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현장과 현상 사이]한국전통음악 렉처콘서트 – 4인의 품격
[윤중강의 현장과 현상 사이]한국전통음악 렉처콘서트 – 4인의 품격
  •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23.05.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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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윤중강 평론가/ 연출가

한국전통음악 렉처콘서트(Korean Traditional Music Lecture Concert)가 브뤼셀과 엔트워프에서 있었다. 주벨기에 유럽연합 한국문화원이 기획했고, 5월 4일은 한국문화원(브뤼셀), 5일은 Love 2 Arts Gallery(앤트워프)에서 열렸다. 각각의 소공연장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인원이 운집했고, 공연의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이번에 참여한 네 명의 연주가는 모두 ‘중강국악상’을 수상했다. 

저마다 독특한 ‘중강국악상’ 수상자 4인 

상의 제정 취지는 ‘당신이 국악이고, 국악이 당신이다. 당신의 십 년 후는 미래의 국악이다.’라는 상패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다. 기성과 신진을 가리지 않으며, 국악의 새 흐름을 만들어가면서 미래의 국악의 한 경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에게 수여한다. 

1회 (2014년) 수상자 김효영은  전통음악인 수룡음(水龍吟)과 함께 ‘생황을 위한 푸리’(박경훈 작곡)를 연주했다. 중국의 최고 생황 연주자가 우웨이라면, 한국의 최고 생황 연주가는 김효영이다. 10년 전 김효영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으나, 지금은 우웨이 버금가게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생황 연주가이다. 

3회 (2016년) 수상자 정민아는 비유컨대 바리데기(바리공주)와 같은 존재다. 국악계 내에서 알려진 연주가라기보다, 홍대와 같은 인디음악 씬에서 자리매김한 싱어송라이터. 한국의 신민요부터 스탠다드 재즈까지 수용하면서 25현가야금을 매개로 해서 ‘정민아스타일’을 만들어낸다. 

6회 (2019년) 수상자 코리안 짚시 ‘상자루’(3인)의 한 사람인 권효창은 이번엔 솔리스트 자격으로 합류했다. 공연 전 ‘길놀이’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비나리’를 통해서 본공연을 활기있게 만들어주었다. 한국의 타악주자는 ‘인도어형’과 ‘아웃도어형’, 또 ‘퍼포먼스형’(연희)과 ‘타악반주형’ (국악)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권효창은 이 중에서 어느 하나가 출중하다고 할 순 없어도, 이 모두를 두루 잘 해낼 수 있는 아티스트이기에 주목한다. 

유럽의 청중과 만난 ‘10년 후 국악’ 

7회 (2020년) 수상자 황재인은 이력이 좀 독특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4년에 재학 중이며, 작곡 및 해금의 복수 전공 및 언어학 부전공이다. 한국의 작곡가 중에서 한국의 전통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작곡가는 얼마며, 그 악기를 가지고 무대에 올라서 전문적인 연주가 가능할 사람은 몇 명일까? 황재인은 동아콩클이나 KBS국악대경연에 나갔어도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할 실력을 갖추었다. 

‘둘 묶어내기’는 황재인이 작곡한 곡으로, 황재인이 직접 연주했다. 해금이란 악기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비루투오소 (virtuoso) 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린 빼어난 작품이다. 20세기 초반, 해금음악은 슬프거나 아름다운 선율로 ‘퓨전국악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 작품은 그런 흐름과 결별하면서 해금작곡과 해금연주가의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10년 후, 한국의 해금음악의 스타일을 미리 만난 기분이었다. 

벨기에의 정민아와 권효창, 앤트워프의 김효영과 황재인 

이틀의 공연은 공연장의 성격이나 관객의 성격에 따라서 좀 달랐다. 첫째날 한국문화원 공연은 권효창과 정민아가 더 큰 박수를 받았다. 한류와 K-POP 등에 익숙한 이들은 이미 ‘추임새’가 어떤 의미임을 알고 있다. 객석에서 추임새가 적절하게 나와서 공연을 열기를 더해 주었다. 정민아의 순서가 끝난 후, 관객 몇 사람에게 당신은 ‘무엇이 되어’ 어떻게 존재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나무가 되고 싶어요’라고 한 관객이 대답을 했다. 한국의 문화, 한국의 언어가 이만큼 알려졌다는 생각을 하니 뿌듯하기 그지없다. 

이튼날 앤트워프 공연을 ‘품격있는 살롱음악회’였다. 모두 너무도 집중해서 듣고 있기에, 추임새를 한다는 것이 오히려 공연의 집중도를 깨트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여기선 김효영과 황재인이 돋보였다. ‘생황을 위한 푸리’가 끝났을 때, 작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박수와 환호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마치 고음악(원전연주)의 대가를 만난듯한 기분으로, 아티스트 김효영에게 존경을 표했다. 

황재인의 곡을 난해하게 생각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고, 앤트워프의 청중은 마치 대가가 될 신예 바이올리니스트의 출현을 미리 본 둣, 황재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간 황재인 자신도 작곡에서의 성취에 비해서 연주에서는 늘 다소 불안한 심리를 있어 보였는데, 이번 공연을 계기로 황재인도 엄연히 정상 해금연주가로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될 것 같다. 

국악전공 기획인력 : 김성주(한국), 김미린과 김쥬리(벨기에)  

공연의 한국 측 프로듀서는 김성주(공연예술컨설팅그룹 ‘비온뒤’대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출신(작곡 전공)의 공연기획자이다. 2005년 영국에서 열린 산조학회의 공연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아서 런던의 퀸엘리자베스홀 퍼셀룸, 대영박물관을 비롯, 캠브리지대학, 쉐필드대학 투어 콘서트를 진행한 바 있다. 국내와 해외의 경험을 살려서, 이번 공연에서도 아티스트가 오직 연주에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다. 

이번 공연을 진행하면서, 기뻤던 건 세계 각국에 국악 전공자들이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사실이었다. 주벨기에문화원의 김미린과 김쥬리은 모두 한국의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한 후에, 유럽에 진출해서 현지에 정착해 성공한 케이스. 이런 우수한 인력이 있기에, 해외에서의 국악공연은 점차 질적으로 향상되어가고 있다. 

한국음악이 해외에 소개되는 경우는 참 많다. 지역적으로도 다양하고, 공연형태도 다양하다. 한국전통예술이 매우 화려하게 주목받는 것도 기쁜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점차 한국의 전통음악의 청중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다. 그 중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친근한 설명이 곁들인 공연을 적극 권장한다. 한국문화에 대한 낯선 거리감을 즐거운 친근감으로 바꾸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한국문화와 세계문화를 비교설명하면서, 보편성 속에서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좋다. 또한 전통과 악곡(작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재와 연결하면서 동시대성을 얘기하고, 또 악곡 자체가 아닌 악곡을 연주하는 ‘인물’의 특성에 대해서도 청중에게 잘 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