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민속예술 차세대 전승 해법은 무엇일까
[김승국의 국악담론]민속예술 차세대 전승 해법은 무엇일까
  • 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 승인 2018.06.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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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노원문화예술회관 관장.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일제는 우리나라의 국권을 강탈한 후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가진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치밀하고도 전 방위적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여 우리의 전통문화를 말살하고 발전을 단절시켰다. 일제에 의한 우리 전통문화의 단절은 너무나도 큰 아픔이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1945년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어 국권을 찾았으나, 그 기쁨도 잠시였고, 1950년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으로 말미암아 6백만 명 이상의 민간인과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뿐만 아니라 천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이 생기고 전 국토가 파괴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미풍양속이 훼손되고 전통문화의 회복은 요원한 듯 보였다.

6.25 전쟁이 끝나자 다행스럽게도 우리 민족의 문화 정체성이 담겨있는 민속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시대적 요청에 힘입어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민속예술의 발전을 견인해 온 두 개의 축이 있다.

하나는 전통문화예술의 안정적 전승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기 위하여 1962년에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무형문화재 지정제도이고, 또 하나는 1958년에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라는 경연대회로 시작되어 지금은 경연과 축제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민속예술축제’이다.

‘한국민속예술축제’는 우리의 민속예술을 발굴·보존·전승하기 위하여  각 시·도의  농악, 가면극, 민속놀이, 민속무용, 민요, 민속의례 등의 전승자들이 참여하여 경연과 축제를 펼치는 한마당이다. ‘한국민속예술축제’를 통하여 약 250종목의 민속예술이 발굴 · 재현되었으며, 그 중에서 34종목은 국가무형문화재로, 20종목은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그럼으로써 ‘한국민속예술축제’는 사라져가는 민족 고유의 민속예술을 발굴, 보존, 전승함으로써 민족문화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

또한 전국의 대표적인 민속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하였으며,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자긍심을 고양시킨 공이 있다. 반면에 경연의 지나친 과열로 전승 민속의 본래 모습을 왜곡, 변형하여 가짜 민속을 양산하였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수상을 위한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말미암아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의 민속예술 발표회가 펼쳐지는 민속예술 단체들의 전승발표회나, ‘한국민속예술축제’, 혹은 지역 축제의 현장을 찾아가 보면 전승자들의 연령층이 대부분 청장년보다는 노년층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민속예술은 특정 연령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세대들의 예술이기 때문에 전승자들의 연령층이 고루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청장년층이 중심축이 되고, 차세대에 해당되는 초, 중등학교 재학 전승자들과 대학생들이 든든히 받혀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민속예술 행사에 노년층이 대부분인 것은 건강한 전승에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몇 달 전 모 언론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된 ‘해녀’가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제주의 해녀학교들은 10대 1의 입학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아, 재미와 보람을 위해 해녀 자격증을 따려는 젊은이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무형문화재를 지키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 보도는 우리 민속예술의 경우에도 똑같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민속예술의 현장에도 좀처럼 젊은이들의 모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차세대들이 민속예술의 전승자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어떻게 전승의 활성화를 꾀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간 학교에서의 민속예술 교육이 단순한 기예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민속예술이 어렵고 낯설고 옛날의 것이라는 편견을 낳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놀이와 감상, 그리고 체험으로 이루어진 ‘재미있는’ 교육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통문화의 큰 그림에서 차세대들이 민속예술을 익히고 우리의 것을 알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간 차세대들이 민속예술의 향유 층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민속예술 향유의 기반이 단단히 구축되고, 그 기반 위에서 차세대 전승의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