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48)
장터에서 만나는 엄마들의 모습은 숭고하다.
가족을 위해 일하면서 엄마들은 온종일 자식걱정뿐이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된 것도 순전히 우리 엄마들 힘이다.
행여 사진 찍혀 자식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안녕하세요, 좀 파셨어요?' 물어보면
"워매 우리애기 친군갑네, 나 역서 봤단 말 허지 맛시오이,
고생스럽다고 못허게 헌디, 운동삼아 나왔어라."
자식을 대하듯, 인정이 살곰살곰 피어나는 곳이 장터다.
라면상자에 담긴 강아지와 노끈에 다리를 묶인
토종닭을 펼쳐놓고도 아는 이를 만나면 국밥집으로 들어가
막걸리 한 사발에 세상시름을 다 부린다.
또한 장날이면 장터에 있는 미용실이 모처럼 퍼머하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주인인지 손님인지 서로서로 도와주는 모습이 가족 같다.
이렇게 시골장터에 가면 호주머니 속에 숨어있던 고향이
사람들 틈 속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온갖 자연의 냄새, 세월이 쌓인 냄새,
계절이 오는 냄새, 눈이 오는 냄새 속에 세상이 다 들어 있다.
5일마다 열리는 장터마당은 인근마을사람들의 축제가 되어
텅 비어있던 공간이 역동적인 시간으로 가득 찬다.
한 장의 사진으로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를 모두 담아낼 수 없지만,
시골장터에 가면 그 지역 사람들만의 살아있는 삶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임실 강진장 박씨할매가 그러신다 “덤 없으면 장이 아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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