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섭 선생님의 고향은 황해도 해주시다. 본관은 해주이고 가톨릭 세례명은 요셉이다. 나도 종교도 가톨릭이고 세례명도 요셉이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다. 아주 사적인 얘기지만 나의 정신적 고향은 해주(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고 본관도 해주(海州)이다.
아버지 고향이 해주시라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 따라 김포시(통진) 문수산에 올라가 아버지가 자란 해주와 연백 평야를 바라보곤 했고 최근에도 몇 차례 강화도 망향단을 찾기도 했다. 아버지의 애틋한 뜻을 헤아려 지금은 해주시민 중앙회 고문으로 황해도 실향민과 그 2세들과도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필자는 인천에서 태어나 약 30년을 살다가 학교, 직장 문제로 서울로 이사했지만, 형제자매들은 인천에 살고 있어 늘 왕래하며 살았고, 인천 예술인들하고도 친교를 맺어 왔다. 문학평론가 김양수, 시인 낭승만과는 자주 만났고, 조우성 시인과는 친하게 지냈던 중학교 동창이다. <그리운 금강산>의 작시자 한상억 선생님은 몇 차례 뵌 적은 있지만, 사적인 교류는 없었다. 최영섭 선생님은 2018년 필자가 인천문화재단 대표로 있을 때 처음 만났다.
필자는 2018년 인천문화재단의 건물을 새로 매입하여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한 층에 인천음악자료관을 꾸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 전면 대부분을 덮을 수 있는 대형 현수막 2개를 걸었다.
“인천에는 작곡가 최영섭 선생님이 계십니다”, “인천에는 지휘자 윤학원 선생님이 계십니다”
두 분 음악가를 지원할 특별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 그리고 인천에 생활과 작업공간을 겸한 연구실을 마련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였다. 그러나 재단에서 직접 나서기보다 민간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세가 90세가 되어 사모님이 돌아 가시고 혼자 사시는 분이라 생활보호까지 고려해야 할 상태여서 재단에서 공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흔쾌히 지원하겠다는 시민단체와 기업이 있었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대표 신희식)과 인천의 건설기업 광원건설(대표이사 정지연) 등 여러분이 후원자로 나섰다. 최영섭 선생님은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하고 <인천시민의 노래>를 만든 것뿐만 아니라 인천음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신희식 대표 등은 2018년도부터 '최영섭 후원회'를 결성하고 선생님의 편안한 노후와 예술활동 지원에 나섰다. 100여 명의 시민이 모였고 역대 시장들도 후원회 회원으로 참여했다. 필자도 흔쾌히 후원자로 참여하였다.
특히 광원건설 정지연 사장은 음악 전공자를 선생님 댁에 보내 그동안 선생님이 소장한 음악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도록 도와 드렸고 정리된 자료를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하도록 설득했다. 이와 같이 열띤 시민의 참여로 매월 큰돈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선생님의 작곡 활동을 돕고 있다.
2018년 여름, 선생님과 인천 엘림아트홀에서 공연을 관람한 다음 이현건 아트홀 대표 등과 12시가 넘도록 술잔을 나누며 이야기의 꽃을 피운 일이 있었다. 그때 최영섭 선생님은 본인이 670곡을 작곡했으며 3,216쪽에 이르는 작곡집을 출판했는데 아쉽게도 자주 불려지는 곡은 <그리운 금강산> 한 곡이라며 작곡가로서 너무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애착심이 있는 곡이 <목계장터>(신경림 시인)를 비롯해 좋은 작품이 많은데 빛을 못 보고 있어 안타깝다는 심정을 힘주어 말씀하셨다.

‘아 영원하라 나의 조국’이라는 표제의 가곡집 제6권에는 아름다운 우리나라 강과 산, 바다와 섬, 그리고 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긴 노래 131곡이 들어 있다. 선생님의 뜨거운 나라 사랑 정신과 철학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도 선생님의 좋은 작품이 많은데 그리운 금강산만 주목받고 있어 아쉽다는 선생님 말씀에 크게 공감한 바 있다. 음악의 아버지 요안 세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내 명연주로 세상에 알린 20세기 첼로의 성인 파블로 카잘스나 <마태의 수난곡>을 명연주를 통해 명곡으로 탄생시킨 펠릭스 멘델스존처럼, 동시대의 작곡가 베를리오즈, 쇼팽, 바그너의 작품을 연주하여 묻혔던 작품을 빛나게 한 프란츠 리스트처럼, 최영섭 선생님의 작품도 후대 명연주자들에 의해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필자는 친구들과 올 4월부터 놀이 삼아 문화살롱을 열 계획이다. 그러면 가까운 성악가들과 협의하여 한 달에 한 번은 최영섭 선생님이 작곡하신 노래를 부르는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그리운 금강산>이 엄정행, 박인수, 조수미, 홍혜경, 백남옥, 이규도, 강혜정, 루치아노 파파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안젤라 게오르규 등 세계적인 성악가가 부르고 미샤 마이스키가 첼로 독주를 하고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연주했듯이 최영섭 선생님의 다른 곡들도 훌륭한 성악가, 연주자에 의해 자주 공연되어 빛을 발할 날이 올 것이다. 또한 <그리운 금강산> 악보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만들어졌듯이 대표 선곡집도 해외에서도 출판되고 자주 연주되기를 기대해 본다.
선생님을 기리는 노래비는 몇 군데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인천광역시 남동구 예술로 인천종합문예회관 앞 넓은 광장 공원에 있는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다. 2000년 8월 15일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이 시민의 뜻을 모아 세운 노래비로 높이 6미터, 폭 6.4미터, 무게 60톤의 오석으로 된 거대한 노래비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노래비라 한다. 서예가 민승기 선생이 글씨를 썼고, 건립 취지문은 조우성 시인이 썼다. 또 하나의 노래비는 2010년 5월 강화군이 이 고장 출신의 뛰어난 작곡가 최영섭 선생과 한상억 시인을 기리고 통일을 바라는 의미에서 북녘땅(황해도 개풍군)이 잘 보이는 강화군 양사면 철산리 강화평화전망대에 세웠다. 망향의 그리움과 통일의 염원을 담아 비상하는 큰 날개 형태의 모습으로 제작하였다.

2024년 9월 29일 선생님께서 필자에게 추석 선물을 보내 주셨다. <그리운 금강산> 초고 악보와 <그리운 금강산> 가사와 그림과 선생님의 마음이 담긴 메시지가 실려 있는 작지만 크고 아름다운 선물이다. 선생님! 올해로 96세가 되셨네요. 건강한 모습 뵐 때마다 저도 행복합니다. 건강하시니 더 좋은 작품 쓰세요. 그리고 인천에서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밴댕이회에 소주 한 잔 모시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