 시인이 한국작가회의가 ‘표절문학과의 전쟁을 선포’할 것을 주문하며 올린 글이다.

한국작가회의는 표절문학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오는 23일, 화요일 홍대앞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신경숙 표절사태에 대해 긴급 토론회를 갖는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나는 여러가지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표절문제에 대한 이 토론회를 작가회의 단독 주최로 개최하지 못하고 느닷없이 문화연대라는 조직을 끌어들인 사유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사안의 중차대함과 행사일시의 촉박함에 비추어 작가회의가 홈피에 팝업창을 띄우고 회원 각자에게 이메일로 행사 개최의 취지를 알리는 작업 등을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홈피 공지사항에 행사 안내 고지문만을 달랑 실었을 뿐이다.

그리고 토론회 제목도 언론보도 당시엔 <신경숙 작가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한계>에서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한계>로 애매모호하게 그 초점을 흐리는 제목으로 변경했다.

한국문단에서 표절문제가 전국민적 관심으로 이슈화된 것은 분명 신경숙 표절사태 때문에 그리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표절작가 신경숙>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이 행사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행사명에 <신경숙>이라는 이름 석자를 지운 것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문인들은 작가회의가 창비와 공모하여 신경숙의 표절문제를 희석화하고, 신경숙 표절문학을 범문단적 표절사태로 일반화 시켜 결국 표절작가 신경숙을 보호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차원으로 이 행사를 개최한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창비가 17일자의 표절이 아니다는 강경입장 후에 여론의 압력으로 18일에 강일우 사장이 "표절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독자들에게 사과표명할 당시 그가 표절에 대한 공론화 발언이 있자마자 한국작가회의가 이를 재빨리 되받아 19일 오후에 이 긴급토론회 행사를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한국작가회의가 시급한 문학적 현안과 이슈를 선점하여 그 정체성을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경숙 작품을 표절이라고 확언하여 인정치 않고 있는 창비의 주장과 태도에 작가회의 집행부가 여전히 공동인식을 갖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특히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사무총장은 신경숙 표절사태 발생시 창비와 신경숙의 최초 입장표명에 전폭적으로 동조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서의 중립성, 객관성을 상실한 채 창비라는 특정 출판사와 표절작가 신경숙의 입장에 가일층 힘을 보태주는 중대 실언을 했고, 이후 신경숙의 표절이 여러 증거와 비평가들의 평문적 증언으로 확고부동한 사실로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우영 총장이 자기발언에 대해 반성과 사과가 없었기에 작가회의 문인들은 그의 태도에 지금도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작가회의가 문인대중과 독자 여론에 밀려 마지 못해서 이 토론회를 개최하려는게 아니냐, 특정 출판권력의 물타기 의도에 동조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작가행정의 실무적 총괄책임자로서 사회정의와 한국문학의 위엄과 자존을 구현해야 할 막중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영 총장 등 작가회의 집행부는 이번 신경숙 표절사태 초기에 공정성을 상실하고 특정 출판사의 상업적 입장에 동조하여 신망을 저버리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와 함께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작가회의 집행부가 신경숙 표절사태에 대해 평균적 작가인식에도 미치지 못하고 특정출판사의 논리에 뒷북을 쳐주는 편향적 발언으로 문인대중과 독자대중의 신뢰를 크게 저버렸고, 그 결과 조직의 위상과 명예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이번 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주최할 신경숙 표절사태 토론회에 이시영 이사장, 정우영 총장 등 현 집행부가 더이상 불신을 초래하지 않도록 공정하고도 현명한 처신을 해야 옳다.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작가회의가 특정출판사의 하부조직 같은 행태를 불식하고, 회원 절대다수의 명예와 권익에 헌신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함을 나는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요구한다.

만약 우리가 신경숙 표절사태에 대해 뼈를 깎는 자성으로 문제해결의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때 독자대중의 분노와 외면으로 한국문학이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게 분명하고, 그동안 사회정의와 표현의 자유 실현으로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적 문인단체로 자리매김된 한국작가회의 조직의 위상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즉, 신경숙 표절문제 해결은 어찌보면 한국문학의 사활이 걸린 일이기도 하다.

한국작가회의는 이제 표절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추문과 불명예에 휩싸인 오늘의 한국문학을 구출해내야 한다.

신경숙 표절사태로 드러난 한국소설의 미학적 식민성과 작가들의 정신적, 도덕적 타락을 일신하기 위하여 한국작가회의는 즉각 표절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표절 작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 특위를 가동하여 <표절문학 백서발간>, <표절작가 진상규명 청문회 개최>, <표절작가 명단공개 및 문단 퇴출> 등의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특단의 고강도 대책을 통해 한국문학이 표절문학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문학의 내일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