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이사장 선거·운영 계획 오리무중...“흔들리는 한국미술협회”
[Hot Issue] 이사장 선거·운영 계획 오리무중...“흔들리는 한국미술협회”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5.03.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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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력 잃은 상태, 자멸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제26대 이사장 예비 후보 4인, 문제점 및 대안 제시
“잘못된 관행을 끊을 바람직한 리더 선출 절실해”
지부장 중심의 대의원 간선제로 변경해야
현재 국가기관 지원 전무한 상태
이사 후보자 75%이 60대 이상...젊은 작가들 발길 끊어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지난해 2월, 2021년 1월 16일에 실시된 제25대 한국미술협회(이하 미협) 이사장 및 임원 선거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해당 선거의 당선자 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양성모 후보와 허필호 후보는 법원에 임시 이사 선임을 요청한 상태이며,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미협은 현재 집행부의 부재로 모든 업무가 마비되어 차기 이사장 및 집행부 선출을 주관할 주체마저도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신임지부장 인준불가, 각종 사업보류 등 업무마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개최된 제25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 무효 판결 기자회견 단체사진
▲지난해 2월 개최된 제25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 무효 판결 기자회견 단체사진

제25대 이사장 선거 무효 판결...운영 마비된 상태

소송을 제기한 원고 양성모(25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후보)와 허필호(25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후보)은 선거 과정에서 선거 관리의 불투명성, 총회 정족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의 운영 방식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선거방식에 대한 변경 및 일정 조정을 위한 총회 개최에 개의정족수 미달과 의결권을 위임한 것처럼 회의록에 기재된 784명은 사전에 서면으로 위임장을 제출한 바 없으며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위임한 인원을 포함하더라도 그 총원이 505명밖에 되지 않아 정족수 미달로 결의는 무효라는 것이다. 또한 대의원 현원은 1392명이며, 한국미술협회 정관에 의하면 총회개의정족수는 재적대의원의 과반수 697명 이상이지만 현장 총회 참석자는 41명으로 총회 성립이 이뤄질 수 없음을 지적했다.

그 결과 법원은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으나 선거절차에 있어 협회의 정관 규정에 위배되는 점이 있음을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4일 조해섭 변호사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의해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직무대행자로 선임됐다. 

조 변호사는 지난 11월 4일 취임인사 게시글을 통해 “판결은 부도덕성을 수긍할 수 있는 행위 (예컨대, 금품 살포, 위력 행사, 허위사실 유포 등)가 있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선거절차에 있어 한국미협 정관의 규정에 위배되는 점이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며, “회원 여러분은 위에서 언급한 제1, 2심의 선거무효 판결에 대하여 막연히 그 원인을 추측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관에는 이사의 정원을 61명으로 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난 20여 년 동안 역대 이사장단이 이사의 지명을 남발하여 현재 이사의 직위를 가지는 사람이 1,394명에 이른다. 또한 정관에는 총회의 대의원은 각 지회, 지부에서 선출된 사람이 포함되고, 선출된 지회장, 지부장이 대의원을 대신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지회장, 지부장 등이 대의원의 지위를 갖지 못하고 있다”라며 “오랜 세월 동안 한국미협이 정관의 규정과는 다르게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것은, 역대 집행부의 무신경과 무모함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해섭 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직무대행자의 '이사장 직무대행 취임인사 및 부탁의 말씀' 중 발췌.
▲조해섭 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직무대행자의 〈이사장 직무대행 취임인사 및 부탁의 말씀〉 중 발췌.

조 변호사는 이사 및 대의원의 인원수와 지위를 정관에 부합하게 정상화하고, 2025년 3월 하순에 협회의 제26대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선거를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본지가 협회 측에 문의한 결과 조 변호사는 현재 사임한 상태이며, 예정대로라면 이달에 실시되어야 할 이사장 선거 계획 및 차후 운영 계획이 전무한 상태라고 밝혀왔다. 

협회 소속 작가 A씨는 이러한 사태를 두고 “(소송 및 무효 판결은)1962년 발족 이후 초유의 사태다. 이러한 내부의 분규는 협회의 권위 실추로 이어지고, 결국 피해는 회원들에게 돌아간다.”라며, “미술대전 심사의 공정성과 더불어 이러한 사건들로 협회는 투명하지 못한 이미지로 굳어져 불신으로 인해 정부 기관들과의 관계도 단절되다시피 했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현재 미술대전 역시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지역의 지회장과 지부회장들이 교체되어 중앙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내부 행정이 마비된 상태라 지회·지부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미술인들의 손실이다”라고 성토했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제26대 이사장 선거에 출마 예정이었던 후보 4인(황재성, 이병구, 허필호, 양성모)에게 미협의 현 상황과 해결 방안을 물었다. 허필호 후보는 “선거 준비로 바쁘고 법원이 처리할 문제”며, “알리고자 하는 공약은 따로 없다”라고 말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양성모 후보
▲양성모 후보

양성모 후보, “현재 미협은 환란의 시기”

미협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양성모 후보는 “심각한 환란의 시기”라며, “집행부는 명확한 운영 방향이나 계획이 없고, 사무처는 회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하면서 협회의 내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함을 강조했다. 

양 후보는 그 원인으로 지금까지 협회가 ‘관행’을 이유로 정관과 규정을 미준수해오던 사실과 함께 그동안 이사회 및 총회의 결정사항이 회원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식 홈페이지조차 주요 의사결정을 공지하지 않았으며, 회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일방적인 운영 방식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협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묻는 질문에 양 후보는 “‘원칙의 준수, 소통의 확대, 신뢰의 회복’을 약속하고자 한다”라며, 정관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은 개정 후 적용, 월 1회 협회 소식을 PDF로 제작 및 배포, 사무처를 서비스 센터로 개편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병국 후보
▲이병국 후보

이병국 후보, “미협의 존폐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

이병국 후보는 현 상황을 “오랜 역사의 미협이 존폐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며, “지난 25대 이사장 선거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고소, 고발로 야기된 혼란이 미협의 운영에 큰 차질을 가져왔고 결국 법원의 선거무효 최종판결로 집행부 부재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선량한 회원들의 피해를 막고 새롭게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도록 빠른 정상화를 위한 심도있는 논의와 새집행부의 빠른 구성이 절실하다”라고 읍소했다. 

