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 회화와 산수의 기록…장윤규 개인전 《인간산수》
건축적 회화와 산수의 기록…장윤규 개인전 《인간산수》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4.2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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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6, 인사동 토포하우스 전관 
‘건축산수’ 10여 점, ‘인간산수’ 40여 점 등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인간산수’를 주제로 한 건축가 장윤규의 첫 미술 개인전이 열린다. 오는 5월1일부터 26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는 장윤규 개인전 《인간산수》를 개최한다.

▲장운규, 인간의 산
▲장운규, 인간의 산

장윤규는 건축과 예술, 건축과 문화의 통합된 구조를 찾는 실험적인 건축가다. 건축물의 물리적 실체보다는 건축물과 관련된 보이지 않는 현상들의 탐구에 주력한다. 건축가로서 그의 대표작으로는 종로구 통합청사, 한내 지혜의 숲, 크링 복합문화공간, 예화랑, 생능출판사 사옥, 하이서울페스티벌 천궁, 오션 이미지네이션, 갤러리 더 힐, 성수문화복지회관 등이 있으며 건축과 예술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건축과 예술의 근본은 인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건축적 작업과 동시에 틈틈이 그린 10여 년간의 기록이다. 천산 천인의 끝없는 산수 구도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 나가는 풍경을 그려낸 장윤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생존할 수 없다. 공통된 생활 관념, 전통, 공동체 의식을 통하여 공동으로 인식하고 만들어가는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구조를 만들어내고 이를 유지하려 한다. 이번 작품은 전시를 하기 위해 그렸던 것이 아니고 내면의 의지를 스스로 다잡고 성숙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 조선 사군자가 꽃이나 식물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보다는 그들이 지닌 상징, 즉 지조와 절개, 고아함, 품격을 담은 것을 떠올렸고, 어떠한 고난과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우는 사군자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지조와 절개를 덕목으로 여겼던 선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정신적, 영적인 일임과 동시에 그림은 노동의 기록이다 (...) 한 땀 한 땀 수도하는 마음으로 시간과 체력과 싸움하며 인내한다. 막막하게 펼쳐진 캔버스를 긴 시간의 노동으로 채운다. 그동안 만큼은 어떠한 방해에도 집중과 고요의 시간을 만든다. 한 치의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고뇌하고 침묵한다. 주어진 시간을 통해 마음속의 생각을 지우고 오로지 붓의 터치만을 기억한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어진 획만이 내 공간과 시간에 존재한다.

- 장운규, 작가노트 中 -

제1, 2전시실에는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3D 작업으로 표현한 ‘건축산수’ 10여 점이, 제3전시실에는 인간의 모습을 붓으로 그린 ‘인간산수’ 40여 점 등 인간적 구축과 건축적 회화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전시된다.

5월 1일 오후 5시에 오프닝 리셉션이 준비돼 있다. 7일 오후 5시에는 건축 특강 및 작가와의 대화 세션을, 15일 오후 2시에는 작은 음악회 ‘헨델의 파사칼리아’ (첼로-이길재, 바이올린-감지윤)를 만나볼 수 있다. 

장윤규는 “이번 전시가 코로나 같은 전염병, 전쟁과 빈곤, 환경오염 등 세계에 만연한 갈등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것도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해답을 얻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장운규, 건축산수
▲장운규, 건축산수

아래는 이번 전시에 대한 평론가들의 소개다.

인간산수는 장윤규가 스스럼없이 건축가라는 이름을 벗어 던지고 회화 작업을 내보이는 첫 개인전이다.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체험하고 습득한 인간의 실존과 자연에 대해, 내밀한 사유를 통해 섬세하게 구성하고 조합하여 회화로 재현한다. 관찰자 혹은 전지적 시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며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니라, 장윤규 스스로가 참여자이자 동시에 작업의 대상으로서, 흡사 자화상을 그리는 작의를 담은 듯 작업의 일부로 들어가 있는 태도를 취한다. 몸을 바짝 기울여 면밀히 들여다보면 어디인가 쪼그려 숨어있는 그를 찾아낼 수 있다.

- 김나래 평론가, 전시소개 中 -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는 작가들이 늘 고민하는 문제이다. ‘무엇’은 작품의 주제와 대상이다. 건축사사무소 운생동(韻生同) 대표 건축가 장윤규는 산수를 그린다고 말한다. ‘산수’(山水)는 동양적 풍경의 의미이다. ‘인간산수’전의 작품들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상(象)이 겉으로 나타나는 외현(外現)을 조성하는 형(形)을 만나 표현된 의경(意境)이다. 장윤규의 창작은 붓, 펜과 아크릴을 이용해 평면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컴퓨터 모델링을 거쳐 3D프린터로 만든 부조(浮彫)도 만들었다. 플라스틱을 재료로 사용한 아상블라주(assemblage·집적) 성질을 갖는다. 무채색과 유채색의 산의 형식을 갖춘 그림은 ‘본질을 완성’하기 위한 여정에서 만난 도상이다. 장윤규는 산을 단순 기하학적인 형태의 추상적 복합적 모티브만으로 구성된 매스(mass)를 가진 골격구조로 이해한다. 산의 모습은 나무줄기처럼 보이는 방사성 필획이 특징이다.

- 심정택 평론가, 전시소개 中 -

한편, 건축가 장윤규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축을 넘어 문화적 확장을 위해서 갤러리정미소, UP출판, UP아트를 운영 중이다. 지난 2007년에 국제 건축상인 Architectural Review에서 시상하는 AR Award를, 2006년에는 미국 유명 저널 Architectural Record에서 세계에서 혁신적인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Vanguard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01년엔 일본저널 ‘10+1’의 세계건축가 40인에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