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거룡 (사)한국영화배우협회장] 영화인들 '복지문제' 해결에 혼신 다 할 것
[인터뷰-거룡 (사)한국영화배우협회장] 영화인들 '복지문제' 해결에 혼신 다 할 것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7.0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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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제대로 된 기획사 설립해 배우들 키우겠다

협회는 ‘우울증’ 배우들에게 정신적 버팀목
美 오바마 대통령 수여한 ‘명예문화시민’ 선정
故 장진영 추모사업 앞장서… 추모공원 협찬 받아놓기도

     거룡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은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아우르던 인기 무술배우 출신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홍콩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한해에 7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해 한류 1세대 배우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의 현란한 액션과 ‘이소룡’을 닮은 외모 덕에 단박에 스타 자리에 올랐지만, 코믹쿵푸 열풍으로 무술영화는 자연스레 쇠퇴기를 맞으며 그 또한 잊혀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왕년의 무술배우가 아니다. 영화계에서 그는 ‘팔방미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기는 물론, 기획, 제작, 극장운영 등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영화사 아태필름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으며, 극장 영화마당을 8년간 운영하며 ‘신세대 극장’이라고 평가 받은 바 있다. 또한 허준호, 유혜정, 최재성 주연의 영화 ‘투맨’의 제작자였다.

     또한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함께 당의 청년 위원장 및 키르기스스탄의 명예영사로 활동했다.

     이렇듯 그는 문화예술 사업가로서 활동영역을 확장해 지금껏 영화계를 위해 뛰어왔다. 여러 분야의 경력과 사업 경험은 그가 협회장을 맡은 데 필연적인 이유일 것이다. 3년의 임기동안 흔적을 남기는 회장이 되겠다는 그를 영화배우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협회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우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바로 복지문제다. 영화계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이 많다. 누구나 세월이 가면 다 나이가 드는 것인데… 어떻게 이 부분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다. 또한 협회를 기획사처럼 운영하고자 한다. 요즘 스타들은 기획사대로 움직이지 않나. 이젠 협회에서도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외주제작도 할 예정이다. 서로 신·구가 교감을 이룰 수 있는데 보탬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 펀드를 조성하려고 한다. 저예산 영화도 팬들에게 얼마든지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뿐만 아니라, 영화배우협회로 오면 올바른 스타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단 인식을 알리고 싶다. 스타를 꿈꾸는 배우들에게 스타의 길을 알려주고, 꿈과 희망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다. 또한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한류열풍이 불 때, 배우들의 외국활동을 지원할 생각이다. 나도 한류 1세대 배우로서, 홍콩에서 배우활동을 하지 않았나. 이제는 내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해 국내배우들을 외국으로 보내겠다. 케이팝이 동남아, 유럽 중남미 미주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영화계 틀을  확고하게 확립해야 할 때이다.

이처럼 그는 영화배우협회가 현존하는 기획사 시스템처럼 영화제작부터 펀드까지 다양한 영화산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며, 영화배우협회 시스템에 변화가 일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회원 수를 늘려가며 연기 지도 아카데미를 운영할 거라 밝혔다. 이에 따라 협회는 지난 4월 호서대학교 연극영화과와 MOU체결을 맺기도 했다. 실무 위주의 교육으로 인적교류 네트워크 형성과 연기 지도를 통해 우수한 배우 양성과 스타배우를 배출하겠다는 의도다.

-다시 배우로 활동할 생각은 없는지?
배우로서 영화계를 떠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늘 영화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배우협회 회장으로서, 협회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다. 영화계에서 불러준다면 할 거다. 예전엔 내 몸값이 비쌌지만 요즘엔 싸니까…(웃음) 쌀 때 좀 많이들 써줬으면 좋겠다. 배우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돼 협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

