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예술가가 존중되는 세상이다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예술가가 존중되는 세상이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7.12.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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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2017년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미술시장의 가장 급격한 변화를 정리한다면 “알파고(AlphaGo)와의 전쟁”이 아닌가 싶다. 알파고란 바둑의 천재라 불리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가 4패 1승의 결과로 알려진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하룻밤 자고 났더니 세상이 바뀌었다”고하는 말이 무색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있다.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이 덧없이 변한다는 말이다. 또한 빨리 달리는 말을 문틈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의 극구광음(隙駒光陰)도 있다.

비슷한 말은 아니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하여 아무리 높은 권세라 할지라도 십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뜻의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는 고사도 있다. 세상의 변화에 인간의 정신이나 마음이 따라가기도 힘든 시대가 되었다. 

컴퓨터가 기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다. 여기에 그림도 그린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막걸리가 먹고 싶다는 감성과, 풍경의 배경, 연령대 등을 입력하면 컴퓨터는 세상 모든 곳에 널려져 있는 비와 막걸리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그림을 모아 스스로 편집하여 수채화 기법이나 유화기법 등의 방법으로 출력해 준다.

예술이 과거 경험의 기록이나 이미지의 편집이라는 단순한 수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알파고에 잠식당하기 딱 이다. 카카오 스토리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온갖 이미지가 들어있기 때문에 편집하기 용이하다.

인터넷의 알고리즘에 의해 이미 누구나 미술가가 되었다. 소설가나 음악가보다 이미지 소통을 위한 국지적(局地的) 자존 형성에 용이한 프로그램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이미지를 올리고 싫어하는 사람은 차단하고 좋아하는 사람만 곁에 두면서 전국적으로 펼치지 않는 한 자신의 미술작품이 예술의 중요한 부분이라 주장하면 그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알고리즘(algorithm)이란 어떤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여타의 조건을 결합하는 논리적 절차의 방법이다. 페이스북으로 말하자면 좋아요를 눌러준 상대가 먼저 화면에 노출되고, 좋아요로 상호 교류하면 일정한 수준의 영역이 만들어져 노출 빈도와 교류 상태가 강화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 우리는 자신만의 개성적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배웠다. 소를 그리고 하늘을 그리고 꽃만을 그려야 독특한 예술가라 인식하기도 했다. 남들과 다른 모양을 만들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이나 마음의 상태를 기묘한 그림으로 그려놓고 기(氣)의 이미지라 우겨도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작품에 대한 감상의 책임을 누구도지지 않았다. 무턱대고 열어놓고 말해놓고 펼쳐놓은 후 수습하는 방식이 많았다. 무작정 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도 있다. 그것을 ‘감각’이라거나 ‘감흥’이라거나 ‘예술가의 욕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사물 따라 그리기에 최선을 다하기도 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거나 돈만 되면 좋은 예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도 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예술작품보다 예술가가 우선되는 시대다. 예술가의 모습이 먼저 마케팅 되어야 한다. 예술가가 알려지고 예술가의 정신인 예술성이 확장된 후 여기에서 만들어진 예술품이 인정받는 시대가 되어간다.

자고나면 달라지는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예술가 또한 변해야 한다. 변해야 하기 보다는 ‘잘 그리는 미술가’보다 ‘잘 만드는 미술가’가 온전히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다. 간혹 코끼리나 원숭이, 돼지가 그림을 그렸는데 몇 백만원, 몇 천만 원에 매매 되었다는 이벤트성 미술은 더 이상 소통되지 않는다. 

예술작품으로 세상을 만나는 아트페어의 기능 또한 변해야 한다. 작품 이미지 마케팅이 아니라 예술가를 존중하는, 예술가의 삶이 우선되는 아트페어로의 변화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