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힌 미술관, 이제는 밖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돌아온 미래》전 개최
문 닫힌 미술관, 이제는 밖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돌아온 미래》전 개최
  • 왕지수 기자
  • 승인 2020.12.17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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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 종친부 외부 공간 최초로 미디어 작품 2점 전시
미술은행 소장품인 작가그룹 꼴라쥬플러스(col.l.age+ 장승효&김용민)의 미디어 작품

[서울문화투데이 왕지수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 경내 외부 문화재인 종친부 공간에서 미디어 작품전《돌아온 미래》를 지난 15일부터 27일(일)까지 연다. 

▲미디어 작품전 ‘돌아온 미래’에서 선보이는 꼴라쥬플러스의 ‘Hypnagogia’(사진=국립현대미술관)
▲미디어 작품전 ‘돌아온 미래’에서 선보이는 꼴라쥬플러스의 ‘Hypnagogia’(사진=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인 작가그룹 꼴라쥬플러스(col.l.age+ 장승효&김용민)의 <Hypnagogia>(2016)는 ‘꿈과 현실, 실재와 환상이 교차하는 상태’의 뜻으로 정해진 길을 향해 끊임없이 날아가는 나비의 여정을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문화가 중첩되는 화려한 이미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종친부 야외에서 최초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이번 전시는 가로9m, 세로3m의 대형 미디어 설치로 미술관 외부에서 관람객에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장자의 ‘나비 꿈’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장자와 나비가 각각 꾸는 꿈, 두 개의 사실 꿈이 서로 중첩되어 있는 이야기이다. 이 두 개의 꿈은 나비와 장자의 실재가 서로 침투하고 있으며 모든 사물은 서로에게 존재 조건이 되고 있다는 사상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그랑팔레 파사드 전면에 사람의 눈(eyes)의 형태가 투사된다. 이 눈의 형태는 실제의 눈이 아닌 수만 개의 다양한 이미지가 모인 집합이다. 그 눈의 형태가 흩어지고 모이면서 나비의 형태로 변모한다. 그리고 나비는 세상 여행을 시작하는데 세상은 험난하고 혼잡하고 고통스럽지만 환상과 꿈으로 가득하기도 하다. 그 아름다운 여정은 마치 끝이 없을 것 같지만 그 순간은 또 지나가고, 어둠과 밝음 두 개의 극단적인 세상을 경험한 두 마리 나비는 다시 만나서 변태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새로운 생명체는 더 이상 하나의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나비 자신과 모든 환경은 꽃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꽃들은 다시 처음의 눈의 형태로 돌아와 점차 사라져간다. 

세상 모든 사물의 존재이유와 상호 작용에 대한 장승효 작가의 관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작가에게 ‘예술 행위’란 이러한 깨달음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의 과정이다. 그의 궁극의 목표는 세상의 모든 존재를 꽃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상태, 즉 득도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Super Nature’(사진=국립현대미술관)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Super Nature’(사진=국립현대미술관)

또한 새롭게 선보이는 미디어 큐브 <Super Nature>(2020)는 전 세계적 의제인 환경, 생태, 지구를 소재로 인간성의 회복, 자연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대중들이 미디어나 텍스트 등을 통해 환경 운동의 중요성을 획일적으로 접근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스스로의 자취를 곱씹게 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다. 가시적으로는 환경 운동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으며, 사회가 진보하면서 당면하게 되거나 될 다양한 문제점 전체를 되돌아보게도 한다.

세상의 중심은 늘 인간이었고, 환경과 자연은 잔뿌리이며 타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우리의 태도였다. 그러나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근대적인 착각이며 우리는 그저 세상에 속해 지배를 받고 있는 하나의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중심에서 벗어난 것은 타자화되고 일방적으로 특정 대상을 중심화, 대표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폭력인가를 작품은 은유하고 있다. 

<Super Nature>는 관람객들에게 이러한 자각을 촉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나아가 잃어버린 감성과 관계의 회복, 그리고 상실된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의식의 전환에 꼭 필요한 문제 제기도 우리에게 던져준다.

두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이를 통한 사회적 연대와 교감의 중요성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 동안 미술관 경내에 있으나 활용되지 않았던 문화재 공간에서의 첫 전시”라며, “앞으로도 종친부의 공간적·역사적 맥락을 작품화한 프로젝트 등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의 새로운 전형을 꾸준히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