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지구별 여행 이탈리아편, 바다 위의 도시 베네치아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지구별 여행 이탈리아편, 바다 위의 도시 베네치아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3.07.26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이번 호는 이탈리아 여행기 중 물의 도시로 불리는 베네치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파란 하늘 밑 120여 개의 섬, 물길을 잇는 400개가 넘는 다리와 동동 떠 있는 배들이 가득한 곳, 중세 건축물의 오묘한 조화가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베네치아 본섬은 4만 5천여 명이 살고 있고 하루평균 관광객은 6만 명 정도라고 하니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많다는 정보에 놀랐다. 로마 밀라노 피렌체 등과 함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도시 베네치아는 각국에서 모인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유독 활발한 곳이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베네치아는 막 문을 연 상점들이 즐비했고 육지에 있는 다른 도시에 비해 강하고 자유로운 컬러링의 수상가옥들이 관찰된다. 대운하의 좌우를 가로지르는 편한 교통수단 트라게토를 타고 바다 골목을 다니며 필자는 일행들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남기고 간 세월의 흔적 때문이었을까? 뭔가 숙연해졌다. 바닷물을 이겨낸 건축물 벽마다 녹조가 가득했으며 몇세기에 걸쳐 수리한 자국들이 선명하다. 바다 위의 삶, 이곳을 무너트리지 않고 지금까지 지켜낸 그들이 위대하다. 어떤 것이 그들을 지키낸 힘이었을까?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이유는 베네치아의 비릿한 공기와 하늘과 맞닿은 바닷길, 멋스러운 중세 건축물들, 음악과 미술, 건축미가 독특하게 자리한 곳, 다양한 기념상점들 등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한 낭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영화는 접하기가 어렵지 않다, 필자는 아주 오래전 고전 영화 ‘여정’이 떠올랐다, 닥터 지바고, 콰이강의 다리 등을 만든 데이비드 린 감독의 작품이다. 원작은 Arthur Laurents의 희곡 ‘뻐꾸기의 시간’ 이며 영화로 각색한 작품으로 이후 희곡, 영화뿐 아니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필자의 부모님이 대학생 때 개봉된 영화로 필자가 1990년대 접했을 때는 영화보다 영화음악을 악보로 만났다. 영화 포스터에는 중후한 이탈리아 남자와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을 한 여자 주인공이 레트로하게 그려져 있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배경이 베네치아다. 잠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미국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일만 했던 여주인공 제인이 자유와 쉼을 갈망하며 베네치아로 여행을 왔다가 이탈리아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인데 제목에서처럼 사랑의 여정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베네치아의 골목, 우연히 길을 걷다가 작은 유리병을 따라 골동품점으로 들어간 제인은 며칠전 본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멋있고 중후한 그 남자는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처음 만나는 날. 그녀에게 하얀 치자꽃 한 송이를 선물한다. 치자꽃의 꽃말은 청결, 순결, 순수이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곧 사랑에 빠진 두 사람. 베네치아에서 그들의 행위는 자유롭고 로맨틱하다.

행복도 잠시. 남자에게 지켜야 할 가정이 있으며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자각한 제인은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결국 사랑을 선택한 제인. 그들의 사랑은 매우 소중하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불꽃 같은 사랑을 하지만 곧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두 사람이기에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베네치아에서의 사랑은 현실 세계에서의 사랑과 이상세계를 넘나드는 주인공의 정서를 반영한다.

먼 곳의 여행은 떠날 때는 설레고 좋지만 돌아올 때는 마냥 아쉽다. 그곳의 공기, 만난 사람과 장소와 이별을 고해야 하는 법이다. 이와 비숫한 사랑도 있다. 떠나는 그녀를 좇아 하얀 치자꽃을 흔들며 기차를 향해 달려오는 남자.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여정’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사랑과 자유를 꿈꾸는 베네치아 사람들

베네치아에서의 기념품 중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가면이다. 베네치아의 여러 축제 중 카니발이 있다. 화려한 가면뿐 아니라 1만 점이 넘는 드레스가 구비되어있는 아틀리에가 즐비한데 축제 10개월 전부터 예약이 끝난다고 하니 축제의 열기를 실감한다.

16세기부터 유행한 가면극은 가면을 쓴 배우가. 극의 주제는 있지만, 배우가 포괄적인 줄거리를 즉흥적으로 끌어가는 형식이란다. 특히 베네치아에서 성행했다고 한다.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은 가면극은 등장한 배우의 캐릭터를 일반인들이 파티에서 연출하고 극 중 복식을 착용하게 되었는데 이후 일상에서도 배우들의 복장을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열망을 현실로 옮긴 베네치아인들이다,

또 남자들은 15세 이상만 되면 바다로 나가 선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일찍이 모험의 세계를 경험한 이들은 고향에 와서도 더 큰 자유와 일탈을 꿈꾸게 되고 결국 가면을 쓰고 자유를 즐기게 된다.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했단다. 하지만 성적으로 문란한 현상 속에서 도시에 사생아가 늘어나는 폐단이 생기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일정 기간에만 가면을 쓸 수 있도록 정부에서 허용을 하다 보니 그것이 지금의 카니발로 이어지게 된 것이고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자리하게 되었다.

사랑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이라면 베네치아에 다녀오라. 사실 비행기를 타고 가지 않아도 랜선으로도 충분하다. 필자는 나폴레옹이 응접실이라고 극찬했다던 산마르코 광장 둘레를 한참 걸었다. 괴테, 찰스디킨스, 카사노바가 즐겼던 단골 커피집에서 사악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들을 마주하기도. 에스프레소 향이 깊어진다. 이탈리아의 밤이 여러 날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