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6
장터에 가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이 있다.
아는 사람을 만나야 장터에 가는 명분이 생기듯,
서로 말을 건네받다가 즉석에서 형님 아우가 된다.
또한 장(場)에 내다 팔 소소한 물건을 들고나와
서로 교환하면서 정(情)을 나눈다.
교통수단이 마땅찮을 때는 마을 사람끼리 경운기를 타고 장(場)에 나온다.
제주도 세화장에서 만난 고씨엄마는 장날이면 경운기를 타고 나온다며
“매일 보는 바다지만 영감과 함께 바닷가를 달리니 참말로 좋수다”라며
호박꽃 같은 웃음꽃을 피워냈었다.
대전 유성장에서 만난 이씨할배는 경운기 가득 무와 배추등,
온갖 농산물을 싣고 나와 농사를 짓지 않는 지인을 만나면
순식간에 검은 봉지를 열어 뭔가를 넣어주었다.
밭농사는 여성들이 정성을 쏟는데, 인심은 할배가 다 쓴다.
농산물을 나눠주는 이씨할배에게 말을 건냈다.
“워매 아재, 할매한테 혼나면 어쩌까이.”
“그거 알고 있당가? 시방보다 더 어렵게 산
옛날에는 콩 한쪽도 나눠 묵고 살았네.
사람 정(情)으로 살아온 세상인디, 나눠묵어야제”
이렇듯, 장(場)에 가면
온갖 색과 냄새가 고여있는 사계절을 날것 그대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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