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 <공연예술의 뿌리를 찾아서 V> 중국편1
[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 <공연예술의 뿌리를 찾아서 V> 중국편1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 승인 2024.03.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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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시원에서 미래를 찾아내는 작업 -샤마니카 행사4- 시원문화축제 2000/2001
In search for roots of Performing arts in Primieval Culture

올해로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 은 새천년을 맞이하여 <한 .몽고97>, <한. 히말라야 98>, <춤극의 원형을 찾아서 99(인도 베트남)>에 이어 <중국 의 탈춤>을 조명하기 위해 우선 사전답사를 준비했다. 2000/2001년은 새천년을 맞이하는 해로 마음은 더 설레었다. 원래는 중국의 무속문화를 조명하여 우리나라 무속문화와 비교 분석하고자 하는 뜻이 원래의 목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의 내부 상황은 ‘모택동의 혁명’으로 인해, 특히 <문화혁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전통의 모든 문화적인 유산을 깡그리 파괴했다. 중국본토는 참으로 지식이 바탕이 된 모든 문화라는 흔적은 씨알도 없이 사라진 현실 속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판이었다.

그러한 중국의 상황은 일찍이 1988년도 천안문 탱크 앞에서 반항하던 청년을 연상시켰다 당시 <한. 중 문화예술 비평세미나>에 참석하여 중국의 북경, 연안, 상해를 둘러보며 문화혁명의 후유증의 현장을 목도한 바 있다. 문화인이 당하고 문화유산이 깡그리 파괴된 현장과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국의 지식인들이 얼마나 무섭게 당했는지를 보고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하며 중국 정부의 답을 기대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 정부는 무속은 답사하기 불가능하나 탈춤은 복원과정에 있으니 혹 관심이 있다면 초청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그리하여 나는 서울대학교 문리대 후배이며 중어중문과 출신 한양대학교 중문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오수경 교수의 도움을 받아 이 일을 진행하였다. 오 교수는 ITI 한국본부가 1993년부터 김의경 당시 부회장이 주동이 되어 창설한 BESETO 연극제를 진행하며 손발을 맞춰 오고 있었다. 

1999년도 UNESCO 한국본부와 진행한 <한 · 히말라야권 샤마니카페스티벌 98/99>의 성공적인 성과는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고, 중국과의 행사에도 관심이 커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90/91년도 UNESCO를 통하여 서방세계에 문화교류의 문을 연지 얼마 안 되어 그들은 조심스럽게 문화개방을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나라 행사에도 천천히 발을 내딛고 있었다.

1999년도 8,9월부터 서신을 통하여 조심스럽게 다가간 교류는 2000년도 초반에야 초청허락을 받았다.

<안휘성 귀지>로의 사전답사

우리를 흥분시킨 것은, 가능하면 음력 정월 초 이튿날 (토끼의 날) 지나서 바로 오면 중국의 같은 성씨를 가진 두 마을이 함께 지내는 <정월 제사>와 <보름 굿>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 기쁜 소식은 정월고사를 지내며 다 사라진 탈춤 복원과정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는 귀띔을 오수경 교수를 통해 받았다. .

한국공연예술원 사무국 식구들 두 사람과 오수경 교수, 북청사자놀이 문화재를 아버지로 모시고 있으며 세계의 탈/가면의 대가의반열에 오르고자 뜻을 세운 고려대 전경욱 교수와 함께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우리는 추운 정초에 비행기에 올랐다. 참으로 그 어느 때 보다도 흥분되는 여행길이었다.

어렸을 때 할머님이 ‘정월 이튿날이 지나고 나서야 남의 집에 가야 한다’고 한사코 주의를 주시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첫 일정은 한밤중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같은 성씨를 가진 두 마을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닭도 잡고 집집마다 나무쟁반에 몫몫이 제사음식을 차려와서 사당에서 정중히 제를 올렸다.

제사 음식으로는 생산을 상징하는 알, 새알이나 생선알(다산을 상징한다 함), 생선과 밥 등이었다. 가짓수는 많지 않아도 제각기 정성 들여 가지고 온 쟁반은 간소하나 한 해 복을 비는 마음은 가득하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것은 함께 지낸 모든 식구들의 밥을 지은 큰 가마솥의 마른 누룽지 맛이다. 끝으로 이 글의 근간을 이루는 ‘샤머니카’의 어원을 이전에 펴낸 책을 통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Shamanika의 어원

'샤만(SHAMAN)'은 He who knows라는 뜻의 시베리아 어원(만주어: 살만)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한문으로는 무(巫)・무당(巫堂)·무속(巫俗)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샤만', '샤마니즘' 등의 용어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무속'을 이르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개념 속에는 인류문화의 근대화, 서구화 경향에 따라 원래대로의 '시원적 가치가 훼손되고 오히려 가치 저하된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속(俗)이 지니고 있는 인류 본연의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유구한 인류 역사 속에 면면히 승계되어 왔고 또한 온 세계에 지역적으로 분포되어온 다양한 '샤만' 문화의 본질과 그 가치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통일적 용어 제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샤만' 문화가 인류의 시원문화로서의 위상을 갖춤에 있어서는 '샤만' 문화 그 자체의 고유 실체와 가치가 편견없이 탐구되고 저급문화 행위로서의 낙인으로부터 탈피하여 인류문화의 근원적 실체로서 그 가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 그 인식의 전제가 되는 용어상의 개념 통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바, 새로운 개념으로서' 샤마니카(SHAMANIKA)' 라는 용어를 도입함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SHAMAN'의 용어와 융합된 어미 '-ika'는 영어의 'ics', 라틴어의 'ica'와 같은 뜻을 지닌 희랍어의 어미로서 어떤 한 분야의 학(學), 술은 물론 그 발생, 기원, 변화를 포함하는 모든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샤만'이란 용어의 단편성보다는 인류 본연의 시원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성이 인정되는 '포괄적 의미를 지닌 샤마니카' 개념의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자 한다.
 


출처

샤마니카 2000·2001 『마을굿과 가면(假面)놀이』
-공연예술의 뿌리를 찾아서 Ⅳ-
국립극장·(사)한국공연예술원(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