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17, 국립극장 달오름극장·하늘극장·문화광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우리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를 이어오며 이 시대 관객과 호흡해온 국립극장 여우락(樂) 페스티벌이 15주년을 맞아 아티스트 12인의 독보적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내달 4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ㆍ하늘극장ㆍ문화광장에서 개최되는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은,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을 주제로 원·선·점 세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한국 창작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올해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가 예술감독을, 디지털 아티스트 메이킴이 축제의 키 비주얼과 브랜드 영상 등 주요 시각 이미지를 담당하는 아트 디렉터를 맡았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지난 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중성을 지향하기 보다, 소수지만 열성적인 음악 팬들을 위해 전통을 기반으로 새로운 현대적 해석을 하는 것이 국립극장과 여우락 페스티벌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이어가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도,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작품들이 많이 잉태되고 꽃을 피울 수 있는 축제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날 함께 자리한 박우재 예술감독은 “우리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의 에너지를 국립극장에 모아보려고 한다”라며 “올해는 각 아티스트가 지닌 원형을 감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우리 음악의 근원적 요소들이 충돌하고 팽창하고 증폭하는 모습들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여우락의 주제인 ‘점·선·원’은 음악으로 연결된 우주를 의미한다. 음악이 중심인 은하 속에서 태양처럼 빛나는 항성은 ‘원’으로, 지구 같은 행성은 ‘점’으로, 새로운 것의 시작을 의미하는 혜성은 ‘선’으로 표현된다”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먼저 ‘원:온전한 세계를 마주하다’는 <여우락>의 기틀을 다진 주역들의 새로운 도전을 만나는 자리다. 개막작 <오:O>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의 무대로, 본인의 자작곡을 세대를 아우른 무용수들(김매자·김남진·황태인)과 24인조 국립국악관현악단 청년 오케스트라(문화예술인턴단원·청년 교육단원) 협연으로 선보인다.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은 부친인 故 허규 극본·연출의 연극 <다시라기>와 전통 장례 민속극 <진도 다시래기> 두 작품을 매개로 새로운 놀이마당 <다시:나기>를 무대에 올린다. <오리진 사운드(ORIGIN SOUND)>는 21세기 ‘남도 음악의 맥’을 이어온 거장 이태백이 각 분야 최고의 명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가무악희(歌舞樂戱)를 집대성한 공연을 펼친다.
여우락에 6번째 참여하는 원일은 <디오니소스 로봇:리부트>에서 아티스트 정재진과 조명·연출·의상 디자인을 맡은 오마 스페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소리와 빛의 공간을 연출한다. 그는 “여우락은 우리 음악이 진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며 “2022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초연 후 2023년 미디어 콘서트 형식으로 확장했고 이번에는 미디어아트와 음악을 결합한 리부트 무대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선:확실한 세계를 목격하다’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중과 호흡해온 젊은 국악의 아이콘 4인의 음악세계를 선보인다. 가야금 연주자 이준의 <경계면>은 가야금 자체의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울림을 통해 위안의 메시지를 전한다.
경기민요 소리꾼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약 중인 송소희의 <공중무용:화간접무>에서는 직접 작사·작곡한 동명 앨범 전곡을 최초로 무대에 올린다. 송소희는 “경기민요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뭔가가 있어 서양음악을 공부하게 됐다”라며 “국악인 송소희가 아니라 경기민요를 전공한 음악인의 새로운 데뷔무대로 생각하고 즐겨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여성 탈꾼 박인선의 <박인선쇼>는 ‘렉쳐 퍼포먼스’ 형식의 공연을 통해 탈과 탈춤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소통하며 유쾌하게 풀어낸다.
폐막작 <창(唱):꿈꾸다>는 국립창극단 단원이자 국악 대중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소리꾼 김준수의 첫 단독 공연으로 그간 활동에서 선보인 다채로운 음악들을 엮어 들려준다. 김준수는 “항상 대중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소리꾼이 되고 싶었다. 이번 무대는 그동안 출연했던 창극과 뮤지컬, 방송 등에서 선보인 음악을 중심으로 선곡했다. 이 공연으로 우리 소리가 판치는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점: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다’는 미래의 전통을 실험하고 있는 창작자들의 무대로 꾸민다. 타악 연주자 방지원의 <잔향:나무의 노래>는 엄숙한 제의와 흥겨운 놀이가 하나였던 한국의 전통적 정신을 이어가는 실험적 무대를 선보인다. 세계적인 양금 연주자 윤은화의 <페이브(PAVE)>는 현악기와 타악기의 특성을 융합해 양금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시도를 펼친다. 서도민요 보컬 추다혜의 <부귀덩덩>은 문화광장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며, 무가(巫歌)에 사이키델릭·힙합·소울·펑크까지 더해진 음악으로 신명나는 여름밤을 선사한다. 디지털 아티스트 메이킴의 <장면들(Sceneries)>은 가야금 연주자 박선주와 거문고 연주자 황진아와 함께 하는 무대로,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세 명의 예술가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우주를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한다.
한편 축제를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여우락 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가 7월 5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뜰아래 연습장과 공연예술박물관 별별실감극장에서 마련된다. 이번 아카데미는 <여우락> 아티스트와 함께 만나 즐길 수 있는 일일 체험 프로그램 ‘여우락 애프터눈‘과 청년 국악 예술가들을 위한 집중 멘토링을 제공하는 ’여우락 워크숍‘으로 나누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