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담은 전시, 채성필 개인전 《Origine: 원시향》
흙을 담은 전시, 채성필 개인전 《Origine: 원시향》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1.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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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17, 아트조선스페이스
‘흙과 달’, ‘물의 초상’ 등 총 23점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만물의 근원이자 생명의 시작점인 흙을 탐구하는 작가, 채성필 개인전 《Origine: 원시향》이 아트조선스페이스의 2024년 시작을 알린다. 아트조선과 TV조선 공동 주최, 아트조선스페이스 기획으로 오는 11일부터 내달 17일까지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채성필 작가 (사진=아트조선)
▲채성필 작가 (사진=아트조선)

채성필은 흙을 매개로 캔버스에 자연의 본질을 그려내, 대자연의 역동적인 생명력과 생동감을 표현해온 작가다. 작년 갤러리 뒤몽테유 상하이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현재 파리의 마리안느 이브라힘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원시향’은 작품의 제목이자 전시 제목이다. 근원의 향기원시향(原始香)과 멀리서 바라보는 고향원시향(遠視鄕)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2003년 도불해 현재까지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채성필에게 고국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작품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타지에서의 간절한 그리움이 항아리 형상의 달로 표현된 <흙과 달>을 비롯하여 <물의 초상>과 <대지의 몽상> 연작 등 총 23점을 선보인다.

▲흙과 달(230730), 2023, Natural pigments on canvas, 150x150cm (사진=아트조선)
▲흙과 달(230730), 2023, Natural pigments on canvas, 150x150cm (사진=아트조선)

흙은 역사가 깃든 곳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며 지리 문화적 특성을 지님과 동시에 본질적 공통성을 가진다. 작가 개인에게 흙은 유년시절을 대표하는 물질이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물가의 갈대를 꺾어 진흙을 적셔 드로잉한 이래, 흙에 대해 탐구해왔다. 

채성필의 작품은 자연의 원래 모습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종이와 캔버스는 나무고 주재료는 흙이며, 흐름의 자국만 남기고 기화된 건 물을 의미한다. 작업에 사용되는 먹물은 불에 탄 나무의 그으름을 모아 만들어진 불의 상징이며, 화면 바탕에 사용한 진주에서 온 은분(銀粉)은 금속을 나타낸다. 이렇듯 채성필은 고유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자연의 원래 모습(Origine)을 캔버스 위에 탄생시킨다.

작가는 진주를 곱게 간 은분을 캔버스에 수차례 칠하고, 진흙이나 먹 등을 정제해 만든 천연 안료를 뿌린 뒤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한다.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 작업한 뒤 마르기 전에 다시 세워, 캔버스 뒤쪽에서 양손으로 들고 물길의 흐름을 유도한다.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물의 흐름에 맡긴 채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다. 

▲물의 초상(2306012), 2023, Natural pigments on canvas, 116x89cm (사진=아트조선)
▲물의 초상(2306012), 2023, Natural pigments on canvas, 116x89cm (사진=아트조선)

<대지의 몽상>은 사막의 황량함을 나타내는 듯하면서도 갈대 군락이 풍성하게 우거진 듯하며 보는 이에게 그리운 고향의 흙냄새를 전해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변형 150호 크기의 대작 <물의 초상>에 담긴 경쾌하고 청량한 에너지는 세차게 일렁이는 파도를 연상시키며 넘실거리는 고향의 바다를 눈앞에 펼쳐지게 한다. 

김윤섭 교수는 전시 서문에서 “채성필의 그림은 화면 안에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창조적 자연의 형태를 보여 준다”라며, “캔버스 위에 물감 대신 흙을 뿌리고, 인위적인 붓질이 아닌 우연성과 시간성을 통한 자연의 체온까지 담아 생명성의 맥박과 리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무료로 진행되며, 일요일과 월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이다. 전시 관련 문의는 아트조선 스페이스(02-736-7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