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칼럼] 사립 박물관 상속세 해결책 있다.
[박물관칼럼] 사립 박물관 상속세 해결책 있다.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2.05.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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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적어도 1990년대 이전에 문을 연 박물관·미술관(이하 박물관) 설립자들이 만년에 있다. 이에 따라 채 공익 법인화되지 못한 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상속 때문이다. 작년 말 운명을 달리한 경기도 한 사립 미술관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설립자 사후 상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계 당국에 확인해 본 바 적지 않은 상속세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만을 산정한 것으로 소장 자료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족에 의하면, 화가인 설립자는 문화 사업을 해보겠다고 서울요지에 있던 부동산을 처분해 경기도에 미술관을 냈단다. 그 동안 매각한 땅은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전 재산을 투입한 미술관은 돈 잡아먹는 하마가 되었다. 상속자는 과거 고인의 판단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선대에서 물려준 미술관을 매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다.

  1991년 1월부터 시행된 ‘상속세법(법률 제4283호)’에서는 법인 여부와 관계없이 사립 박물관이면 상속세가 유예되었다. 감면이나 면세는 아니다. 이후, 상속세법 폐지와 함께 1997년 1월부터 시행된 ‘상속세및증여세법(법률 제5193호)’에서는 상속세 징수유예 대상을 공익법인 박물관으로 제한하고 있다. 물론, 관 폐관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에는 곧바로 징수절차에 들어간다. 아직도 개인 박물관 운영자 상당수가 박물관 상속세를 면세로 알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상속세에 대한 사립의 보호 장치는 현행 법령으로는 전무하다. 잘 운영되는 박물관이 상속단계에서 거액의 상속세를 부과 받게 되면 현재로서는 그 박물관을 처분하여 납부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평생을 바쳐 수집한 자료는 뿔뿔이 흩어질 수 있으며, 인류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이 그 주요 기능인 박물관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세금확충보다 훨씬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에서 결코 간과 할 수 없다.

  과연 해결책은 없을까? 국가에서는 명분을 얻고 박물관도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우선, 자료를 재화로 환산하여 상속세를 인정해주면 된다. 그리고 다시 자료를 그 박물관에 위탁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속세만큼의 소장 자료는 소유권만 변경 될 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국유재산을 민간에 위탁해 관리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박물관 부지를 포함한 건물의 자산가치가 커 소장 자료로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도 해결 방안은 있다. 우선 정부에서 상속세에 해당하는 만큼의 부동산을 가져간 후, 그 재산권을 해당 자치단체에 이관하고 자치단체에서는 그 부동산을 유휴공간으로 인정해 당초 박물관 운영자에게 대여하면 된다. 이 두 가지 다 현행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박미법)을 대입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박미법 제23조(자료의 양여 등) ②항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박물관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국유재산법」, 「지방재정법」 또는 「물품관리법」에 따라 박물관에 무상이나 유상으로 양여·대여하거나 그 자료의 보관을 위탁할 수 있다.’ 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제2항에 따라 자료의 보관을 위탁할 경우에는 예산의 범위에서 그 보존·처리 및 관리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제4항).’ 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현물을 통한 상속세 상계는 물론 보다 안정적인 자료 관리도 가능할 수 있다.

  한편, 제19조(유휴 공간 활용) ①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유휴 공간을 「지방재정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박물관으로 용도 변경하여 활용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박물관을 설립·운영하려는 자가 제1항에 따른 유휴 공간을 대여할 것을 요청하면 무상으로 대여할 수 있다(제2항). 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통하면 상속세의 부동산 상계도 문제는 없다.

  박물관 운영자는 소장 자료에 대해 생각보다 미련이 크지 않다. 이미 박물관을 건립 한 만큼 더 이상 내 것이라는 집착보다는 공익적 인식을 더 크게 하게 되기 때문이다. 법인화를 못하는 이유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법인화를 해도 그 고귀한 가치를 존중해주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있지만, 법인화 시 함께 내 놓아야 하는 출연금을 소장 자료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는 제도의 한계에도 있다.

  소장 자료와 부동산의 상속세 상계는 공익 화의 또 다른 방법임을 정부는 인지하고 박미법과 조화되도록 관련 세법을 보완해야주길 건의한다.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