-협회는 배우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
요즘은 쉽게 스타가 되고, 쉽게 돈 번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옆에는 아무도 없고, 그만큼 허탈함이 몰려온다. 배우들은 스타자리에 오른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부터 일이 끊기고, 자신들을 불러주는 곳이 없으면 급격한 우울감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 배우들의 자살이 늘어나는 것 아니겠나.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멘토다. 협회는 배우들에게 버팀목이 돼 주겠다. 기댈 수 있는 언덕으로 만들겠다. 협회는 늘 오픈돼 있으며, 언제든지 찾아와 상담이 가능하다. 협회는 배우들의 버팀목이라는 걸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 또한 젊은 배우들에게는 올바른 영화배우관을 심어주고 싶다. 영화계 전반으로 이런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그는 취임사에서 작은 것부터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배우협회의 위상과 존재감을 높이고, 많은 영화인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세세한 부분부터 정비해 나가겠다는 것.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영화계에서 영화인들 모두가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영화배우협회가 나서서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젊은 배우들이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다며, 영화배우협회의 대가 끊기게 생겼다고 염려해왔던 그는 취임 당시 정준호, 황정민, 신현준 등 ‘요즘 잘 잘 나가는’ 배우들을 영입했다. 복지문제와 협회의 대승을 위해서라도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영화배우협회의 회원으로서의 이점이 있나?
회원이 된다면 당장 직접적인 걸 제공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영화배우협회로서 함께 행동을 하면 힘이 생긴다.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영화배우협회란 이름으로 8명이 함께 다녀왔다. 함께 레드카펫에 서고, 인터뷰를 할 수 있으니 신인 배우들에게도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또한 어리고 젊은 배우들은 현재 잘 나갈 땐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결국 그들의 대부분은 그냥 사라지고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배우협회에 가입하면 자신들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 그것 역시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날, 미국 로스앤젤리에 위치한 예술단체미주연합회에서 그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수여한 명예문화시민증서 및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 그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도착한 명예문화시민증서와 감사패는 어떻게 받게 된 것인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명예문화시민증서를 얼마 전 받게 됐다. 하지만 초청을 받고도 일정상 미국에 갈 수 없어 행사에 참석을 못 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예술단체미주연합회에서 명예문화시민증서와 감사패를 내게 직접 전달해주기 위해 온 것이다. 앞으로 많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그는 영화계의 안과 밖을 두루 살펴왔다. 지난해 영화인총연합회로부터 대종상 영화제의 발전을 다짐받기도 했으며, 불행한 일을 당한 협회원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2009년 영화배우 故장진영 씨의 영면을 위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 추모공원에 안치될 수 있도록 앞장섰다. 추모공원 협찬에 그가 주선해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장진영 씨뿐만 아니라 원로배우 고 최성, 고 이태균 선생들을 동일한 추모공원에 모시는 등 추모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쳤다. 그 외에도 10개 정도의 자리를 협찬 받아 놓은 상태다.

-협회 운영에 고충이 있다면?
금전적인 게 가장 큰 문제 아니겠나? 한 달 운영에 700만 원 가량은 있어야 하는데… 자생력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홈페이지 오픈 준비 중인데, 곧 홈페이지가 열린다면 그걸 통해 광고와 수익금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영화배우협회장은 꺼려하는 자리이다. 누구나 앉고 싶어 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협회에서 직접 나서서 키우기 때문에 신뢰가 가는 기획사를 계획 중에 있다. 협회의 후원회는 어느 정도 이뤄져 있는 상태다. 후원회에서 심사를 보고, 선정된 기획사 및 배우들에게 펀드와 같이 투자를 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또한 기업과 맺어줘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또한 내가 운영하고 있는 아태필름과 협약을 맺어 아태필름 수익의 일정 부분을 영화인들의 복지문제 해결에 쓰이도록 할 거다.

배우협회에서는 만장일치로 그를 협회장으로 추대했다. 그는 지난해 이덕화 전 회장과 상호 협력하며 배우협회 발전에 힘써왔다. 이덕화 전 회장은 영화계에 와서 거룡 회장을 얻었다고 공공연히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이 ‘스포츠맨’ 출신이란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직한 성품으로 늘 ‘바를 정’(正)자를 책상 위 달력에 적어두고 마음에도 새겨 놓는다.

국내에 기획사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성접대, 불공정계약, 생활고 등으로 배우들이 자살하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사란 간판만 내걸고 정작 배우들을 병들게 만드는 기획사들도 적지 않다. 협회는 이들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해 기획사들 또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협회에서 직접 심사에 나서 투자 및 지원을 하기도 할 생각이라는 것.

거룡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은 영화계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자신의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배우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는 데 앞장설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국영화배우협회 조직도. 신현준(수석부이사장), 박해일(홍보대사), 김하늘(홍보대사), 정준호(부이사장단), 황정민(부이사장단) 등 젊은 배우들이 눈에 띈다.

거 룡(본명 : 문경석)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33대, 법인 4대),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이사장, (사)한국예술인총연합회 감사 (현), (주)아태필름 대표 (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수료 △데뷔 : 1977년 영화 '최후의 정무문' △대표작 : 오대재자(1978), 매권(1980), 정무문 81(1981), 전국구(1991), 종로부르스(1993), 암흑가의 황제(1994) 등 다수 △수상 : 2011 대한민국 나눔대상 문화체육관광방송 통신 위원장 상, 2009 대한민국 무술 총연합회 공로상 부문 무술 연기자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