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부산‘오페라’하우스, ‘오페라단’보다 앞선 ‘발레단’ 계획
[Hot Issue] 부산‘오페라’하우스, ‘오페라단’보다 앞선 ‘발레단’ 계획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4.17 1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름은 ‘오페라하우스’, 정작 ‘오페라’ 빠진 선후 바뀐 정책
지난해 7월 정명훈 총 예술감독 임명, 예술단 및 프로그램 구체화 부족
“부산 오페라 이끈 민간 오페라단, 상생 이어가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신동빈 회장 부친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1000억원을 기부해 시작된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정부 지원 1000억 원, 부산시에서 1200억 원을 출자했다. 2018년 착공해 현재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올해 2월 기준). 부산역 앞 북항 재개발구역에 대극장(1800석)과 소극장(300석)을 갖춘 지하 2층, 지상 5층의 건물을 세우고 있다. 당초 2020년 개관 목표를 세웠으나 설계가 변경되면서 준공은 2026년 말, 개관은 2027년으로 늦춰졌다.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조감도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부산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를 제작 중심 극장으로 운영하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창작 오페라를 공모했는데 첫 당선작으로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의 삶을 다룬 ‘새야새야’가 선정됐다. 부산시는 선정작의 완성까지 지원을 하는 한편 후속 창작 오페라 공모도 계속한다. 이와는 별도로 유명 작곡자에 창작을 의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지난 2022년도부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모집ㆍ선발해 운영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발레단을 확대 운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페라하우스’ 운영 계획에 ‘오페라단’ 관련 구체적 언급은 없다. 

오페라ㆍ발레 중심, 정식 개관 전까지 시즌 단원 체제로 진행

시는 오는 2027년 개관 예정인 오페라하우스를 제작 중심 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력 육성 차원에서 2022년부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모집, 선발해 운영해 왔는데 올해는 발레단으로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부산시는 지난 2022년 오페라하우스 관련 ‘문화시설개관준비과’를 신설했다. 시설팀과 공연기획팀, 운영준비팀 등 총 3개 팀으로 구성되어 운영된다. 부산시청 문화시설개관준비과 이진숙 주무관은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하면 연도별 레퍼토리를 만들고 예술감독, 작곡가 등을 선임할 예정이다”라며 “개관 전까지는 ‘오페라 시즌’을 진행하며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맞춰 시즌 단원도 매년 모집하고 있다. 현재의 발레단과 오케스트라, 합창단 단원제는 오페라하우스 정식 개관 후 재정비를 거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오페라ㆍ발레 전문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추진하는 <2024 부산오페라시즌> 사업의 일환으로, 부산문화회관ㆍ금정문화회관에서 제작하는 오페라와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 참여할 합창단ㆍ오케스트라 단원을 이달 5일부터 공모 중이다. 선발된 단원은 내달 22일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2024 부산오페라시즌>의 일환으로 전막 오페라 ‘나비부인’과 콘서트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9월부터 12월 중 ‘미리 만나는 부산시립공연장’과 ‘2024 부산발레시즌’ 공연도 추가가 예상된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 3월 4일에는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단원을 모집하는 공고가 올라왔다. 영화의전당과 연계해 오는 11월 15~16일 선보일 ‘샤이닝 웨이브’ 작품 제작 총괄책임자로 김주원 발레리나를 초빙해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위촉’이라며 보도자료를 발표했던 것이 바로 이 공연이다.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부산오페라시즌’과 ‘오페라 전문 인력 육성’ 사업은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제작극장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라면서 “2026년 개관 전에 지역의 젊은 예술인을 육성해 문화예술 생태계가 융성해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젊고 유능한 예술인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부산인’을 위한 ‘부산오페라하우스’ 되어야”

인구 330만 명 규모의 세계적인 항만 도시인 부산에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것 자체를 문제로 삼는 시각은 드물다. 특히,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대한 부산 예술인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사)부산오페라단체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뉴아시아오페라단 그레이스 조 단장은, 오페라하우스가 성공적으로 건립되어 동북아시아 오페라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운영 미숙으로 지역이 소외되진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레이스 조 단장은 “지역 연주자와 여태껏 오페라를 위해 열심히 활동한 지역 오페라단에게 무대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부산으로 젊은 연주자들이 유입되지 않을 것이며, 관련 학과들도 점점 경쟁에서 도태되고 지역 예술인 및 기획자들이 결국 부산을 떠나게 될 것”이라며 “매년 수천명의 예술전공 청년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오지만,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예술 전공자들이 현저히 줄고 있다. 종합예술인 오페라는 성악, 관현악, 무용, 무대제작ㆍ미술, 음향, 분장, 의상 등 많은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만들 수 있다. 때문에 부산의 문화 발전을 위해 오페라하우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경종을 울렸다. 

