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소리와 공간의 관계성에 집중…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현장에서] 소리와 공간의 관계성에 집중…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3.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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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3개 섹션·양림동 일대까지 10개 소 확장
9.7~12.1, 30개국 출신 작가 73인 참여
변화하는 환경과 생태의 판소리, ‘판(공간)과 소리’로 중의적 해석
베니스 연계전시 의문 지적에, “베니스에 광주 보여주는 것 의미”
니콜라 부리오 감독, '몽유도원도' 애정해 포스터에 반영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오페라, 판소리와 같이 보고 들을 수 있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박양우)는 지난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방향성 및 참여작가를 발표했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과 박양우 대표가 참석해 이번 비엔날레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기자간담회 현장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기자간담회 현장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

오는 9월 개최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에는 30개국 출신 73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 주위에서 비가시적으로 편재하는 다양한 생명체들과 감응하며, 동시대 공간을 창의적 방식으로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하여 판소리 정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소리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이 있었다.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이에 “소리가 아닌 ‘소리와 공간의 관계성에 집중했다”라며, “판소리처럼 문학이 음악이 되듯, 관계맺기의 중요성에 집중하고 싶었다”라고 답변했다. 작가 선정 기준에 대한 질문에는 “첫 번째는 작품성이고, 두 번째는 ‘전시의 주제와 잘 조응하는가’였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가 베니스비엔날레와 연계해 전시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광주가 베니스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박양우 대표는 광주비엔날레가 광주시와 맺는 관계를 이야기하며 관계맺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화두에 올렸다. 그는 “광주비엔날레의 작가 섭외면이나,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베니스비엔날레까지 가서 전시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광주비엔날레가 베니스비엔날레에 종속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첫 번째 이유로는 우리보다 100년 앞선 곳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뒀다. 두 번째로는 광주비엔날레가 세계적인, 아시아 최고의 비엔날레이긴 하지만 베니스비엔날레와의 경쟁이 아닌 ‘어떻게 하면 함께 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비엔날레의 의의가 경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축제로서 관람자들이 행복감을 느꼈으면 한다. 미술을 미술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축제인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향을 광주비엔날레에서 고민하고 있다”라며, “베니스는 관광지로서 많은 사람이 찾지만, 광주는 그렇지 않다. 외국인들 같은 경우는 대부분 서울에만 머물기 때문에, 더 많은 외국인들이 광주에 방문에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Bianca Bondi, Reivindicarla resiliencia
▲Bianca Bondi, <별의 연못에서 점치다(Haciendo vaticinios en estanques astrales)>,2024설치 La Casa Encendida, cur. 
Pakui Hardware collective (사진=라 카사 엔센디다 - Ph. 마루 세라노)

이야기를 전달하는 오페라 공간

비엔날레 측은 이번 광주의 주제인 ‘판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판소리는 ‘대중의 소리’라는 뜻으로, ‘서민 (subaltern)의 목소리’로도 풀이할 수 있으며, ‘판(공간)과 소리’라는 의미로 중의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은 소리와 공간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들과 대화하며 동시대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청하여 판소리 정신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소리로 다루고자 음악적, 시각적 형태를 아울러 연결 짓는 내러티브로 구성된다.

예술은 인간, 기계, 동물, 영혼, 유기 생명체 모두가 공유하는 우리의 ‘관계적 공간’을 재사유하게 하는 특정 장소기도 하다. 공간은 페미니즘부터 탈식민지화, 성소수자 인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방 투쟁을 잇는 교두보이기에 공간의 구분은 필연적으로 지정학적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일부 작가들은 인간의 흔적으로 가득 찬 동시대 지형과 도시상태 혹은 산업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재현함으로써 공간의 문제를 다룬다.

어떤 작가들은 기계, 동물, 영혼, 박테리아와 이외에 다른 형태의 생명체들과 대화를 이어가거나 세상을 이루는 분자를 관찰함으로써 우리의 공간을 개방한다. 또 다른 작가들은 현대 무속신앙을 발명하는 등 우주적 규모로 작업을 전개시킨다. 고도로 밀집된 지점부터 사막처럼 황량한 영역까지, 《판소리, 모두의 울림》은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오페라의 형태로로 기획됐다.

