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전호환 동명대 총장 “호기심 많은 공대생에서 ‘예술’ 하는 별난 총장이 되기까지”
[Special Interview] 전호환 동명대 총장 “호기심 많은 공대생에서 ‘예술’ 하는 별난 총장이 되기까지”
  • 이은영 발행인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2.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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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어딨나, 좋아서 하는건데.”
‘조찬 클래식 음악 포럼’으로 대학과 지역사회 예술문화 활성화에 앞장서
공학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고 연구하는 학문
필요한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교육 방침⋯‘경험’ 위주로 교육의 패러다임 바꾸려 해
서예는 완전한 몰입이자 본인이 움직이며 만들어나가는 것⋯중국총연사와 전시 계획 중
‘환희의 송가’는 베토벤이 삶의 고통을 의지로 이겨내고 쏘아 올린 ‘환희의 불꽃’⋯‘하모니’ 강조

[김연신 기자·이은영 발행인] 누군가의 공간에는 그 사람의 취향이 묻어 있다. 동명대학교 전호환 총장의 집무실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그의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림을 걸 공간이 모자라 몇몇 작품은 바닥에 세워 둬야할 만큼 예술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 얼핏 보면 총장실이라기보다는 작은 갤러리를 방불케 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작품 앞에서 미소 짓는 전호환 총장의 모습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작품 앞에서 미소 짓는 전호환 총장의 모습이다. ⓒ김연신 기자

회화·도예·조각 등 약 30점의 작품이 빼곡하게 자리잡은 총장실의 풍경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전 총장은 소년같은 미소를 띠며 작품과 작가, 그들과의 인연을 하나씩 풀어놓았다.

부드러운 곡선의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백자들은 ‘불의 남자’ 이종능 도예가와 신한균 도예가의 작품이다. 책장 위에 올려진 쿠사마 야요이의 판화와 그 아래에 놓여진 고 이한우 작가의 수채화 작품부터 그림 그리는 화승 일당스님의 작품까지,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중에는 부산대 총장 시절 모교 출신 청년 작가 전시장에서 격려차 구입한 작품 등 작가들을 '후원'하는 성격의 작품들도 있었다. 그는 요사이 블루칩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변대용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그는 “(명색이) 총장인데, 가서 안 사줄 수가 없었다”라며 허허 웃었다. 당시 신진 작가였던 변작가의 성장이 그에게는 뿌듯한 보람으로 돌아왔을 터이다.

▲총장실에 놓여 있는 백자 달항아리가 은은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김연신 기자
▲총장실에 놓여 있는 백자 달항아리가 은은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김연신 기자

사람을 중시하는 그는 지난 달 2일 개최된 학교 시무식에 청소 용역업체 직원들도 초대해,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전 총장은 무대 배경으로 자신이 직접 쓴 신년 휘호 ‘마부정제(馬不停蹄)’를 내걸었다.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해온 개혁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개인전을 열만큼 꾸준히 서예의 선정(禪定)에 들어온 전 총장의 신년휘호는 힘과 기상이 넘쳤다. 시무식은 구성원들의 ‘하모니’를 강조하기 위해 베토벤 교향곡9번 ‘합창’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격조 있는 시무식’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대학은 오케스트라와 같다"라고 했다. 위기를 승리로 바꾼 혁명가의 교향곡 ‘합창’처럼 자신만의 아집을 깨고 공동체
발전을 위한 하모니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책장 앞에 세워져 있는 작품들 중 이한우 작가의 수채화 작품이 눈에 띈다.
▲책장 앞에 세워져 있는 작품들 중 이한우 작가의 수채화 작품이 눈에 띈다. ⓒ김연신 기자

참고로 전 총장은 2016년 부산대 첫 직선제 총장으로 취임해 당시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2021년 동명대 총장으로 초빙됐다.

취임 후 그는 파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현재 동명대의 핵심 교육철학이라고 할수 있는 실천 중심 교육, ‘두잉(Do-ing)’ 으로 대학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무학점 학기를 도입해 ‘1인 1악기’마스터, 1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 쓰기, 서예 연마하기 등으로 예술과 문학을 통해 학생들의 내면을 더욱 성장시키고 있다. 

