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남산에서 즐기는 새로운 풍류, 국립국악관현악단 야외음악회 <애주가>
[현장스케치] 남산에서 즐기는 새로운 풍류, 국립국악관현악단 야외음악회 <애주가>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4.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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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관현악단-국순당, 주종 선정 작업 공동 진행
야외 무대서 펼쳐지는 단원들의 관현악ㆍ실내악 공연
6.1~2 오후 5시, 국립극장 문화광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한여름 푸른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술과 음악을 함께 즐기던 선조들의 ‘풍류’를 체험할 수 있는 공연이 오는 6월 펼쳐진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남산의 정취를 느끼며 한 잔의 술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야외 음악회 <애주가(愛酒歌)>를 6월 1일과 2일 양일간 저녁 5시부터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 선보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야외 음악회 <애주가> 기자간담회 단체사진 (왼쪽부터) 정종임 연출, 채치성 단장, 박경민 단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야외 음악회 <애주가> 기자간담회 단체사진 (왼쪽부터) 정종임 연출, 채치성 단장 겸 예술감독, 박경민 단원

이번 공연은 술 한 잔과 함께 시를 짓고 악기를 연주하며 자연의 멋과 운치를 즐기던 선조들의 ‘풍류 정신’에 착안했다. 과거 조상들은 풍류를 즐길 때 시(詩)‧서(書)‧금(琴)‧주(酒)의 조화를 강조했으며,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한 흥취와 여유는 문학과 그림, 음악 등 전통예술의 중요한 모태가 됐다. <애주가>는 이처럼 전통음악에 계승되어 내려오는 풍류 정신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우리 음악과 술의 만남을 통해 이 시대의 풍류를 새롭게 빚어낸다. 

공연에 앞서 29일 오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서울 강남구 국순당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채치성 단장 겸 예술감독, 정종임 연출, 박경민 대금 수석 등이 참석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야외 음악회 <애주가> 기자간담회, 채치성 단장 겸 예술감독

술과 국악관현악 연주의 만남이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이 신선한 공연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채치성 단장은 “공연장에서는 극장 특성상 경직된 자세로 긴장하며 공연을 관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음악은 사실 자연과 함께하는 예술이다”라며 “야외에서 술도 한 잔 곁들이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연주자들과 관객들 모두에게 주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정종임 연출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연주곡마다 어울리는 최적의 주류를 페어링하는 작업을 지난 6월부터 국순당과 함께 진행했다. 6월에 처음 프로젝트 제안을 받아, 10월에 처음 미팅을 하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라며 “미팅 당시, 국순당의 모든 술을 시켜 한 번씩 맛을 봤다. 기억에 맴도는 술을 떠올리며 이와 어울리는 악기를 고민했고, 최종적으로 다섯 종류의 술과 이에 걸맞은 국악관현악곡ㆍ실내악곡을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음악회는 박범훈 작곡의 국악관현악 ‘신내림’으로 문을 연다. 경기 민요 가락을 국악 관현악으로 모티브 삼아 새롭게 만든 작품으로, 해당 곡에는 ‘생막걸리’와 ‘옛날 막걸리古’를 함께 페어링했다. ‘옛날 막걸리古’는 1960년대 방식 그대로 국순당에서 새롭게 재현한 막걸리로, 아스파탐(합성 감미료)이 첨가되지 않아 요즘의 막걸리와는 또 다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정 연출은 “비슷한 듯 다른 두 막걸리가 다른 매력을 갖고 있듯, 이 술과 함께 만나게 될 ‘신내림’ 역시 관현악 편곡이 처음엔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들을수록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야외 음악회 <애주가> 기자간담회, ‘청성곡’ 대금 연주를 들려준 박경민 단원

두 번째로 소개된 ‘청성곡’은 조선 말기부터 관악기 연주자들이 즐겨 연주하던 곡으로, ‘백세주’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곡 소개에 앞서 박경민 단원이 직접 ‘청성곡’을 연주하며 곡의 분위기를 전했다. 고음, 중음, 저음의 다양한 소리를 가지는 대금의 소리와 맑고 여러 향을 지닌 백세주를 매칭시킴으로써, 조선시대 선조들이 즐겼던 미각과 청각을 공유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곡은 전통음악 장단을 현대적 감각으로 정형화시켜 그 위에 경기 뱃노래 선율을 차용한 ‘신뱃놀이’(작곡 원일)이다. 이 작품은소나무 마디인 송절과 쌀로 빚은 조선시대 명주인 송절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신뱃놀이’는 음악회의 끝을 장식할 예정이다. 6월 야외에서 펼쳐질 <애주가> 공연 시기를 고려해 봤을 때, 노래와 술 그리고 남산의 소나무 향까지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대는 정사각형의 큰 무대와 직사각형의 작은 무대로 나뉘어 화려한 국악관현악과 개성 넘치는 실내악을 교차해서 선보인다. 큰 무대에선 LED 패널들이 설치되고, 연주곡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LED 패널을 활용한 영상은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할 예정이다. 

관객들이 온전히 연주에만 집중하던 평소 공연과 달리, 술을 마시는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경민 연주자는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공연 중 가끔 ‘달밤에 벗들과 정자에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라고 말할 때가 있었는데, 그것이 정말 현실이 되는 게 아닌가”라며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우리의 오감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야외 음악회 <애주가> 기자간담회, 정종임 연출
▲국립국악관현악단 야외 음악회 <애주가> 기자간담회, 정종임 연출

이번 공연을 위해 위촉한 신곡 ‘권주가가제’(위촉 작곡 이고운)도 기대를 모은다. 판소리와 민요를 통해 이어져 내려온 여러 권주가를 모티브로 구성한 곡이다. 이 곡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자들도 연주 중간 술을 걸치는 장면이 등장해 무대와 객석이 함께 술을 마시는 진풍경도 기대를 모은다. 

그룹 이날치에서 보컬을 맡았던 신유진과 국립창극단 <패왕별희> ‘항우’역으로 활약한 정보권이 협연한다. 공연의 지휘는 원영석이 맡았다.

공연은 전석 비지정석으로 좌석당 주류 교환이 가능한 엽전을 제공하며, 운전자 등 현장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관객들은 포장할 수 있도록 현장 안내 예정이다. 미성년자 및 주류 미포함을 원하는 관객은 별도의 할인을 적용해 구매할 수 있다. 전석 30,000원. 예매 국립극장 02-2280-4114 www.ntok.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