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3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 이색적인 미술관3
  •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 승인 2023.12.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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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감동의 옥탑방미술관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유승현 아트스페이스U대표, 설치도예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공간, 옥탑방 미술관

대한민국의 이색적인 전시공간을 기고하고자 물색하던 중 재빠른 제보가 들어왔다.

평소 창작에 열과 성을 보이던 작가의 반가운 소식이기에 그 정보만으로도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름하여 옥탑방 미술관.

어느 누가 봐도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있는 매우 빈티지한 공간인 이곳은 최근 아트디렉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광기 배우가 기획한 매우 특별한 전시 공간이다.

옥탑방 미술관은 70년의 유서 깊은 용문시장 근처에 위치하는데 그가 운영하는 전문 전시 공간, 갤러리끼(파주, 용문)와는 차별을 두고 옥탑방에 깃든 과거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오히려 전시된 예술작품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는, 특별하고도 이색적인 전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묘한 시대적 간극, 그리고 아련한 흔적

옥탑방 미술관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정감있는 공간으로 소개되는데 현대식으로 보이고자건물을 증축하거나 용도를 변경하지 않았다. 건물에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다. 벽지만 제거한 채 오래된 건물의 골격과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지난 시공간에 대한 아련한 흔적을 은은하게 남기고 있다.

이곳에 현대 미술을 추가하여 묘한 대조를 불러일으키는 ‘오묘한 시대적 간극’은 옥탑방 미술관을 좀 더 특별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전시장내 트라이앵글 모양의 천장 구조는 예술적인 환상을 불러일으키고 눈부신 자연광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체발광하는 기존 갤러리의 작품들과는 달리 작품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작품설치의 제한성, 좁은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명작이라야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을수 있다. 그동안의 아트디렉터경험을 통해 이광기대표만의 탁월한 기획력과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능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는 뜻이다.

작지만 큰 감동의 옥밥방미술관

작을수록 소중하다고 했는가? 이 협소한 공간에 설치되는 작품의 수는 적으며 전시 사이즈 역시 소규모일 수밖에 없지만 은밀하게 이 곳을 예약하고 찾는 관람객의 준비된 정서는 오로지 작품감상에 집중된다. 작품을 마주하고 서 있는 관람객. 그 감상의 행위조차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옥탑방미술관이다. 작고 낡았지만 큰 감동을 자아내고 있는 시공간이 된다.

최근 특별전 ‘현현의 빛’의 전시주제로 작품을 걸었던 김춘재작가의 작가노트를 살피니 “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다. 남들과 똑같이 보이는 풍경이지만 그것이 나에게 무언가로 다가왔다는 것은 거꾸로 내가 그 풍경에 어떤 감정을 이입했다는 것이다. (중략)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은 대상화된 나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관조라고 부른다.

칠흑같은 어둠은 깊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심오하다. 아스라이 보이는 풍경은 아스라한 기억을 자극하고 풍경속 깊은 어둠은 마음속 깊은 어둠을 각성시킨다. 그 가운데 내리는 한줄기 빛은 먹먹한 어둠속에 침잠해 있는 나를 깨워 밝은 빛을, 따듯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라고 적었다.

작가의 개성이 물씬 표현된 이번 전시에서의 작가 정서가 어쩌면 이 옥탑방 미술관과 흡사할지 모른다. 칠흑같은 공간에 한줄기 빛은 결국 좋은 작품이며 그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모습이다.

감정이입이 된 관조의 풍경을 전시함으로 우리는 과거로 들어가고 현재를 읽어내며 미래로 향한다. 이 빈티지한 공간에서 빛을 따라 감상의 결을 따라 가다보면 개개인마다 느끼는, 특별히 닿는 곳이 반드시 있으리라. 옥탑방미술관에 전시될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