학생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앞장서 문화 행사를 기획해온 전 총장의 열정은 ‘동명대 조찬 클래식 음악포럼’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조찬 클래식 음악포럼’을 개설하기 위해 4억 여 원을 들여 공연장을 리모델링 하는 한편, 그 자신도 강의에 개근해 놀라움을 더했다. 이는 예술을 사랑하는 그의 열정의 한 단면일 뿐만 아니라, 수강생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총장실 벽면에 걸린 그림들 중 우측 작품은 조영남의 작품으로, 전 총장이 전시를 여는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선물했다고 한다.
▲총장실 벽면에 걸린 그림들 중 우측 작품은 조영남의 작품으로, 전 총장이 전시를 여는데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선물했다고 한다. ⓒ김연신 기자

전 총장은 관심사가 생기면 반드시 해야 하는 '호기심 천국'이다. 영국에서 조선공학을 공부했던 공학박사에서, 서예 개인전을 열만큼 예술의 깊이에 천착해 나가는 그는, 승마, 요트, 태권도 등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는 만능포츠맨이기도 하다. 

'Doing'이라는 이상과 현실의 하모니를 이루는 교육철학을 도입, 관습을 깨고 혁신을 부르는 별난 총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몹시도 궁금했다. 서울문화투데이가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1월, 바다의 도시 부산에 있는 동명대 총장 집무실을 찾았다.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짓는 전호환 총장의 모습이다.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짓는 전호환 총장의 모습이다. ⓒ김연신 기자

- 공학도 출신이지만, 문화·예술에 끊임 없이 관심을 가지고 관련 활동과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가 어딨나, 좋아서 하는건데.(웃음) 나는 호기심이 많아서 세상에 있는 걸 다해보고 싶고 그렇게 살고 있다. 스포츠도 다 해보려고 하고, 최신 기기를 먼저 써보는 얼리어답터이기도 하다. 주판이 나왔는데 암기하거나, 컴퓨터가 있는데 주판을 쓰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공학이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고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에게 사용하는 기기를 만드는 학문이기에, 미적인 것, 예술적인 것이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폰 매니아들만 봐도 미적으로 훨씬 아름답다는 이유에서 아이폰을 선택하곤 하지 않는가. 인문학자나 사회학자가 추상적인 것을 연구한다면, 공학자들은 제품을 설계하거나 제조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미학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친근감 있게 다가가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조선공학 교수로서 조선공학과 학생들에게 해부학 수업도 듣게 했다. 자동차도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있기에 인체를 알아야 제품도 설계할 수 있다. 예술 역시 공학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예술 분야의 플레이어는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예술을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해 부산국제예술제(BIAF2023)가 2회째를 맞이했다. 조직위원장을 맡고 계신데, 1회와 달라진 점과 앞으로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2022년에는 39개 국가에서 796점의 작품이 출품했다면, 2023년에는 74개 국가에서 1,187점을 출품했다. 우리 대학에 두 분의 중국인 교수가 실무를 보고 있고 중국과의 네트워킹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금 3회차 기획 단계에 있는데, 지난번보다 체계도 잡혔고, 규모도 커졌다고 생각한다. 

▲조찬클래식포럼 현장
▲조찬클래식포럼 현장 (사진=동명대학교)

- 지난해 동명대에서는 ‘조찬 클래식 음악포럼’을 진행했다. 수강료 무료에다 식사까지 지원하며 매회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일반인들의 문화예술 교육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계기가 있는가?

나는 부산에서 열리는 다양한 조찬 포럼은 빠짐없이 참석하곤 하는데, 동명대를 예술을 매개로 지역사회에 알리고 싶었다. 어떤 조직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하나만 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조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공연홀 리모델링에 4억 원 이상 투자했다. 많은 예산이 필요했던 만큼, 처음 기획 당시에는 돈을 받을까도 생각은 했지만 씨앗을 뿌리고 선순환을 만들고자 무료로 진행하게 됐다.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동명대학에서 이런 것도 하네”로 시작해서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는 듯하다. 140명 가량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고, 발전 기금도 꽤 들어왔다. 뉴아시아오페라단장인 그레이스조가 주임교수를 맡아, 훌륭한 강사진을 꾸려 참석자들의 참여율도 높아 큰 보람으로 여긴다. 지역사회를 위한 열린 음악회와 토론 문화의 활성화를 목표로 시작한 사업이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포럼을 서양 미술사 포럼까지 2개로 나눠 운영할까 생각 중이다.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시켜, 운영해보려고 한다.

