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국립극장장 임명 지연…문화계 “적임자 없다” 재공모 요구
[Hot Issue]국립극장장 임명 지연…문화계 “적임자 없다” 재공모 요구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1.11.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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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장 한 달 반 가량 공석 상태…문체부 “후보 3인 결격사유 조회 중”
문화예술계 “후보 전원 부적격 인사, 재공모 필요” 주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김철호 국립극장장의 임기가 지난 9월 20일까지였지만 아직까지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극장장이 임명되지 않고 있어, 공백 장기화가 우려된다.

인사혁신처 중앙선발시험위원회는 차기 국립극장장 후보로 최종 3인을 압축, 최종 심사 단계만 남겨놓고 있다. 차기 극장장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립극장장이 될 전망이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외관(사진=국립극장 제공)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외관(사진=국립극장 제공)

인사혁신처는 7월 1일 ‘2021년도 하반기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 계획’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극장장 공개 모집 일정을 밝혔다. 이 가운데 온라인(ZOOM) 면접을 거쳐 최종 3인이 임용 후보에 올랐으며, 현재 국가정보원에서 결격사유조회 업무처리요령(구. 신원조회업무처리지침)에 따라 후보 검토 중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운영지원과는 “기존 임명 예정 시기보다 약 2달가량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나 걸린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라고 전했다.

공모절차 전부터 임명이 유력하다고 알려진 인사는 있었다. 각 계 인사가 극장장 공모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중 김해숙 전 국립국악원장, 안성수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진옥섭 전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등 총 세 명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9월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선임은 현재까지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 극장장 인선이 지연되자 일각에서는 세 후보 모두 치명적인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어 문화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립국악원 ‘최초 여성 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김해숙 전 원장은, 국립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 및 동 대학원을 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8년부터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로 재직했다. 이어 국악원장 2014년 취임 이후 임기 2년을 마치고 1년 연임했다. 그러나 김해숙 전 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두고 문화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임기 당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문체부의 압력을 시인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안무가 안성수는 지난 2019년 말까지 국립현대무용단 3대 예술감독을 지냈다. 미국 줄리아드대 무용과를 졸업한 후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며 신진 무용수의 배출과 안무가의 육성에 힘써왔으며 1992년 무용단체 ‘안성수 픽업그룹’을 결성해 안무가로 활동했다. 무용인으로는 탄탄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그이지만, 국립극장장 후보로서 적합한 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안 안무가는 문화예술의 대표기관인 국립극장 관련 전문성이 낮은데다, 과거 그가 자평했던 ‘무용 밖에 모른다’는 점에서 여러 예술단체와 공연예술부문 문화행정 분야를 아우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을 지낸 진옥섭은 두레극장 극장장, KBS가 지난 2001년 처음 출범시켰던 사내기업 ‘굿모닝 코리아’ 계약직 PD(2001.7.1~2003.5.30), 한국민속예술축제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 임명 당시 문화재청은 그가 한국문화재재단 한국문화의집 예술감독을 지냈다고 밝힌 바 있다. 진옥섭 전 이사장은 이곳에서 공연 프로그램 기획·연출 및 공연 언론 홍보 업무를 담당했으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근무했다. 과거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될 당시 그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상임 정책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등에 업은 ‘코드 인사’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서류심사 합격자 6명 중 5위, 면접 심사 합격자 3명 중 3위를 하고도 이사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진 전 이사장은 제적당한 대학원 학력을 ‘이수’로 기재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와함께 KBS 내부 기획사의 계약직으로 근무했음에도 KBS PD를 역임한 것으로 이력서에 기재해 이 또한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당시 문화재청은 ‘해당 점수는 이사장을 선정하는 점수가 아닌 이사장 후보자 선정을 위한 점수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무리한 인사였다는 평가를 남겼다. 

▲신임 국립극장장 후보로 거론되는 3인.(왼쪽부터)김해숙, 안성수, 진옥섭.

문화계 관계자 A씨는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극장을 이끌어가기 위해 전공자들의 전문성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 유력 후보로 거론 되고 있는 이들의 경우 특정 장르에 대한 지식은 해박하지만, 그 외의 장르나 예술 행정 등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라며 “국립극장장은 전통예술을 동시대적 예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함께 갖춰야 하는 자리이다. 하나에 매몰되지 않고, 시대의 예술을 이끌어갈 인물을 선발하는 데 보다 집중해주길 바란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 다른 문화예술계 종사자 B씨는 “최종 후보에 오른 3인이 모두 국립극장장이 될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국립’ 극장장의 기본적 자격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라며 “치명적인 결격 사유에도 부적격 불량 인사 선임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를 거스르는 것이다. 재공모를 통해 국립극장의 설립 목적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장을 뽑아야 한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한편, 국립극장장 운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운영지원부장이 극장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