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 소개, 그림바위 예술발전소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 소개, 그림바위 예술발전소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3.10.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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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강원도 정선 화암마을에서의 이색적인 전시를 마치고 시골이 주는 정스러움에 한참이나 젖어있었다. 인간의 예술은 결코 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지만, 자연과 더불어 설치된 예술작품은 그 존재감으로도 감상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했다. 전시초대로 잠시 머물렀던 곳,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에 위치한 이색적인 미술관, 그림바위 예술발전소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숨은 미술관을 소개하고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산골, 강원도 정선

정선군(旌善郡)은 대한민국 강원특별자치도 동남부에 있는 군이다. 백두대간에서 시작된 골지천과 송천이 합쳐져 한강이 되는 곳 정선군 여량면의 아우라지가 유명하다. 특별히 한국 민요 아리랑의 발상지 중 한 곳이기도 한 정선은 매년 10월에 열리는 정선 아리랑제를 통해 정선아리랑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정선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아리랑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16년에 개관한 아리랑 박물관은 많은 자료를 보관하고 상설 전시하고 있다. 화암동굴도 정선군의 명소로 꼽히며 전통시장으로는 정선 오일장이 있다.

정선군 화암, 그림바위마을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좁은 산길로 입장을 하면 유난히 많은 바위가 진녹색의 자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경관이 수려한 소금강 계곡들은 물소리조차 시원하고 물줄기를 따라 마냥 달려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행정지명으로 지정된 화암마을이 여러 개로 검색이 되는데 이곳 강원도 정선의 화암마을은 한자의 어원을 따라 그림바위마을이라 칭한단다. 2013년경부터 시작된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매년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촌집 벽을 두른 그림벽화와 마을 곳곳에 세워진 조각품들이 파란 하늘 밑에서 잘 어울린다. 작위적으로 구성된 조각품들이 마을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고 자연이 예술을 돕는 것인지, 예술이 자연을 돕는 것인지. 잠시 걸었던 시골길에서 묘한 감동을 받기도!

그림바위 예술발전소

참으로 촌스러운 간판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유분방하게 보이는 포도나무에는 자줏빛 열매가 비상업적으로 맺혀서 알알이에 저절로 손이 간다. 전지 한번 안한 듯, 시큼한 맛이 딱 청정지역의 맛이다. 수세미같이 생긴 이름 모를 열매와 덩굴들이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둥근 아치길을 통과하면 푸듯이 정리된 잔디광장이 나온다. 해마다 열리는 키네틱 아트캠프를 통해 설치된 다양한 입체작품들이 정원에 한가득이다. 그림바위 예술발전소, 미술관 명칭도 재미지다. 원래는 변전소 건물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기전에는 전기발전소에나 있을법한 각종 기계들이 도시에서 옮겨둔 조각품같이 멋있게만 보였다. 용도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지겠지만 이곳 미술관은 시대의 흐름이 적극적인 예술로 승화되는 곳임에 틀림이 없다. 매달 기획전시를 통해 각 지역의 예술가들을 불러 모은 덕에 주민들은 문화를 쉽게 접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음악가의 야외공연으로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전시를 축하하고 여름 가을밤 장작불을 지핀다. 밤새 예술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창작을 꿈꾼다. 해가 뜨면 뚝딱뚝딱 미술 작업을 하고 해가 지면 내일을 기약한다. 도심 속 반짝이는 조명 밑에서 전시를 하고 지친 적이 있는 예술가라면 창작자의 초심을 되찾고 설레임을 얻어갈 수도 있겠다. 이 재미난 미술관에는 대문도 없다. 포도 넝쿨 아치가 입장을 알리는 전부다. 사실은 사방팔방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마당이다. 우연한 기회에 정선군 초대로 전시를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인근 식당에서 곤드레밥을 먹고 후다닥 화암 약수터로 달려가는 예술가들. 그들이 후식으로 마신 것은 탄산수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여유였고 휴식이다.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그림바위 예술발전소는 화암동굴과 화암 약수터의 중간지점이며 바쁜 현대인들이 잠시라도 머물며 흩어진 정서를 재정비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죽은 나무가 한그루 있길래 축복의 종을 주렁주렁 걸어둔 이유다. 다시 방문할 때는 더 낮은 운동화, 편지지를 챙겨야겠다.

 

<강원의 이색적인 미술관>

그림바위 예술발전소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4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