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전통의 메밀국수 전문점 ‘미진’
메밀국수. 후텁지근한 여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별미다. 그래서 찾아갔다. 1954년부터 수십 년을 한결같은 맛으로 종로 피맛골을 지켰던 광화문 교보문고 뒤 55년 전통의 ‘미진’ 메밀국수 전문점.

그 긴 세월을 재개발로 인해 뒤로하고 뒷편 르미에르 빌딩 1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식사시간, 특히 점심시간에는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가할 것 같은 4시쯤 갔지만 소문답게 2층까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진’의 쫄깃한 메밀국수 면발은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에서 매일 직송해 오는 메밀과 밀가루를 같은 비율로 반죽하는 것이 비법. 면도 중요하지만 메밀국수의 핵심은 ‘쯔유’라는 육수의 맛이 좌우한다.
멸치ㆍ다랑어ㆍ김ㆍ다시마ㆍ파뿌리ㆍ마늘 등 16가지가 넘는 재료를 1시간 이상 달인 후 간장ㆍ소금ㆍ설탕 등으로 간해 한 번 더 끓인 육수는 지나치게 짜지도 않고,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고 은근하면서도 입에 착 감긴다.
달짝지근하면서 구수해 그냥 먹어도 맛있는 육수를 주전자 채로 턱하니 내어 놓는 인심에 또 한 번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일일이 갈아서 주는 무와 파, 김, 그리고 알싸한 맛을 더해주는 고추냉이까지…

윤기 흐르는 맛깔스런 메밀 면이 자그마치 두 판. 무즙과 파를 듬뿍 넣어서 살짝 고추냉이를 더한 시원한 육수에 메밀 면을 퐁당 빠뜨려 한 젓가락 후루룩~ 코끝이 찡해오며 알싸한 눈물이 핑 돈다. 이 환상적인 맛을 6천 원이면 맛볼 수 있다니 자주 찾지 않을 수 없다.
냉(冷) 메밀과 함께 세트메뉴처럼 주문하는 메밀전병도 안 먹고 나오면 서운하다. 야들야들 구수하고 담백한 메밀전병에 김치와 두부, 고기 등 갖가지 재료들로 속이 꽉 차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메밀전병을 하나둘 집어먹다보면 어느새 하나만 남은 메밀전병을 앞에 두고 동행들 사이에선 묘한 경쟁심이 생긴다.

해장용으로도 많이 찾는 묵밥은 따뜻한 국물에 신 김치로 간하고 한 숟가락 들면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쓰린 속을 달래는 데 그만이다.
원래 메밀 함량이 높을수록 묵이 힘없이 흩어지지만 ‘미진’의 묵은 탱탱하고 쫀득쫀득~. 혹시 전분을 넣어 탱탱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매일 묵을 채에 걸러 직접 만든다고. 그걸 본 손님들은 묵을 따로 팔라고 주문하기도 한단다.
메밀국수로 유명한 메밀전문점 ‘미진’이지만 냉·온 메밀을 비롯해 메밀전병ㆍ묵밥ㆍ낙지볶음ㆍ보쌈 등 16가지 메뉴가 모두 인기를 끌고 있다. 5천 원부터 1만 원 정도의 부담 없는 가격도 마음에 든다. (미진02-730-6198)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