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49)
호미로 밭에다 공부를 했으면 박사가 됐을 거라는 우리엄마들은
장날이면 고운 한복치마저고리를 차려입고 장에 나온다.
이웃 동네 동무를 만나 국밥집에서, 혹은 버스를 기다리면서
농사에 대한 정보를 부려놓는다.
옛날 어르신들은 날씨로 한해 농사의 점을 치곤 한다.
초파일날 비가 내리면 깨가 여물지 않는다는 등,
음력 칠월 절기가 드는 날에 해가 곱게 지면,
농작물이나 가축이 잘된다는 등,
어르신들 옆에 앉아 있으면 농사에 대한 지혜를 절로 듣게 된다,
"아따매 내가 이래뵈도 밭에다 호미로 평생 공부를 했당께.
흙은 내 속을 알것제이,
새끼가 공부헌게 나도 밭에 나가 호미로 공부를 했당께.
어쩌요, 잘 여물었제이, 이기 기냥 된 것이 아니여,
우리 새끼덜 맴도 들어갔당께"
손등을 어루만지는 내게 소씨 할매가 던진 말이다.
시골장터에 가면 그들의 삶을 날것 그대로 들여 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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