아울러 그는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체계적인 운영과 더불어, 민간오페라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그레이스 조 단장은 “부산시립오페라단이 없는 가운데, 부산에서 오페라가 매년 공연되는 것은 민간오페라단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앞으로 민간 오페라단과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상생하는 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 상호 협력하여 지역의 공공극장을 활용한 인재양성과 오페라의 저변확대에 힘써야 한다. 이것이 부산의 오페라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말, 부산시의회는 부산문화시설 운영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강철호 의원 주재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는 부산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장 예술인들이 참석해 그들의 의견을 전했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개관을 반기면서도, 지역 음악인이 소외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강철호 부산시의원은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부산 시민이 주인이다. 우리 지역 예술가의 발판이 되고 시민이 마음껏 누리는 공간이 돼야 한다. 장기적 관점의 공연 창작, 매개, 유통 등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청년 예술가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 부산에서도 충분한 기량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의회 차원에서도 잘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부산문화회관이 제작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시즌단원 합창단·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한 전막 오페라 <토스카> 공연 장면
▲부산문화회관이 제작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시즌단원 합창단·오케스트라 등이 출연한 전막 오페라 <토스카> 공연 장면

부산오페라하우스 총괄 예술감독 정명훈

지난해 7월 1일, 지휘자 정명훈이 부산시립 공연장의 첫 예술감독으로 위촉됐다. 2025년 상반기에 문을 열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와 2026년 개관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을 비롯한 시즌 공연 프로그램과 음악제를 총괄한다. 뿐만 아니라 부산시립 공연장의 공연 기획 및 유치를 총괄하고, 공연 인력을 육성하는 일 등을 하게 된다. 임기는 3년이나, 2년 단위로 재계약할 수 있다.

정명훈은 부산 출생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 3월엔 세계 3대 오페라극장 중 하나인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의 라스칼라 필하모닉으로부터 첫 명예 지휘자로 위촉됐다. 국내에선 KBS교향악단 계관 지휘자를 맡긴 했지만, 2015년 서울시향 예술감독에서 물러난 뒤 국공립 단체의 수장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명훈은 한국인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 3대 교향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을 모두 객원 지휘했고,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다니엘 바렌보임에 이어 1989~1994년 파리의 현대적 오페라 극장인 바스티유오페라극장 감독을 지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 정명훈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국내 팬들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공(公)은 공이고 사(私)는 사다. 정명훈은 자신에게 제기된 문제나 의혹 등에 대해 아직 시인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9년 전 그들이 도모했던 대로, 박현정 전 대표는 정상적인 일상을 상실한 채, 여전히 서울시향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일찌감치 정명훈을 총괄 예술감독으로 임명되어 곧 1년이 된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의 중심이 될 오페라단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매우 빈약한 상황이다. 

‘제작 중심’ 강조한 오페라극장, ‘오페라 제작’ 공들여야

오페라와 발레 중심의 제작극장 운영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내세운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올해 8월 오페라 <나비부인>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운영 취지와는 달리, 오페라 <나비부인>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협력 제작으로 진행된다. 더불어, 대구오페라하우스 정갑균 관장이 연출을 맡아 한국과 유럽에서 이미 여러 차례 선보인 작품이다. 부산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작품의 무대화 취지는 부산오페라하우스 설립 기원 및 부산 지역 오페라 관객 개발이다. 지역 대표 오페라 극장의 시즌 유일 전막 오페라가 타 지역 오페라하우스 관장의 대표 레퍼토리인 점은, ‘오페라’ 하우스의 정체성을 무겁게 여기지 않았기에 발생한 일이라는 비판도 들린다. 

종합예술 성격을 지닌 오페라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발레단에 음향ㆍ조명ㆍ무대미술과 의상ㆍ분장ㆍ기술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 서구에서 오페라는 다양한 예술 발전의 토대가 됐고, 도시 중심에 자리 잡은 오페라극장은 단순한 공연장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문제는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오페라하우스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남을 가능성이다. 제대로 된 운영 계획 없이 덩그러니 건물만 지어놓을 경우, 이도 저도 아닌 무(無)개념 문화예술회관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단원이든 상시단원이든 단원 모집과 시범 공연 등 다른 예술단에서 이뤄지고 있는 활동들이 모여 오페라를 만든다고는 하나, 정작 오페라단은 기본적인 토대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오페라단 청사진이 가장 먼저, 명확하게 그려져야만, 여느 문예회관ㆍ공연장과 차별성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