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0)
방안에 앉아있으면 풀이 불러낸다는 할매들이 장에 나왔다.
그동안 고물고물 싸묵싸묵 맨 풀을 한곳에 모아 쌓았다면,
산 하나를 이루고도 남았을거라는 소씨할매는
병원에 누워있지 않고, 밭에 나와 일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자연은 거짓이 없어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
앞으로 뭣이든지 고개를 내밀것이라며,
장터마당이 마치 너른 밭이라도 되는 양,
땅 자랑에 저절로 봄꽃이 피어오른다.
겨울 내내 방안에 들어앉아 있다가,
밭에 나와 보니 봄이라는 박씨할매의 봄날은 밭고랑에서 저물어 간다.
부릴 수 있는 데까지 다 부리고, 사그랑이가 된 몸뚱이를 끌고
밭에 나와 기다시피 하면서도 호미질을 하는
우리 할매들과 엄마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밭에 씨 뿌리고 나면 두근두근 기다리는 마음은
농사짓는 사람만이 느끼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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