이 후보는 “미술인들의 어려운 창작여건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정부지원과 비영리단체로서의 특별한 자구책을 찾기 어렵다보니 여러 행사의 추진에 필요한 예산의 무리한 확보에 일부 집행부의 사사로운 욕심까지 작용해 작금의 상황에 처했다고 본다”라며, “행정력과 정치적 역량, 소신과 뚝심으로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끊고 미협의 운영을 담대하게 추진해나갈 바람직한 리더의 선출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사장 선출과 집행부 선출에 드는 막대한 비용 역시 지적하며 “정관개정을 통해 어마어마한 비용이 수반되는 직선제를 탈피하고 전국의 각 지부를 대표하는 지부장 중심의 대의원 간선제로 변경해야 한다”라며, 의사결정 및 운영 효율화 및 지부장 역할 확대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기존의 미술대전 운영 방식을 변경하고 각 지회 및 지부에서 시행하는 공모전과의 연계 방안을 모색할 것과 대외 신뢰도를 제고해 정부 지원과 기업체의 후원을 확대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황제성 후보
▲황재성 후보

황재성 후보 “현재 미협은 무주공산…국가 지원 전무한 상태”

황재성 후보는 “현재 미협은 무주공산(無主空山)과 같은 상태”라며, “미협의 규모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단체도 지원을 받는데, 그동안의 내부 혼란으로 국가 지원금이 끊긴 상황”임을 지적했다. 

특히 미술대전의 경우 “시대를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그간의 잡음들로 인해 부정적인 시선이 맞물려 존폐 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라며, “투명성에 중점을 두고 개선해나가야 할 점이 많다. 미술 생태계를 개선해야 작가들도 살아난다”라고 말했다.

또한, 미술대전의 경우 심사위원 대부분이 협회 내부의 작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평론가나 학예사 등 외부 기관 출신 심사위원들로 절반 이상 구성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후보는 미협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기관 등 외부 지원금 확보, 투명한 협회 운영, 외부 기관과의 연대 강화 및 연합 행사 기획, 근대미술관 건립 추진 등을 통한 구상 미술의 위상 제고 등이다. 변질된 협회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깨끗한 운영을 추진해 지원을 확보하고, 외부 기관과의 연대를 통해 작가들을 지원하는 통로를 확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또한, 현대미술에 비해 비교적 축소된 근대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고여버린’ 문제들...쇄신 필요한 시점

과거부터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는 과열되고 혼탁한 양상을 보여 왔다. 후보 진영의 접대는 물론, 투표권 행사를 위한 회비 대납도 은밀하게 이루어져 왔다.

2007년에는 선거 과정에서 후보 지지자들을 전세버스로 동원하고, 과도한 선거 비용이 지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열된 선거 분위기는 미술대전 등의 부정과 비리로 이어지는 배경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협회 소속 작가 B씨는 “선거에 과도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점점 더 과열되고 떨어진 쪽은 앙심을 품게 되는 등의 문제가 오래 지속됐다. 선거비용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한다”라며, “코로나 사태가 지속될 당시에는 이사장 선거를 비대면 온라인 투표로 진행했는데, 이 때 선거 비용이 꽤 줄었다고 한다.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 등의 기술을 이용하면 공정한 선거 제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미협의 구조는 자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자정력을 잃은지도 오래됐고, 개혁도 되지 않으며 소수의 몇몇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으로 변모했다. 젊은 작가나 의식 있는 작가들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24대 한국미술협회 이광수 이사장 (후보) 정책대토론회
▲24대 한국미술협회 이광수 이사장 (후보) 정책대토론회

실제로 조해섭 변호사가 지난 11월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새로이 천거된 이사 후보자 60인 중 40대 연령층은 1명 뿐이고 60대 이상의 연령층은 75%에 이른다. 협회의 구조나 내부 분위기가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않으며 젊은 작가들의 유입이 적고 정체되는 것 역시 미술대전이 과거의 위상을 잃고 고루한 인식을 갖게 된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1949년부터 이어진 국전에 기반을 두고 1982년 그 후신으로 맥을 이어온 미술대전이 그동안 각종 비리 의혹으로 과거의 위상을 잃고, 한국미술협회 역시 내부의 분규와 혼란으로 미술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흐름을 불러오는 커녕 미술계의 혼란과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협회 소속작가 A씨는 “협회의 주인은 회원들이고, 미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미술인 복지 정책을 잘 펼치는 것이 관건이다”라며, “이제는 멈출 때가 됐다. 누가 (이사장이) 되던 간에, 서로 양보하고 힘을 합쳐 새로운 출발을 맞이해야할 때다. 당장 차기 선거가 원만한 합의 속에서 이루어져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정부기관과의 관계 개선이나 정책 등은 차기의 과제가 아닐까”라고 밝혔다.

협회의 문제는 비단 미술협회만이 아니다, 국악협회도 이사장 선출과 관련해 소송전이 아직 진행중이고, 무용협회 또한 물밑에서 선거 관련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꾸준한 관심으로 협회의 예산사용과 일처리의 투명성이 담보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중론이다.

고인 물은 반드시 썩게 되는 법이며, 구르지 않는 돌에는 이끼가 낀다. 완전한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협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