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권아람 작가 “납작한 스크린 속 미디어 다층을 탐구하다”
[Artist Interview] 권아람 작가 “납작한 스크린 속 미디어 다층을 탐구하다”
  • 이지완 기자/사진 김재성 작가
  • 승인 2022.02.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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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작 ‘Walls(월스)’, 현실 속 오류 지점 구현
일상 속 접하는 기본 개념서 연상된 사고…작품 모티프
스크린과 영상 관계에서 ‘미디어’ 고민 시작
송은 신사옥, 흥미로운 공간…새로운 시도 이끌어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사진 김재성 작가] 지난해 12월 송은의 새로운 공간을 찾아 ‘제 21회 송은미술대상전’을 관람했다. 20인 작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이목을 끌었고, 특히 지하 2층 공간 자체에서 매력을 느꼈다. 원통형으로 뚫린 천장과 대비되는 어두운 공간이 웅장함과 함께 아늑함도 뿜어냈다. 그 공간에 놓인 권아람 작가의 <Walls(월스)>를 마주했을 때, 기자는 하나의 신호가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점멸하는 스크린 속 불빛과 반복적인 사운드가 묘한 감각을 전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지금껏 익숙하게 경험해왔던 평범한 언어와 소통의 형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아람 작가는 건국대 디자인조형대학 광고영상디자인전공 학사 졸업 후, UCL런던대학교 슬레이드 미술대학 파인아트-미디어 석사 졸업,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전공 박사를 졸업했다.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2018년 경기창작센터 창작레지던시, 2020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로 선정됐었다. 그리고 올해 제 21회 송은미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과 사념에서 시작된 텍스트와 언어, 미디어에 대한 구조적 사유를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권 작가는 2009년 싱글채널 내러티브 비디오 작업을 시작으로 매년 꾸준하게 전시에 참여하고,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작가의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보는 이에게 확실한 이미지와 감흥을 전하는 것이 분명한데, 그것이 어떤 언어의 형태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권 작가와의 인터뷰가 그 고민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 봤다.

하지만, 권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얻은 것은 작품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작가가 행하고 있는 언어에 대한 이해였다. 권 작가는 인터뷰 중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언어가 무엇이고, 예술인이 발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은연중에 언급했다. 작가가 하나의 작품관을 구축해나가는 것은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언어에 대한 정립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작품 <Walls(월스)>는 권아람이 끊임없이 다듬어 온 하나의 언어다.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소통하는 과정은 각자의 세계를 더욱 넓혀준다. 이 인터뷰가 권아람이라는 작가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창구가 되길 바란다.

▲21회 송은미술상 대상을 수상한 권아람 작가 ⓒ김재성 작가
▲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수상한 권아람 작가 ⓒ김재성 작가

제 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축하한다. 2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등 여러 수상 혜택을 받게 됐다. 수상 소감을 듣고 싶다.

축하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송은미술대상은 내가 처음 받는 미술상이다. 그래서, 정말 너무 기쁜 마음이다. 또한, 올해 송은미술상이 송은 신사옥 개관과 맞물려서 큰 주목을 받았다. 예기치 않게, 그 덕분에 나 또한 많은 시선을 받게 된 것 같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번 대상 수상작 <Walls(월스)>는 어떤 작품인가.

작업 초창기에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을 주로 했다. 스크린 작업을 계속하다가, 2017년쯤 미디어에 관한 주제 의식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면서 형식적인 변화를 추구하게 됐다. 기존에 지속해왔던 싱글 채널 비디오 내러티브 작업에서, 스크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물성을 형식적으로 풀어낸 작업을 시도했다. 이번에 선보인 <Walls(월스)>라는 작업은 스크린의 물성을 풀어내는 작업에서 그간 두드러졌던 특성들을 변주한 작품이다. 실험적인 시도들도 많이 가미시켰다.

