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아리랑 11주년, 동시대성의 모색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아리랑 11주년, 동시대성의 모색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2.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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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주재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영화 아리랑은 1920·30년대 당시 민중들에게 시대적 현실의 공감성을 얻고,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인기 장르였던 악극과 가극으로의 다양성과 확장성으로 동시대성을 확보하게 된 것”

“수많은 아리랑축제와 경창대회 등이 아리랑의 재창조와 공동체 정체성의 표상, 사회적·지역적 단결 역할의 기여 등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

1926년 10월 1일 단성사(團成社)에서 처음 상영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은 문화사적으로나 사회사적으로 충격을 던진 일대 사건이었다. 상상을 초월한 흥행을 기록하면서 이 영화는 이후 2년 6개월에 걸쳐 전국 각처에서 상영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흥행에 힘입어 영화의 주제곡이었던 <신아리랑>, 일명 '나운규의 아리랑'은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그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 영진의 처지가 당시 일제 강점기의 우리 민족과 동일시할 수 있는 분위기 때문이었으며, 노래 가사와 음이 구슬펐기 때문이다. 곧, 나라 잃은 민족의 설음을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이후 1929년 토월회가 막을 올린, 박진 연출 <아리랑고개>가 사람들한테 인기를 받으면서 ‘아리랑’은 널리 퍼진다. 이 <아리랑>은 해방 직후까지 재상영을 이어갔고, 연극은 많은 악극과 가극의 출현의 기폭제가 되었다.

영화 아리랑은 1920·30년대 당시 민중들에게 시대적 현실의 공감성을 얻고,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인기 장르였던 악극과 가극으로의 다양성과 확장성으로 동시대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의 차원을 넘어 세계 속에서 한국과 한민족을 상징하는 문화코드가 되었으며, 이제 아리랑은 세계 도처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12월 5일, 유네스코에서는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아리랑’을 선정한 이후 2014년 북한의 ‘아리랑’도 선정하였다.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영남지역에서도 <봉화아리랑>, <문경새재아리랑>, <예천아리랑>, <상주아리랑>, <영천아리랑> 등이 지역의 토속소리를 바탕으로 새롭게 발굴되었고, <대구아리랑>, <부산아리랑>처럼 지역을 표방하는 사설을 새롭게 창작하여 지역의 아리랑으로 등극하고자 하는 노력도 나타났다.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2013년부터 서울특별시와 (사)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 공동주최로 매년 10월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이밖에 ‘제17회 대구아리랑축제’(2019년), ‘제14회 문경새재 아리랑제’(2021), ‘제9회 영천아리랑 전국경창대회 및 대축제’(2021년), ‘2019 상주아리랑축제’, ‘제5회 예천아리랑축제’(2018년), ‘2018 수원아리랑축제’, ‘제3회 한반도 아리랑 축제’(2019), ‘제1회 구리아리랑 시민축제’(2018)등이 열리기도 하였다.

아리랑을 주제로 한 축제와 아울러 경창대회가 열리는 바, ‘공주아리랑전국민요경창대회’(국회의장상), ‘전국아리랑경창대회’(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 약 10개 남짓의 아리랑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상의 아리랑 경창대회와 축제등이 긍정적 시각도 있지만 아리랑의 재창조와 공동체 정체성의 표상, 사회적·지역적 단결 역할의 기여 등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리랑의 현 시대 가치 철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해 낼 것인가, 표현의 장을 어떻게 제공해 줄 것인가, 전승 주체자들에게 어떤 시대적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 국민들에게 어떤 예술적 감동을 줄 것인가 등등 동시대성의 맥락에서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