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간  한국 판화…세르누치미술관 《한국현대판화 컬렉션展》
파리에 간  한국 판화…세르누치미술관 《한국현대판화 컬렉션展》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3.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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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세르누치미술관
김상구·홍선웅·임영재 등 18인 기증작 38점 선보여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파리에 한국 판화를 알리는 전시가 찾아왔다. 6월9일까지 파리 세르누치미술관에서 《한국현대판화 컬렉션展》이 열린다. 총 18명의 작가의 기증으로 38점의 기증작이 전시된다.

▲홍선웅,산다화(山茶花), 목판채색, 142X121cm, 2011
▲홍선웅,산다화(山茶花), 목판채색, 142X121cm, 2011

동아시아 미술작품 전시로 유명한 세르누치미술관은 지난해 기증받은 38점의 한국판화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실시, 지난 19일부터 6월 9일까지 상설전시장인 회화실에서 1부와 2부로 나눠 전시를 개최한다.

2년 전 파리한국문화원에서 열렸던 ‘한국-프랑스 현대목판화전’은 김포문화재단과 베르사이유 시의 기획 속에서 이루어진 전시로, 김상구, 홍선웅, 임영재, 김억, 박영근, 안정민, 이경희, 민경아, 정승원을 비롯해 한국의 판화가 18명, 파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김희경 작가를 포함해서 Anne PAULUS, Catherine GILLET, Maria CHILLON, Herman STEINS 등 프랑스 작가 14명이 참가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파리한국문화원과 베르사이유미술대학 미술관에 전시됐던 작품들 중 작가들이 선별해 기증한 작품 38점을 선보인다.

동아시아 미술관인 세르누치미술관의 마엘 벨렉(Mael BELLEC) 학예실장은 한국-프랑스 현대목판화전을 보고 당시에 전시 총감독을 맡았던 베르사이유미술대학 김명남 교수에게 작품 기증의사를 물었다. 김교수는 작가들과 협의 끝에 2024년도에 기증 작품들을 세르누치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것을 약속받고 한국판화 38점을 기증하게 됐다.

 “글과 이미지를 대량으로 보급하는 첫 번째 수단이었던 판화는 보통 인간이 만든 오래된 방식으로 이해됐고, 점차 재생산의 기능을 못하면서 19세기 후반부터 그 가치를 잃어 갔다. 그런데 아시아에서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조형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이 분야가 완전히 재조명되어, 판화는 자체적인 기술과 기준이 있으며 때로는 구분된 용어를 사용하는 예술의 한분야로 자리 잡았다. 많은 한국의 작가들이 판화에 전념하거나 다른 작업과 병행하여 판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다양한 종류의 판화기법을 상기해 주고 4월 29일부터 열리는 2부전시는 판화라는 매체와 역사에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작품의 표현방식을 다룬다.”   

 - 마엘 벨렉 학예실장의 전시 서문 中 -

▲LEE Kyung Hee Coincidental Inevitability1944 woodengraving muk collage kore
▲LEE Kyung Hee Coincidental Inevitability1944 woodengraving muk collage kore

그동안 한국과 프랑스와의 판화교류에 앞장서 온 김명남 교수는 “한국 목판화는 남북 분단의 한반도 역사와 정체성을 흑백의 이미지로 담거나 철학적 사유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대부분인 반면, 프랑스 작품들은 목판의 재료적 특성과 테크닉을 회화적 어법으로 환원시킨 작품이 많았다”라며, “양국의 목판화에서 동일한 언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목판이 지닌 재료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보며, 앞으로도 자주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 한국과 프랑스의 목판화 교류가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2022년, 김명남 교수를 총감독으로 김포 아트빌리지 아트센터에서 한국-프랑스 현대목판화전을 유치할 정도로 열성을 보였던 홍선웅 작가는 “사실 세르누치미술관은 잘 몰랐는데, 이응노 화백이 생전에 세르누치미술관에서 주관하는 동양미술아카데미에서 20년간 수업을 하면서 작품 100점을 기증한 것을 알게 됐다”라며, “그걸 알고 마음이 크게 움직여 파리에서 전시 중이던 작품인 <시암리 초소>와 <산다화> 등 대작 4점을 선뜻 기증할 수 있었다” 라고 작품 기증 계기를 밝혔다. 

한편, 세르누치미술관은 1978년에 김기창, 이상범, 변관식 전을, 1980년에는 장우성 개인전, 1989년에는 이응노 회고전을 개최한 바 있다. 2015년에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기획전으로 ‘프랑스의 한국 작가들’전을 개최, 배운성, 남관, 이성자, 김환기, 문신, 이응노, 한묵, 방혜자, 이우환, 박서보 등 근현대 한국작가들 작품을 소개했다. 지난해는 김창열의 ‘물방울과 선’전, 올해는 ‘한국현대판화전’을 통해 한국미술과 깊은 인연을 쌓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