스크린이란, 미디어가 생산하는 이미지들의 가장 마지막 종착지라고 본다. 우리는 그 종착지를 통해, 편집되거나 혹은 왜곡된 디지털 이미지들을 만나게 된다. 굉장히 재미있거나 혹은 사실적이거나 혹은 다큐멘터리적인 것으로 이미지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그 이미지들은 사실 조작될 수도 있고 혹은 어떤 기업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미지들의 이면에 주목해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 보고 싶었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로 좀 더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스크린, 거울, 관람객의 형상 등을 이어서 ‘현실과 가상’, ‘디지털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과연 실재적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했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는 재료에서 나타났다. 이전 작업까지는 공산품으로 만들어진 스크린을 사용했다. 이번 <Walls(월스)>에선 기성품이 가지고 있는 어떤 규격이나 틀을 벗어나고 싶어서 새로운 매체를 사용해봤다.

▲권아람, Walls, 2021, LED, 4채널 컨티뉴어스 비디오, 사운드, 아크릴 거울, 가변 설치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권아람, Walls, 2021, LED, 4채널 컨티뉴어스 비디오, 사운드, 아크릴 거울, 가변 설치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은 스크린이나 거울을 세우기 위해 바닥에 지지대를 세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번 대상 수상작 <Walls(월스)>는 천장에 매달려 있는 형태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선 시선을 위로 올려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형태를 추구한 이유가 있는가.

올해 송은미술대상은 새로운 공간을 기반한 작업이 이뤄졌다. 새롭게 개관한 ‘송은’은 헤르조그&드 뫼롱이 설계한 공간으로,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굉장히 큰 규모의 미술관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이 공간이 굉장한 재미 요소로 다가왔다. 작품 형태의 변화를 추구하게 된 계기였다.

‘송은’ 공간을 접하고, 내가 기존 작업에서 추구해왔던 규격을 그대로 가져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스크린은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상황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지지체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아가 내 작업과 공간이 협업하는 방식의 조화로움을 추구하고 싶었다.

<Walls(월스)>는 현실 속 오류일 수 있는 지점을 ‘데드 픽셀’에 비유해서 표현한 작품이다. 현실 속에서 스크린은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이면을 파고들면 그 이미지들이 완벽한 사실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접할 때 우리는 보통 이 이면들을 간과하고 있다. 기기에 굉장히 빠져들면서, 기기 자체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그 안에 이미지들에만 메이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이 이 기기의 스크린이 깨지거나 스크린 속 픽셀이 어긋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 현실을 인지하게 된다고 한다.

전시 공간 안에서 <Walls(월스)>가 오류 그 자체로 존재하길 바랐다. 스크린 상의 고장 난 픽셀 하나처럼 관람객들이 받아들여서, 유용한 사물인 스크린이 사실은 그 자체로 오류 덩어리일 수 있다는 것을 은유하고자 했다. 또한, 천장에 스크린을 매다는 행잉(hanging) 구조로 공중 어딘가에 떠 있는 오류가 생긴 지점을 말하고 싶었다. 오류가 유영하는 느낌도 담고자 했다.

공간이 언제나 숙제 같다고 했는데, 이번 송은은 어려운 숙제였나.

어떤 작가 분이 내게 해준 말이 있다. 작품은 때로 코끼리 같아야 하고, 어떤 때는 호랑이나 재규어, 또 어떤 때는 토끼처럼 작아야 한다고 얘기해줬다. 정말 공감이 갔던 말이었다. 항상 하고 있던 생각이 있었다. 작품이 언제나 같은 모습을 유지해서 누군가가 찾아와서 작업을 인정해주길 기다리기보다, 어디든지 잘 놓일 수 있게끔 제작해서, 작품이 관객을 찾아가게끔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봤다.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나는 좀 더 큰 공간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송은’은 재밌는 공간이었다.

공간이라는 숙제에 있어서 지난해에는 좀 색다른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신사동에 있는 더 그레잇 컬렉션에서 개최한 개인전 《프리즈》였다. 전시 공간이 작은 양옥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이어서, 내가 전시를 개최해 본 공간 중에 가장 작은 규모였다. 그래서 자주 해본 적 없는 굉장히 손에 잘 잡히는 핸디(handy)한 작업물을 만들었다. 규모가 작으니까, 조금만 해도 될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어려웠다. 규모가 작은 만큼 작업을 가까이서 봐야하고, 가까이서 보는 만큼 작업의 정교함과 재료의 면면을 뜯어보게 됐다. 개인전이라는 부담감도 있었고 새로운 시각을 갖는다는 지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재밌기도 했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는 권아람 작가 ⓒ김재성 작가

작가에게 ‘미디어’는 주요한 작품 창작 소재다. 어떻게 ‘미디어’를 고찰하게 됐는지.

