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대한민국과 미술시장
[박정수의 미술시장 이야기] 대한민국과 미술시장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6.11.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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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상담실 직원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좋은 일 보다 나쁜 일, 즐거운 일 보다 불편한 고충이 더 많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일하기 위해는 아주 행복하고 웃는 얼굴로 “네 알겠습니다.”를 잘 해야 한다. 이곳을 찾은 불만 인에게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로 믿음과 신뢰를 주어야 한다. 

“네 잘 알겠습니다”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말이다. 소비자 상담실이나 여타의 안내데스크에서 자주 듣는다. 사람을 상대하여야 하는 이들은 언제나 친철한 목소리로 “네, 잘 알겠습니다”를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무엇하나 책임질 말을 하지 못한다.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상담실에서 제품하자나 책임소재를 말하는 소비자 불만이 들어오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잘 없기 때문이다. 상사의 결재가 있어야만 제품하자 등에 대한 수리나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친절한 이들의 "네, 잘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믿고 돌아서면 낭패당하기 일쑤다. 나중에 불만을 제기하면 알아듣기만 했기 때문에 어떠한 법적 책임조차 없다.  

⓵ 2017년 1월이면 4년 임기의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이 바뀐다. 그날을 위해 현재 4명의 미술인이 입후보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미술협회장이 되면 미술인의 권익과 미술인의 복지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들 하여 왔다. 미술대전을 투명화 하겠다고들 하여왔다. 젊은 미술인들의 등용문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비슷하다. “네 알겠습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말만 반복되어 왔다. 우리나라에도 “겸허히 받아들이기”만 하는 이가 있기 때문에 나라꼴이 이만저만 하지 않다. 나라가 그렇다손 치더라도 미술계에서는 더 이상 알아듣기만 하는 일을 그만 되어야 한다. 

⓶ 해도 해도 너무한다. 미술시장이 미쳐간다. 작가를 봉으로 알더니 이제는 그 봉마저 미술시장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각종 아트페어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미술시자의 규모가 축소되고 예술의 질 또한 추락하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부터 아트페어가 활성화 되면서 화랑에서의 미술품 매매가 힘을 잃었다. 몇몇 부자 화랑들이야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이 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신생화랑이나 넉넉하지 못한 자본의 화랑은 아트페어에서의 작품판매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좁은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100여개가 넘어가면서 미술시장 구조의 황폐화가 시작되었다. 화가가 사업자를 내어 아트페어 참가하는 것은 새발의 피정도 밖에 안 된다. 아무나 화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나 중의 하나가 예술가일 뿐이다. 문제는 아트페어 숫자가 늘어나면서 비용을 지불하던 미술인들의 한계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인 판매도 한계에 달했고, 젊은 미술인들은  작품 판매가 여의치 않아 더 이상 아트페어 참가가 어려운 실정이다. 아트페어 주최자는 부스만 팔리면 그만이다. 참가 화랑은 비용을 지불하는 작가만 찾으면 그만이었다.

소위 잘나가는(잘 팔리는) 작가는 아트페어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이제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이들은 취미 활동하던 이들이거나 막 미술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초보 작가들이 아트페어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질적 저하가 뻔하다. 이러다 보면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끝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⓷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문화예술계가 도탄에 빠졌다. 구천 사백여명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도 못한 것을 슬퍼해야하는 현실이다. 나라가 이 모양인데 어느 누가 아트페어에서 그림을 사겠는가.

광화문, 서울시청 광장에서 국민의 함성이 아무리 거세도 “네, 잘 알겠습니다”보다 못한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말이 있는 이상 대한민국 미술시장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그래도 대한민국 하늘아래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예술의 열정은 살아 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