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
  • 조충호 시인
  • 승인 2015.06.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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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충호(1960~)

마주보고 누워서 마누라인데
이제는 뒷모습 기댈 등받이이다
젊어서는 장미꽃 향기가 물씬했는데
불혹 지나자 곰삭은 차향이다

내가 벙어리로 살아서
산방에 도란도란 들꽃 피우고
내가 차가운 목석이라서
우담바라 바람꽃 기다리는 마음

먹구름이 햇살 가려야
낮달이 뒤따르는 줄 알고
아궁이가 차갑게 식어야
식구들 가슴도 텅 빈들인 걸

집안의 해라서 아내라던데
어두운 밤 소쩍새로 지새우다
부뚜막 시렁에 소금단지처럼
식솔들 밤길 비추는 달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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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마주보고 누워서 마누라라는 시중에 떠도는 비시적 이야기를 시에 가져와서 시를 시작한다. 젊어서는 아내와 마주 눕는 자세를 많이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마주 눕기보다는 인생을 기댈 등받이로 아내를 생각하는 것이다. 육체에서 정신으로 옮아가는 것이다. 남자가 늙으면 아내 마누라 집사람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늙어가는 아내가 지금은 장미꽃 향기가 나는 것이 아니라 곰삭은 차향을 풍긴다. 이렇게 아내와 같이 오래 해로해가는 가장 지혜로운 방식은 남편이 참아가며 벙어리처럼 사는 것이다. 그래야 집안에 화목이라는 꽃이 피게 된다. 아버지가 집안에서 군기를 잡고 호랑이가 되면 집안이 싸늘해지고 아이들에게 반감을 사서 불행해진다고 한다. 지혜로운 시인은 집안을 잘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것을 시라는 양식으로 잘 형상하고 있다.(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