싱글채널 비디오로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영상 언어들을 봤었고 어떤 직업을 택하던, 작업을 하건 영상을 다루는 위치가 됐다. 그런데, 그 영상 안에서 무언가를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감각이 내게는 매우 어려웠다.

싱글채널 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영상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영상이 디지털이면, 디지털이 보여주는 스크린이라는 사물을 왜 그렇게 매력적인지 고민했다. 거기서 ‘스크린이라는 사물과 만들어내는 영상의 관계가 무엇인지’와 같은 가장 기초적인 개념부터 재차 질문을 하다가 ‘미디어’라는 개념까지 온 듯 하다. 최근에는 그 관계성을 어떠한 조형적인 사물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빠르게 점멸하는 영상과 빨갛고 푸른색의 대비, 날카로운 화면 형태들은 보는 이에게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이런 아슬아슬한 감정을 심은 이유가 있을까.

‘미디어’라는 사물은 무엇이고, 사람들은 왜 점점 더 많이 미디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지 알아가고 싶었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미디어의 물질적인 측면보다 비물질적인 것이 더 자주 유통되는 현상과 미디어 속 가치가 현실에 존재하는 것보다 왜 더 커져가는 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지속했다. 완전하게 특정한 대상을 두고 비판하기보다, 미디어에 대한 거리감을 만들고자했다. 그런 생각의 제안을 다큐멘터리 식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예술적 언어로 표현했다.

작품을 시작할 때, 어떤 분들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발상을 얻어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는데 나 같은 경우는 작업을 하기 앞서, 주어진 조건을 개념부터 시작해 조금씩 연상해나가면서 작품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하고 초반에는 주제에 관한 단서들을 작품 속에 많이 배치해 내 나름대로, 굉장히 설명적인 작품을 만들었다고 봤다. 그런데, 나중에 돌이켜 작업을 보니, 그 단서들이 굉장히 암호처럼 느껴졌다. 이점을 인지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고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많이 고민했다. 그 결과 ‘스크린’과 ‘거울’을 찾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구체적인 이야기는 그냥 말로하거나, 텍스트로 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웃음)

▲인터뷰 질문을 듣고 있는 권아람 작가 ⓒ김재성 작가
▲인터뷰 질문을 듣고 있는 권아람 작가 ⓒ김재성 작가

작품 스크린에는 붉은색, 파란색 이외에 색깔도 등장한다. 혹시 색에 대한 의미도 있는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색은 ‘죽음의 블루 스크린’이라고 컴퓨터에 오류가 났을 때 떠오르는 블루스크린의 색상이다. 대게 페인팅 작업을 하는 분들은 어떤 장면을 보거나 혹은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대상으로 그리는 것 같은데, 나는 작업을 할 때 현재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이 찾아본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색상도 그런 과정 속에서 찾게 된 것이다.

‘죽음의 블루 스크린’에는 총 5가지 색깔이 있다. 파란색, 빨간색, 보라색, 하얀색, 검은색이다. 이 개념은 접했을 때 정말 재미있었다. ‘죽음의 블루 스크린’이라는 명칭도 무슨 문학 제목 같기도 하고 영화 제목 같기도 하고 공연 제목 같기도 했다. 흥미가 일어서 더욱 열심히 찾아봤었다. 그냥 오류 화면인데 왜 그렇게 많은 색깔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걸 왜 만들었는지 궁금증이 계속 일었다. 찾아보니,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류를 알리는 그 5가지 색깔이 개발자가 우연하게 뽑은 색이라고 한다. 다다이즘의 ‘다다’가 사전을 펼쳤을 때 튀어나온 것처럼, 그런 장난스러운 과정 속에서 정해졌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이 사실을 접했을 때 또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들이, ‘미술사’라고 어떤 학문으로 세워놓은 것이 사실 어떻게 보면 일상적인 호기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물면서 조금씩 이것저것 연상하고 찾아나가다 보면, 작업의 단서가 되는 것들이 떠오른다.

