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현장과 현상 사이] 2024 국악공연 베스트 10
[윤중강의 현장과 현상 사이] 2024 국악공연 베스트 10
  • 윤중강 평론가/연출가
  • 승인 2024.12.1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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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연출가
▲윤중강 평론가/연출가

한 해 동안 국악공연은 다양했다. 그러함에도 2024년을 대표하는 열을 선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다음의 열 가지가 축제와 공연으로서 확실한 가치가 있다. 앞으로 국악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게 분명하다.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 세계양금축제, 명인산조의밤 

제2회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10. 15~ 26.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를 첫 번째로 꼽는다. M시어터는 국악관현악의 연주장소로 작은 건 분명하나, 이 장소가 갖는 의미는 크다. 세종문화회관이 개관(1978년)하고 당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 국악연주회가 가장 많았던 곳이다.

내년은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60주년이자, 대한민국국악관현악단 60년의 뜻깊은 해다. 대한민국국악관현악축제는 2년차를 맞으면서, 전국 악단의 음악적 수준을 상향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제17회 세계양금축제 in 서울 (11. 3 ~ 8. 국립국악원 예악당, 강북문화회관)를 두 번째로 꼽겠다. 지난 20세기 후반, 국악이 대학교육에 수용되면서 여러 악기가 발달했지만, 양금은 그렇지 못했다. 양금은 전공자가 없는 비주류 악기의 하나일뿐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양금에 대한 관심이 점증되었고, 세계의 양금 계통의 악기가 서울에서 축제를 열었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 양금음악의 다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조음악을 기품 넘치게 연주한 공연 중에서 하나를 꼽는다면 ‘명인산조의 밤, 그 빛깔 그대로’(11. 5~6.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 이태백(아쟁명인, 목원대교수)을 예술감독으로 해서 6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류경화명인의 철현금산조를 포함해서, 중견 명인을 중심으로 한 5인의 산조앙상블이 어느 해보다도 완성도가 높았다. 

일무일악, 100인의 치세지음, 상가에서의 하룻밤 

서울돈화문국악당 기획의 ‘일무일악’은 지금까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연포맷. 한 사람의 춤꾼과 한 사람의 악사라는 오직 2인을 통해서 ‘최소인원의 최대효과’를 보여주었다. 악무(樂舞)의 상생이란 이것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무대로, 국악계와 무용계에 끼친 반향이 크다.

궁중음악의 연주에서 피리란 악기를 빼고 생각할 순 없다. 올해 궁중음악축전의 ‘100의 치세지음’(5. 4. 경복궁 근정전)에선 가야금, 해금, 대금의 세 악기만으로 연주했다. 정악, 산조, 창작곡을 두루 아우르면서, 궁에서 듣기에 가장 좋은 국악이 45분으로 압축되어 화제가 되었다. 

상가에서의 하룻밤(주최 예술숲)은 진도 상장례문화(喪葬禮文化)을 공연으로 만들었고, 2022년에 초연한 후 올해가 두 번째(11. 30. 한국문화의집 KOUS) 마지막 만가 부분에서 여러 관객이 눈물을 흘렸다. 한 해의 끝자리에서 유명을 달리한 사람을 기리는 공연으로 정례화되길 바란다. 

동희스님, 조영숙, 이희문, 임도경 

‘천상의 소리와 작법’ (10.29~30. 서울남산국악당)은 공연의 테두리를 넘어선 공연이었다. ‘비구니 첫 최고 어산어장’ 동희스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6년 만에 이뤄진 이 공연의 격조는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드라마 <정년이>를 통해서 여성국극의 관심이 높았다. ‘조 도깨비 영숙’(7. 26~27.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는 여성국극 대표작 <선화공주>를 국극 산증인 조영숙 명인이 1인 5역을 중심으로 펼친 무대였다. 한 해동안 화제성으로는 최고였으며, 앞으로 여성국극 또는 남성국극이란 장르가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국악공연의 파격 내지 일탈을 얘기한다면,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 쏭폼스토리즈Ⅱ 강남무지개’ (5. 30 ~ 6. 2.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이희문. 자신의 스토리를 내세운 ‘강남 오아시스’에 이은 두 번째 공연으로 이희문의 지난 삶과 예술을 솔직히 드러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이희문이 곧 장르’가 될 가능성도 보였다.

올해도 개인 발표가 매우 많았으나, 그 중에서 임도경 독주회를 꼽겠다. 임도경은 올해 KBS국악대경연에서 오직 한 사람만을 꼽는 전체 대상을 받았다. ‘화천월지(花天月地) - 이지영류 가야금산조’(1. 27.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선 임도경은 젊은 세대에도 산조를 이렇게 깊게 이해하는 연주가가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한민국 피아노에 임윤찬이 있다면, 대한민국 가야금엔 임도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