- ‘조찬 클래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해 7월 강의 참여자들과 이탈리아 음악기행을 다녀왔다. 특히 베로나를 방문, 베르디 오페라페스티벌 현장 참관기를 부산의 한 언론에 기고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이도 들었고, 음악도 듣다 보니 ‘이제 음악 기행을 가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음악 여행을 가면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하게 됐다.

보통 특정 도시로 처음 여행을 가면 관광지 등 볼거리부터 볼테고, 한 세 번 쯤 가야 오페라를 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탈리아 베로나에는 2만 명이 들어가는 야외 콜로세움이 있으며, 인구 30만 도시에 오페라를 보러 60만 명이 온다. 그걸 보고 느낀 게 많았다.

우선, 외국에서는 문화유산을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도 경기장을 지을 때 음악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좋을 것 같다. 대형 공연장에서 스타 가수의 대중음악 콘서트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클래식 공연으로는 음향 등의 문제로 관객석을 채우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소회와 공연 감상기를 글로 써봤다.

-즐겨 듣는 음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힘이 들 때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듣곤 한다. 이 곡은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잃은 1824년에 초연되었던 곡이다. 전통적인 관습을 깨고 역사상 처음으로 기악만으로 연주되던 교향곡에 합창을 도입한데다가, 공연시간은 무려 1시간이 넘는다. 나는 ‘환희의 송가’가 베토벤 자신의 삶의 고통을 의지로 이겨내고 쏘아 올린 ‘환희의 불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우리 대학 시무식 때 이 곡의 연주를 모두 들었다. 

▲두잉 두잇 페스티벌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의 모습
▲두잉 두잇 페스티벌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동명대학교)

- 총장 부임 후 ‘무학년·무학점·무티칭’을 핵심으로 ‘Do-ing교육’을 통해 ‘서예의 미학’, ‘사진 예술학’, ‘1인 1악기’ 등 창의적인 교과 수업을 진행해왔다. ‘Do-ing교육’의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교육은 ‘정답을 고르는 식’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게 아니고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고등학생 아이들에게 “영어를 왜 배우느냐”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손을 들더니 “미국 ‘가시나’(여자) 꼬시려구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는 정답이라고 대답했다. 아이의 대답은 결국 ‘미국 가시나’와 소통하기 위함이란 것이고,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근본적인 이유도 결국은 소통이 아닌가. 그 시각으로 본다면 그것 또한 정답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건 정답이 아니다”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정답을 찾지 말라고 한다. 세상에는 꼭 정답이 있지 않은 것들이 많지 않은가.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 40’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 안에 선정된 미국 대학들은 이미 이런 기조를 가지고 교육을 행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은 자기 스스로 문제를 풀도록 하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수업, 직접 탐구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입식 교육이 빠른 시간 내에 지식을 쌓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주지는 않는다. 

필요한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교육 방침이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기르고자 한다. 문제 해결 능력은 다양성, 다양한 경험에 기반하기에 예술, 음악 등 다양한 것을 배우는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틀리더라도 ‘왜 내가 이 답을 냈는지’에 대해 설명할 줄 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성과 등 시행 결과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듣고 싶다.

두잉교육혁신센터 성과발표에서 학생들이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물론 이런 자리에서는 좋은 점만 이야기를 하겠지만(웃음). 세상 모든 것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동명대에서는 독서 10권당 1학점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독서를 독려하고 있다. 100권을 읽으면 10학점까지 이수가 가능하다. 이렇게 책을 읽는 동안에는 힐링이 되지만, 읽고 난 후에 남는 것이 없는 책들도 있을 것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은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나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보려고 한다. 

