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8
이어령선생은 "어머니가 곧 도서관이고,
최초의 시이고,
최초의 드라마로 아직도 끝나지 않는
길고 긴 이야기책이라고 했다.
그리고 진짜 책은 딱 한 권으로 영원히 읽지 못하는
자신의 어머니라고 말씀하셨다.
장터에서 옷집은 엄마들의 수다방이다.
길 위에 옷을 펼쳐놓아 장(場)에 나온 엄마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모처럼 장에 나온 엄마들을 유혹하는 곳 또한 옷 파는 난전이다.
몇 해 전 블라우스 하나 사는데 반나절이나 걸린 할매를 만났었다.
행여 아는 사람이 지나가면 불러세워 블라우스를 얼굴에 대어보고
어울리는지 봐달라고 성화를 부렸었다.
이 또한 시골장만의 인심이자 정(情)이다.
하루 종일 옷을 고르고 입어봐도 성내지 않는다.
한 달에 서너 번 얼굴을 대하다 보니
단골손님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어 서로서로 사람 사는 정(情)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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