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3개월 걸린 3차 국립극장장 인선, 재공모 무색한 ‘삼고초려’ 결과 우려
[Hot Issue]3개월 걸린 3차 국립극장장 인선, 재공모 무색한 ‘삼고초려’ 결과 우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2.06.0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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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극장장 임기 지난해 9월 20일 종료
문화예술계 “국립극장장, ‘전통 기반 동시대 예술’ 정체성 지키는 인물 필요”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국립극장장 인선은 결국 마무리되지 못한 채, 새로운 정부가 결정권을 넘겨받게 됐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3월 2일 ‘2021년도 하반기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 계획’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극장장 공개모집 일정을 밝혔다. 지난해 9월 20일 김철호 전 극장장이 퇴임한 이후 세 번째 모집 공고였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앞선 보도에서 본지가 언급한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임명은 무산됐다. 당초 4월 중으로 예정됐던 면접시험 일정의 결과는 이달 3일이 되어서야 발표됐다. 임용후보자로 선정된 2인은 문체부 장관에게 추천되며, 역량평가와 ‘고위공무원임용심사위원회’의 인사심사를 거쳐 최종 1명이 극장장으로 임용된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면접에 참여한 후보는 5명이었으며 이 중 최종 임용후보자에 이름을 올린 이는 고희경, 전해웅 후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극장장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응시자가 6배수 이상일 경우, 「개방형직위 및 공모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제5조 제4항에 따라 서류전형을 통하여 5배수 이상으로 합격자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고희경은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원장이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센터장, 여수문화예술공원 예울마루 예술감독이다. 1987년 예술의전당 공채 1기로 공연기획자의 길을 들어섰고, 23년간 예술의전당에 재직한 후 2009년부터 4년간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초대 극장장을 역임했다. 

전해웅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은 지난 2019년 7월 17일 프랑스에 부임하기 전까지 예술의전당에서 30년 근무했다.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졸업,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교 DESS 학위(예술정책학),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 수료했으며, 예술의전당 근무 당시 예술사업국장, 지원본부장, 기획운영본부장, 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프랑스문화원장 임기는 올해 7월까지이다.

문화예술계 사정에 정통한 A교수는 “유력 극장장으로 거론되는 모 후보는 과거 오랜 기간 몸담았던 공공 예술기관에서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문체부로부터 인사징계를 통보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도망치듯 사표를 쓰고 나간 탓에 제대로 된 징계를 받지 않았고 이후로도 그는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왔다. 이러한 과거를 덮어두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국립극장의 책임자를 맡겠다고 나서다니 언어도단이다”라며 “더불어 전속단체와 다양한 소속의 사람들을 아우르며 운영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인 만큼, 한 장르에만 전문성을 띄는 인사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몇 차례 보도를 통해 강조한 바와 같이 국립극장의 미션, 즉 존재 이유는 “전통에 기반한 동시대적 공연예술의 창작으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 공고문을 통해 “극장장의 주요 업무 첫 번째는 공연작품의 예술성 향상 및 생산적 제작시스템 구축”이며, 이를 통한 ‘전통예술의 정통성과 정체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국립극장에는 국립창극단ㆍ국립무용단ㆍ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총 3개의 전속 단체가 있다. 2000년 국립오페라단ㆍ국립발레단ㆍ국립합창단이 국립극장으로부터 독립했고, 이어 2010년 국립극단도 재단법인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국립 예술단체의 독립법인화는 국가의 보호를 받는 예술단체를 시장의 논리에 맡기는 것으로, 효율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곧, 국립 예술단체가 시장 논리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시대적 전통공연예술 흐름을 선도하고 공공성을 회복해야 하는’ 곳임을 뜻한다.

문화예술 종사자 B씨는 “국립극장장은 ‘전통에 기반한 동시대적 공연예술을 창작하는’ 예술기관으로서의 국립극장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라며 “현재 공고문에는 국립극장장 경력요건 관련분야가 ‘공연대본, 연출, 문화예술 관리ㆍ경영 등 공연예술’로 명시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 ‘전통예술 분야’는 언급되지 않은 것이 의문”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예술경영인 C씨는 “면접을 본 후보들 가운데는, 최종 후보로 알려진 2인보다 극장 운영, 경영 관리 등 기관장 경험이 많은 경력자들이 포함돼 있었지만 결국 탈락했다. 명시된 자격 요건을 갖춘 이들을 배제하고 특정 장르에 특화된 인물을 선발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립극장장은 전통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경험이 충분한 사람에게 맡겨야 할 자리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중앙극장이 세계 속 국립극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줄 리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관장 선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국립극장 외에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전경
▲예술의전당 전경

특히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의 임기가 지난 3월 21일 만료되면서 차기 사장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임기는 종료됐지만, 유 사장은 차기 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근무 예정이다. 문체부 산하 기관인 예술의전당 사장은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다.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맏형 격인 예술의전당 사장은 기관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차기 사장 인선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현재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삼고초려’는 누군가를 데려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능력에 맞는 역할과 권한을 부여해 성과를 낼 때 완성된다. 지난해 11월부터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문체부의 국립극장장 임명을 두고 결격사유를 가진 최종 후보 논란, 특정인을 염두에 둔 인사 의혹 등 꾸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 결과 두 차례의 국립극장장 재공모를 거쳐 세 번째 임명 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인선인 만큼,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또다시 자격이 안 되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인사를 강행하려 한다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 5년의 제대로 된 출발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할 공정하고 상식적인 인사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