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2] 파장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2] 파장
  • 정영신
  • 승인 2022.05.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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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2)
1989 전북 순창장 Ⓒ정영신
1989 전북 순창장 Ⓒ정영신

 

장터에서 파장을 본다는 것은 장터 안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져온 짊 보따리가 가벼울수록 짊 정리하는 할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노인을 위한 유모차에다 농산물을 싣고 나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금새 파장이 된다는 박씨할매는 차비만 벌면 된다며 둥근 웃음을 짓는다.

장터에서 하루를 잘 놀았으니 본전치기라는 얘기다.

 

2015 충남 서천판교장  Ⓒ정영신
2015 충남 서천판교장 Ⓒ정영신

 

신경림선생의 파장이라는 시를 보면 장터는 농민들이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운곳이라고 했다.

장에 가면 농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은 물론, 운수가 좋으면

오랜만에 이웃마을 친구도 만날 수 있다.

이어 친구와 국밥집에서 막걸리 잔위에 농사를 부리기도 하고,

정치이야기로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풀어지곤 한다.

 

1993 전남 담양장  Ⓒ정영신
1993 전남 담양장 Ⓒ정영신

 

오징어를 안주 삼아 술판을 벌이는 것이 전부였던 옛날 장터와는 달리,

요즘은 교통이 좋아 팔도의 산물을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대에 산다.

그러나 6,70년대나 지금이나 농촌 현실이 황폐함은 마찬가지다.

장터 촬영을 마치고 시골 마을에 들어가 보면 사람 그림자도 볼 수 없다.

 

2015 충남 서천 판교장  Ⓒ정영신
2015 충남 서천 판교장 Ⓒ정영신


지금은 농기구 발달로 공동체적 삶에 대한 친근감도 사라지고 말았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끼리 품앗이로 그 많은 밭일이며 논일을 해냈다.

얼굴만 봐도 흥겨운 우리 민초들의 삶의 흔적을 만나러 장에 가자!

그곳, 장터에 가면 흥과 해학과 열린 장터 마당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