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현장과 현상 사이]블랙스트링은 온리원이자 넘버원
[윤중강의 현장과 현상 사이]블랙스트링은 온리원이자 넘버원
  • 윤중강 평론가/연출가
  • 승인 2025.02.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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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21세기 풍류를 전 세계에 알리다
▲윤중강 평론가/연출가
▲윤중강 평론가/연출가

블랙스트링은 온리원(Only One)이자 넘버원(No.1)이다. 2016년 월드뮤직엑스포 (WOMAX) 공식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그들만의 존재감을 알렸다. 아시아 그룹 최초로 유럽 최대 재즈 레이블인 독일 ACT Music에서 1집 [마스크댄스]와 2집 [카르마]를 발매했다. 2018년엔 영국 송라인즈가 선정한 아시아 & 퍼시픽 부분 최고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이 모든 사실이 블랙스트링의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불랙스트링은 왜 넘버원인가? 이번 블랙스트링의 세 번째 음반 쇼케이스를 통해서 확실해졌다. (2024. 12. 21.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블랙스트링은 한국의 전통음악을 가지고 선구적이며 선진적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방식의 저변에는 한국음악의 발전원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론가로서 확언할 수 있는 건, 그런 방식이 다른 국악그룹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이렇게 ‘전통음악의 변주’에 근거를 두고, 그를 통해서 ‘그들만의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단연 최고임에 분명하다. 

전통음악의 변주 X  블랙스트링의 구조 

쇼케이스의 첫 곡은 블랙스트링 특유의 정체성이 잘 전달되는 발현(Reveal)이었다. 숨겨진 걸 다시 보여주는 게 발현(發現)이나. 발현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거문고를 통한 발현(撥絃)적 매력이 풍부했다. 해금이나 바이올린과 같은 찰현악기(擦絃樂器)와 다르고, 기타나 류트 계통의 다른 민족의 발현악기(撥絃樂器)와 다른 거문고 특유의 발현(撥絃)이 밑바탕에 품격있게 흘렀다. 

요즘 국악계의 여러 그룹의 좋은 음악이 많다. 전통성과 동시대성을 모두 만족시키려고 애쓴 노력이 보인다. 대개 이런 음악의 밑바탕에 흐르는 전통은 산조와 굿이다. 즉흥성이 강조된 음악임을 내세우면서, 그 안에서 악기가 비투오소적으로 뽐낸다. 청중은 이럴 때 감동한다. 2020년대 국악에 기반을 둔 창작그룹은 대개 이런 범주 안에 존재한다. 이를 ‘21세기적 시나위’라고도 할 수 있다. 

블랙스트링은 참 다르다. 내 언어로 말하자면 ‘21세기적 풍류’이다. 무속적(shamanistic)이라기보다는 선비적(aristocratic)이다. 그들도 산조와 무속에서 가져오지만, 음악적인 결과물이 다르다. 이번 3집 쇼케이스의 전곡을 들으면서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블랙스트링의 음악이 21세기적인 농낙편(弄樂編)이었다. 

농낙편은 한국 전통음악의 변주 혹은 변화에서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이다. 선비들이 좋아했던 가곡(歌曲)이 여러 파생곡을 만들어냈는데, 그 변화의 원리가 농낙편이다. 조상들은 농낙편을 통해서 시조(時調)를 만들었다. 
지금 사람은 시조(時調)를 특정 노래로 인식한다. 시조는 한자 뜻 그래도 ‘당시 곡조’란 뜻이다. ‘동시대적으로 교감하는 컨템포러리’가 시조다. 이 시조는 평시조를 기본으로 해서, 농시조(엇시조), 낙시조, 편시조로 확장해 갔다. 

시조(時調)에서의 엇시조, 낙시조, 편시조는 가곡(歌曲)의 농(弄), 낙(樂), 편(編)과 같다. 농은 지름이요. 낙은 낮음이요. 편은 엮음(채움)이다. 농(弄)에는 언롱이 있는데, 본래 엇농(旕弄)이었다. 엇(旕)은 우리말의 ‘엇’을 표기하기 위한 한자로 ‘어긋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엇롱(언롱)은 어긋나게 논다는 뜻으로 실제 ‘높은음으로 질러낸 후 점차 흥청거리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락(樂)은 락(落)이다. 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도 언급한 거문고의 낙시조(落時調)는 낮은 곡조다. 편(編)은 중복되는 걸 촘촘히 엮으면서 채우는 걸 말한다. 

이아람의 농(弄), 허윤정의 락(樂), 황민왕의 편(編) 

블랙스트링의 음악을 깊게 꿰뚫어본 청중이라면, 여기서 무릎을 치게 될 거다. 블랙스트링에서 전통을 담당하는 3인에게서 이런 특성이 그대로 살아 존재하기에 그렇다. 블랙스트링의 음악을 단순화하면 평(平) 농(弄) 락(落) 편(編)이라 할 수 있다. 

음악의 시작과 기본을 이끌어가는 건 허윤정이다. 이런 음악은 상승시키는 것은 이아람이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다시 떨어트리면서 안정감을 찾게 해주는 건 다시 허윤정이다. 이랬던 음악이 결정으로 가면서 촘촘해지는데, 이런 편(編)의 역할은 황민왕이다. 블랙스트링 멤버는 자신들이 열심히 연주하면 결국 큰 박수를 받는 건 황민왕이라 우스개처럼 얘기한다. 황민왕의 역할을 편(編)으로 그동안 진행한 음악을 모두 가져와서 엮어가면서 채워가기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정수가 만들어낸 공간감과 색채감 

블랙스트링의 음악의 공간감 (입체감)과 색채감에 결정적인 오정수이다. 세 연주자의 ’예술‘에 오정수의 ’기술‘이 합쳐지면서 블랙스트링의 고유한 음악이 완성된다. 이런 음악은 전세계에 어디에도 없는 음악이자, 이 땅에서 태어난 악기와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21세기의 최고의 전통음악이다. 

블랙스트링의 음악을 이렇듯 한국 전통음악의 농락편의 구성원리로 파악한 건 이 글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런 특성을 송현민(음악평론가)은 이미 감(感)으로 간파했다. 블랙스트링의 <불의 파도>가 ’틈새가 없는 곡‘이라고 전제하면서 ’블랙스트링의 기원이 닿아있는 한국전통음악에는 편(編)이라는 기법이 있다‘고 밝혔다. 

블랙스트링의 음악을 넘버 원이라고 확신하는 건, 이렇듯 ‘전통적 풍류’의 짜임새가 그들의 음악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블랙스트링의 음악은 매우 새롭지만, 뭔지 모르게 매우 자연스러운 익숙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거다. 블랙스트링 음악을 들으면서 어느 때 추임새를 하고픈 충동(?)을 느끼는 것도 이 까닭이다. 블랙스트링이 세 번째 음반을 내놓았다. <로드 오브 오아시스>를 들으면서 한국음악과 세계음악이 동시에 당도해야 할 음악적 오아시스가 어딘지 상상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