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59
요즘 장터에 가면 자연산 석화(굴)을 따와 파는 할매들을 만난다.
자연산 굴은 물 때(간조와 만조사이의 시차)에 맞춰 체취하기 때문에
다른 농산물에 비해 큰돈을 만들 수 있다.
함평장에서 만난 안씨할매는 내리 딸만 낳는다는
시어머니 잔소리를 피해 갯밭에 나갔다고 한다.
‘모진 개 숨줄이어라’ 라는 말로 시작한 할매는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바람의 길로 보내듯
자연산 굴을 국자로 저어가며 쉬엄쉬엄 말씀하셨다.
“아 글씨 말이여! 한참을 갯가에 앉아 뻘밭을 내다본께
숭숭 뚫린 구멍에서 기어 나오는 뻘기가 보이드랑께.
그때부터 작은 구멍을 손으로 파고 덮으면서 물때를 알았제.”
안씨할매는 갯벌서 발견한 작은 구멍 속에서
갯지렁이, 낙지, 석화, 뻘기 등을 잡아 장에 내다 팔았다고 한다.
접신한 무당처럼 갯벌에 빠져 세월을 한 뭉치씩 파다 보니
할매가 되어있더라며 낙엽 같은 미소를 지었다.
“물이 살아 있단 말이 맞어라, 하루는 안개에 갇혀 앞으로 쭉 걸어갔는디,
한참 후에도 뻘밭에 그대로 있드랑께, 어짠일로 이런다냐 하믄서 계속 걸었제,
물이 무서워지더랑께.”
안씨할매는 그 후로 물이 무서워 갯벌 밭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저작권자 © 서울문화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