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국예절교육원 4년만의 개강…차인 정옥희 선생에게 배우는 한국예법
[현장에서] 한국예절교육원 4년만의 개강…차인 정옥희 선생에게 배우는 한국예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3.19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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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힘쓰지 않으면 하지 못한다”
21세기와 한국예법, 16주 교육과정
예절의 내사단, 예절의 외구용, 시 낭송, 인사예절, 언어예절, 차생활예절, 복식예절 등
시와 그림 등 예술과 인문학 겸한 예절교육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한국예절교육원 예절강사과정이 코로나 기간을 거치고 4년 만에 문을 열었다. 지난 12일, 인사동에서 한국예절교육원(원장 정옥희) 제 13기 예절강사과정 1학기 개강식이 있었다.

▲개강식에서의 정옥희 원장의 모습

제 13기 예절강사과정은 ‘21세기와 한국예법’을 다룬다. 1학기 교육과정은 16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강의가 진행된다. 지난 12일 이루어진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19일에는 예(禮)의 기원과 의미를 동양의 자연과 사회의 질서를 통해 설명한다. 이후 교육 내용으로는 예의 마음가짐과 몸가짐,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인사의 의미와 종류, 차 한잔의 여유, 기다림의 미학, 한복의 아름다움과 한복 바르게 입기, 언어가 만드는 인격과 품격 사회 등이 준비돼 있다. 2학기에는 전통예절인 관혼상제와 세시풍속에 대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보이는 예의와 도덕성일 것입니다. 한국예절교육원에서는 지식과 함께 사람됨을 배웁니다” 

- 정옥희 원장

정옥희 한국예절교육원장은 차인이자 시인으로, 1983년 한국 최고의 예절 교육 기관인 예지원에서 차를 시작했다. 1986년, 다도반 지도위원으로 임명받고 20여 년간 예지원 수석 강사로 활동하며 공로패를 받았다. 2007년에는 이 시대 차인들에게 있어 대표적인 교육 기관인 한국예절교육원을 개원, ‘차인으로서의 교양과 품격을 갖추는 것’을 중점으로 한 교육에 매진해왔다.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꽃을 들고 있는 정옥희 원장의 모습이다.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개강 축하 꽃을 들고 있는 정옥희 원장의 모습이다.

그는 “지식은 학교에서 또는 책에서 배울 수 있지만, 지혜의 ‘어떻게’는 무더기의 지식을 습득하기 이전에 길러져야 할 기초 능력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예절교육원에서 배우는 것은 단순한 지식의 무더기가 아닌, ‘어떻게’의 지혜다. 

정 원장은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삶에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능력은 가정교육에 의해 개발되며, 그 중 하나가 ‘지혜’라고 정 원장은 말한다. 그는 “생각은 높게 하고 생활은 낮게 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가진 인간상과 언행이 일치하는 예절바른 인간상”을 형성하는 끈질긴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고요하고 정갈한 예절은 항상 정 원장을 따라다닌다. 정 원장의 온화한 미소와 말씨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예(禮)는 그의 제자들이 입을 모아 “같은 여자지만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축사를 하는 박홍관 교수의 모습
          ▲축사를 하는 박홍관 교수의 모습

이날 개강식은 혜현 반일록 선생의 사회로 진행, 축사는 경상국립대 차문화학과 박홍관 교수가 맡았다. ‘차 문화 기록가’로 불리우는 박 교수는 오랜 시간 차의 매력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해왔다.

멋진 차와 다실, 다석의 모습을 기록해온 기록가답게 박교수는 “2007년 개원 당시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언젠가 다시한번 같은 곳의 모습을 담아 비교해보고 싶었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경상국립대 차문화학과는 국립대학임에도 학생이 두 명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여럿 모이는 자리는 축제와 같이 느껴진다”라며, “이런 자리를 함께 하고 기록한다는 것이 몹시 설레인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또한 “정옥희 선생의 댁을 처음 방문했을 때, 차를 내어주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외국 사람이 한국의 집을 보고 싶다고 한다면, 선생님께 모시고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오늘도 이 사진 한 장 찍는 기쁜 마음으로 오게 됐다”라는 정 원장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이어 그는 “예절만 배운 것과, 차인으로서의 예절은 또 다르다”라며, “몸에 배어 나오는 예절은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배우는 예절은 다른 어떤 교육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하며 한국예절교육원의 가르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홍관 교수가 정옥희  선생의 잠원동 자택에서 찍은 사진으로, 말차 행다 중인 모습이다.
▲박홍관 교수가 정옥희 선생의 잠원동 자택에서 찍은 사진으로, 말차 행다 중인 모습이다.

옛것과 새것,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뒤섞여 상식과 예절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예절은 그 사회 정신문화의 결정체로 인간의 품위를 형성하고 인간사회의 질서를 유지합니다. 사람이 예의를 잃고 나면 가난한 사람은 천(賤)하게 되고 부유한 사람은 상(常)스럽게 됩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최고의 예술이 예절입니다.

- 정옥희 원장의 말 中

자리에 모인 수강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꽃을 전달하고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수강생은 정 원장에 대해 “너무 존경하고, 짝사랑 하듯 좋아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수강생들이 정 원장에게 품은 깊은 애정과 존경심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정 원장은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이고, 고희를 넘기고 나니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어떤 존재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의 화두가 생겼다”라며,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시 교육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시 첫 마음으로 용기를 내며 열정으로 끈기를 가지고 출발하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는 수강생 앞에 정 원장이 전달한 꽃이 놓여 있다.
▲교육 일정을 듣고 있는 수강생의 모습

교육 수료생들은 정옥희 원장의 아호 ‘혜명(慧茗)’의 ‘혜(慧)’자 돌림 아호와, 몸과 마음을 챙겨야 하는 수강생들이 지켜야할 보물 같은 수칙인 순자(荀子)의 “막신일호(莫神一好)”를 새긴 차시 통을 3년 수료 기념으로 받는다. 그동안 개원 200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과정을 수료한 수강생은 모두 13명이다. 

▲혜지 김인숙, ▲혜인 김숙희, ▲혜수 임근도, ▲혜연 김혜경, ▲혜담 김수연, ▲혜안 한정자, ▲혜천 정지인, ▲혜현 반일록, ▲혜근 정현희, ▲혜영 김진정, ▲혜온 이인희, ▲혜민 황숙희, ▲혜윤 박지영

이날 제주에 있어 부득이하게 함께 하지 못한 4기 수료생 혜안 한정자 선생은 다음과 같은 개강 축하의 글을 보내왔다.

궁금한게 있으면 각자가 주민증 처럼 지니고 있는 휴대폰에 톡톡 쳐보면 다 알 수 있는 세상.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대신 해주는 세상에서 ‘예절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나?’하는 사람들에게 사람의 향기를 뿌려주고, ‘왜 인간인가?’를 알게 해주는 공부를 하게하시는 분. 어질고 현명하신 스승님께 참교육을 받는 수강생 모두 복받은 분들입니다. 건강 지키시며 오래오래 행복한 교육 많이 해주십시오.

- 혜안 한정자 선생의 글 中

한정자 선생의 말대로 정옥희 원장이 전하는 가르침은 현대사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간됨’의 가치를 알려주고, 더불어 살아가기에 필수적인 예(禮)의 중요성이 잊히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40년 가까이 나라와 사회, 개인을 위하는 마음과 사명감을 가지고 예절교육에 힘써온 정 원장은,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교육을 지속하고자 한다”라며 굳은 의지를 표명한다. 그동안 중요한 가치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전통이 깃든 인사동 사거리에 위치한 한국예절교육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