<언어의 재>, <미완의 언어>와 같은 작품 등 ‘언어’의 영상화 작업도 꾸준히 선보였다. 해외 경험 속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는 일화를 접했다. 당시 경험과 더불어, ‘언어’를 창작 소재로 택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왜 ‘언어’에 대한 작업을 하게 됐는지, 라는 질문은 정말 많이 들어봤다. 언어는 미술가들이 굉장히 많이 다뤄왔던 재료였기에 왜 또 굳이 ‘언어’를 택했느냐에 관한 질문이었다. 해외로 공부를 하러 떠난 것이 ‘언어’를 택하게 된 계기였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 것이 거의 처음인 때였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대화를 하다보면 ‘지금 내가 무슨 상황에 놓인 건가’하는 혼란을 많이 느꼈다.

그나마 영어는 조금 들을 수 있었지만, 불어나 독일어를 접할 때는 그 혼란이 더 가중됐다. 언어가 아니라 그냥 어떤 동물의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또 어떤 언어는 글자모양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기기도 했고, 어떤 언어는 소리가 굉장히 우울하거나 반대로 매우 경쾌하기도 했다. 그런 지점들이 너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언어의 층위가 글자 모양이라는 이미지, 소리, 의미라는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또한, 언어로 만들어진 각국의 문학들에 그 나라 고유의 성향, 역사, 신화가 모두 녹아있다는 것도 내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사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석사를 공부하면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겪었던 시기가 있다. 학사 때는 ‘a를 두 번 적어라, a와 b를 섞었을 때 무엇이 나오는 지 찾아봐라’라는 식의 공부를 해왔는데, 석사를 시작하고서 받게 된 질문은 ‘너는 그래서 뭐가 하고 싶어? 이번에는 무엇을 할 거야? 그게 왜 관심이 있는데?’라는 것이었다. 그 질문들이 정말 어려웠다. 내가 왜 그것에 관심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냥, 좋았을 뿐이었는데, 당시에는 내가 무언가를 주장해야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 지 찾아나가는 과정을 겪었다. 그리고 나는 항상 내가 마주하는 기본적인 개념들, 그리고 그걸 구조적으로 생각하는데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이 언어였고, 지금은 미디어로 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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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아람 작가가 자신의 작품 <Walls(월스)> 앞에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김재성 작가 

<Walls(월스)> 이전 작품은 거울이 교차되는 느낌이 강했는데, <Walls(월스)>는 관람객이 거울을 그대로 마주하는 형태다. 새로운 시도를 한 지점이 있는가.

이번 작업은 예전 작업에 비해 거울의 비중이 줄었음에도, 스크린의 형태가 같이 바뀌어서 거울과 스크린의 영역이 차이가 덜 나게 됐다. 거울과 스크린이 더욱 잘 맞물리다보니, 더 자연스러워진 듯하다. 이 때문에 이전 작업을 보신 분들도 거울 영역이 줄어들었다는 것에 큰 이질감을 느끼진 않은 것 같다.

초반 작업들에선 거울과 스크린이 서로를 반영하는 구조에 집중에서, 좀 더 재미있게 보여지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형식적 측면에서 거울과 스크린이 제 작업에 당연한 매체가 됐다. 이 과정에서 거울과 스크린의 전체적인 관계나 조화가 더 중요해지게 됐다고 본다.

2009년 이후 거의 매년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여 왔다. 10여 년의 작가 생활을 경험했다. 올해 첫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앞으로 어떤 작가로 나아가고 싶은가.

지금처럼 꾸준히 작업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스크린을 벗어난 새로운 매체를 사용해보고 싶기도 하다. 인터뷰를 보면 가장 어려운 질문이 마지막에 있는 것 같다. 이런 질문의 답은 작가에게 슬로건처럼 따라다니게 되는 것 같아서 정말 많은 고민이 든다. (웃음)

지금 나는 미디어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주제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그래야 된다’라고도 본다. 작가는 항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작업도 이어나가게 된다. 세상에 거리감을 두고 조금 다른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때로는 뾰족하게 때로는 거시적으로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