불을 가장 잘 끄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소방대원일 것이다. 가장 많이 꺼봤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 잘하는 법이다. 학생들이 ‘경험’에 중점을 둘 수 있도록, 곧 학기 체제를 3학기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수업의 비중을 줄이고 인턴의 비중을 높여, 1년 중 4개월은 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천여 개의 회사와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동행서예전 당시 전 총장의 모습
▲동행서예전 당시 전 총장의 모습 (사진=전호환 총장)

- 서예 개인전을 열 정도로 서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마루야마 코우웨이 전 일본 총영사와 2인전을 개최해 서예를 통해 한·일 양국의 소통을 도모한 적도 있다. 서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서예는 아주 어린 시절,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다. 경남에서 열린 서예대회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다. 이후 한동안은 붓을 잡지 않았다가 부산대 총장으로 부임할 즈음 다시 잡게 됐다. 그전까지는 한자를 써본 적이 없었는데, 한글과 한자가 획이 비슷하기도 하고 붓을 만질 줄 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몸이 기억하고 있던 것처럼 써졌다. 자전거도 어릴 때 배워두면 나이가 들어서도 감이 남아있듯, 몸이 기억하고 있던 것 같다.
 
서예를 하는 시간에는 완전한 몰입이 가능하다. 음악을 듣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음악은 가만히 앉아 수동적인 자세로 듣는 것이라면, 서예는 본인이 움직이며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서예는 선물하는 보람도 있는데, 종종 일본이나 중국 사람들도 내 작품을 보고 놀라곤 한다. 이렇게 계속 해오다 보니 작품을 팔 기회도 몇 차례 있었다. 용돈벌이도 되는 것 같다. (웃음)
 
‘가까이 있는 사람들끼리 잘 지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총영사와 한일 동행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했었다. 이번에는 그때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중국 총영사와 함께 전시를 진행하려고 구상 중이다.
 
- 앞으로 문화예술 관련 진행하고 싶은 사업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나는 소통과 협업을 중시한다. 두잉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악기로 협연을 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음악 공연과 같이 ‘하모니’가 중요하다. ‘합창’이라는 곡을 연주하는데 홀로 ‘비창’을 연주할 수는 없지 않은가. 교수들 역시 자기 학문만 할 게 아니라 대학과 지역사회의 지속과 공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건립 과정에 있기에 ‘가수들은 많지만, 무대 제작과 연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부족하다’는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에 발맞춰 무대 제작, 연출과 관련된 학과 개설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미 엔터테인먼트 학부가 있으니 꼭 학과가 아니라도 전공으로라도 개설할 수 있다. 

또 부산에는 아트페어도 많지 않은가. 크리스티와 협업해 아트 옥션 학과를 개설하려고 한다. 요즘은 작가들이 사이버 갤러리를 통해 항상 경매가 가능하게끔 열어두는 추세다. 학생들이 만 원짜리라도 직접 옥션에 올려 보고, 경매에 참가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아가는 학과를 만들려고 한다.

이외에도 승마학과, 피아노 조율학과 등 새로운 학과를 개설해보려고 이것저것 생각 중이다. (휴대폰을 집어들고) 지식은 요즘 여기서 얻을 수 있다. 대학은 대학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총장이 직접 쓴 글이 인쇄돼 있다.
▲전 총장이 직접 쓴 글이 인쇄돼 있다. ⓒ김연신 기자

- 청년들의 문화예술 장벽을 낮추는 데 힘써 왔다.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문화 예술 향유의 태도나 경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청년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세상에는 즐거운 일과 의미 있는 일이 있는데, 즐거움과 동시에 의미도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보면 여행이 있다. 나는 삶을 여행하듯,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면서 살아왔다. 영국에서 대학에 다닐 때도 공부만 한게 아니고 각종 스포츠를 다 즐겼다. 호기심이 많고 워낙 겁이 없다 보니 비행기와 요트를 만들어 타본 적도 있다. 그러면서 놀러도 다니고 술도 먹고 책도 읽고 많은 경험을 했다.

샤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에 “Youth is not a time of life. It is a state of mind”라는 시구가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시기가 아닌 마음의 상태(the state of mind)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수영, 승마, 음악, 등산 등 하고 싶은 것들로 스케줄이 꽉 차있다. 스무 살에도 용기와 열정 없이 도전하지 않는다면 노인으로 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80세 노인이라도 새로운 것을 보면 가슴이 뛰고, 도전한다면 그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도전, 용기, 열정이 청춘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