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뒷방이야기] 가격 따로 명성 따로
[박정수의 뒷방이야기] 가격 따로 명성 따로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05.15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아이야, 돈을 따르지 말거라. 돈이 너를 따르게 하여야 한다.’ 이 말을 믿었다.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이 말을 건 낸 어른은 가난한 착한 어른이었다. ‘여보시게나 돈에 집착하여야 한다네. 집착하고 악작 같아야 돈이 모이는 법이야’. 돈 많은 나쁜 어른의 말이다. 나쁜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무슨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씀을. 지금 살아있는 사람 중에 돈 보다 먼저 난 사람 있으면 손에 장을 지지고 만다. 다 돈보다 늦게 태어난 이들이 살고 있다. 태고적 이야기로 현혹하지 않아야 한다. 돈을 따르게 하고 싶다면 명성과 권력을 좇아야 한다. 명성이 대단히 높거나 권력이 있으면 돈은 자연히 따르게 되어있다. 돈 없는 착한 어른은 당신이 하지 못한 권력과 명예를 가지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미술계에는 이 말이 잘 맞지 않다. 명성 따로 돈 따로다. 그러다보니 명성만 높은 원로작가님들이 많다.

일흔이 넘으신 그분들은 호당가격이 100만원이 넘는다. 거래가격이 아니라 당신들 스스로 책정한 가격이다. 이보다 낮으면 명성에 누가 된다. 이분들이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수고가 있었다. 후배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해 주었다. 작품을 사 주기도 하고, 모임에 있으면 친한 후배나 제자를 먼저 챙겼다. 그럴 여건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원로 미술가님들의 미술작품에 그다지 비싸지 않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말 그대로 돈이 문제다. 그도 그럴 것이 아트페어에 조차 불러주지도 않는다. 화랑에서 그러한 이유는 10호 작품 1천만원에 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미술품의 가격은 새로운 경제 원리의 출현에 비롯된다. ‘지금 호당 가격을 내리면 지금까지 사간 분들에 대한 배신이다.’는 궁색한 변명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이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서 호당 가격을 꾸준히 올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신상털기’도 간편하다. 컴퓨터 통신기술의 발달로 서비스산업이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미술작품은 서비스가 아니다. 치유의 효과로서 미술의 개념을 활용하는 방법은 가능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미술작품을 두고 특정의 효과를 가지기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새로운 미술형식의 등장이라기보다 새로운 인간형의 등장이다.

과거의 미술시장은 상당히 복잡한 편이었다. 미술작품 활동을 하면서 화랑에 진입하기도 어려웠고, 계층간의 격차가 분명하여 새로운 계층의 사람을 만나기도 힘겨웠다. 유명 화랑에 전시를 하고, 유명화랑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유명한 화랑을 왕래하는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계층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비싼 미술품으로 구분하는 시대다. 비싼 미술품을 구매하는 이들과 한번쯤 구매해 보는 이들과의 격차는 분명하다. 원로 미술가들의 명성보다 비싸게 팔리는 젊은 미술가의 명성이 더 강하다. 이럴때는 과감하게 자신의 명성을 버려야 한다. 호당 100만원 이상 하는 원로 미술가가 아트페어에서 얼마에 팔리는 작품을 지녔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돈이 많아 걱정 없다면 혼자서 200만원 5백만원 불러도 상관없다. 그분들도 당신들의 선배를 지켜보았지 않은가. 명성 있게 살다간 이들의 타계 후 어떤 대우를 받는지 말이다. 예술가는 예술작품이 존경 받아야 한다. 인간성 이상한 미술가라도 미술작품이 거시기하게 비싸면 인격도 올라간다. 좋은 작품을 생산하기 위한 성격과 인간성으로 포장된다. 어른들에게 명성을 버리라는 것 아니다. 최소한 자유경쟁 시장에 진입을 시도라도 해 보라는 의미다. 자신의 작품가격이 명성가치가 몇%가 끼여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