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 돌멩이 하나도 역사를 말하는 피렌체
[여행칼럼] 돌멩이 하나도 역사를 말하는 피렌체
  • 정희섭 글로벌문화평론가
  • 승인 2013.02.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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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섭 글로벌문화평론가/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이탈리아 여행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도 하고 놀라게도 만든다. 가는 곳곳마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니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와 길바닥에 뒹구는 돌멩이 하나도 결코 허투로 보이지 않는다. 돌멩이가 하나하나가 긴 역사를 말해주는 narrator같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간간히 들려오는 사람들의 실랑이 소리는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강한 이탈리어 말의 억양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언성을 높였을 때와 아주 흡사하게 들린다. 반도 국가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비슷하다. 돌멩이에서 느낀 깊은 감동이 실랑이 소리로 놀란 마음으로 급격히 변화될 수 있는 공간이 이탈리아다. 감동과 놀람의 방정식이 늘 성립하는 이탈리아 여행은 역시 특별할 수밖에 없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도시 볼로냐를 지나 꽃의 도시라 불리는 피렌체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어디선가 고등학교 세계사 선생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과 같은 환청 같은 것이었다. 피렌체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단테, 마키아벨리 등과 같은 위대한 천재의 주요 활동 무대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고, 그들의 후예들이 아직도 피렌체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 같다는 생각만으로도 긴 여행에서 오는 피곤함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이 세상을 변화시킨 천재의 숨결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받는데 그들이 걸었던 골목골목을 내가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마저 절로 가벼워진다.

폰테베키오 다리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을 수놓는 폰테베키오 다리의 나이는 무려 667살. 이상하게도 그 오래된 다리에서 모던함을 느끼는 것은 웬일인지. 이것을 과연 ‘모던 클래식’ 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맞는 지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못 찾고 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이 다리만큼은 폭격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난 위대한 건축 디자인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다. 위대한 디자인은 도시를 한 순간에 파괴시켜버릴 수 있는 폭탄세례마저 피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졌단 말인가. 피렌체를 피렌체답게 만드는 두오모 성당의 아기자기한 웅장함과 다비드 상의 수려한 당당함은 도시의 매력을 배가해준다.

두오모 성당

피렌체의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하기를 원한다면 단연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붉은 지붕으로 가득 찬 도시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붉은 지붕들이 표현하는 피렌체를 보면서 난 한국의 단풍이 생각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다양성 속의 조화미를 느끼고 찾을 수 있다면 그 것만으로 피렌체 여행은 이미 값진 추억이 된다. 

다비드 상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로마 하나 만으로도 이탈리아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경솔함에 피렌체는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실제로 엄청나게 화려했던 옛 도시의 영광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옛 도시의 영광을 긴 시간이 지난 지금 공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했다.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피렌체 여행을 권한다. 피렌체는 새로운 옛것의 역설과 옛것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의 신선함을 답으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