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7
온 대지가 잠든 겨울의 새벽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인다.
새벽 4시 무렵, 어둠을 뚫고 트럭이 들어와 멈춘다.
동시에 또 다른 트럭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트럭 천막 사이로 간간히 들리는 소 울음소리가
잠든 대지를 깨우자 새벽이 일어날 채비를 서두른다.
소를 실은 차량들의 전조등이 어슴푸레한 새벽을 밝히는 가운데,
구슬픈 소 울음소리가 허허로운 공간을 메운다.
우시장이 개장하는 새벽 6시 무렵, 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트럭에서 내리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소,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주인과 사투가 벌어지는 순간이다.
소도 사람처럼 주민등록증 같은 귀표가 있어야 우시장에 나올 수 있다.
6시부터 경매에 들어가 8시 30분이면 우시장이 끝나버려
서글픈 노예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하늘을 올려보며 슬피 울어대는 어미 잃은 송아지의
애잔한 울음에 내 마음까지 무거워진다.
순간 영화 ‘워낭소리’에서 달구지에 나무를 실은 소와
지개를 지고 나란히 걷는 노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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