▲김영은 작가의 작품 중.
▲김영은 작가의 작품 중.

소리유형으로 나뉘는 공간

전시관에서는 세 가지 소리 유형 ▲'부딪침 소리(Larsen effect)' ▲'겹침 소리(Polyphony)'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가 공간적 상징으로 작용한다.

첫 번째는 라르센 효과(Larsen effect)로도 알려진 피드백 효과(feedback effect)로, 두 음향 방출 기기 사이에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이날 간담회를 마칠 때 쯤 마이크 문제로 귀를 찌르는 소음이 발생했는데, 이에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방금 겪은 현상은 “라르센 효과와도 접점이 있다”라며 센스 있는 설명을 첨언했다.

두번째는 다성음악 혹은 폴리포니(polyphony)로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서로 어우러지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은 힌두교의 ‘옴’ 혹은 현대 과학이 말하는 태초기 빅뱅의 잔여음인 태초의 소리다. 

부딪침 소리 섹션(전시실 1, 2)은 피드백 효과를 다룬 곳으로, 모든 것이 서로 인접한, 모든 것이 전염되는, 그리고 즉각적인 반향실(echo chamber)이 되어버린  밀도 높은 공간의 음성 이미지를 보여준다. 겹침 소리 섹션(전시실 3)에는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된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전시실 4, 5) 섹션에서 작가들은 비인간적 세계와 ‘두 종류의 방대함’인 글리포세이트, 이산화탄소, 최루탄 가스, 환경호르몬, 비말과 바이러스가 참된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구한다.

양림동도 외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데, 양림동의 전시 ‘소리숲’은 본전시에서 뻗어 나온 장외 섹션인 동시에 일상적 삶의 환경 속에서 작업을 설치함으로써 그 속에서의 공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양림동의 옛 파출소와 빈집 등을 과감하게 활용하여 사운드 프로젝트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협업 작업을 소개한다.

▲Xinhao CHENG, Stratums and Erratics (사진=광주비엔날레)
▲쳉 신하오, <층위와 표석(Stratums and Erratics)>, 2023~2024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0 분 
(사진=작가와 타불라라사 갤러리) 

하나의 지역축제로

전시를 아우르는 부대 행사도 마련돼 있다. 9월 6일 개막식에는 한강 작가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밴드 위뮤(WeMu)가 협업해 작사한 노래를 선보이는 오페라가 준비돼 있다. 아울러 개막과 동시에 학술 심포지엄도 양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된다. 인류세의 문제를 공간과 소리, 과학기술을 포함하여 다양한 층위로 살펴보고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각국의 이론가와 창작가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병행 전시로 선정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기념전 《마당: 우리가 되는 곳》의 개막식을 통해, 광주비엔날레 프로그램의 주제와 특징적 서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비디오 에세이 <판소리로부터 배우다> (Learning from Pansori)의 최초 상영을 준비 중에 있다. 프리미어 이후 온라인으로 공개될 예정인 영상은 니콜라 부리오가 집필한 시나리오에 기반하며, 일부 작업의 스틸 컷을 포함하고 있어, 일종의 예고편 역할을 하게 된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면면을 보면 그 동안 환경, 생태 등에 대해 작업해온 작가들로 떠오르는 작가들이 포함되었다”며 “관람객들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한편의 오페라와 영화처럼 만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전시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공간과 미래를 사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 포스터는 니콜라 부리오 감독이 평소 좋아하던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모티프를 따왔다고 알려져있다. 니콜라 부리오 감독은 평소 몽유도원도를 ‘한국 근대미술의 시작’이라고 평가할만큼 애정해온 바 있다. 포스터는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화려하고 밝은 색채의 버전과 SF적 요소를 융합한 버전, 2종으로 제작했다.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포스터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 포스터

다음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 명단이다.

사단 아피프(Saâdane Afif), 하시브 아흐메드(Haseeb Ahmed), 데니즈 악타시(Deniz Aktaş ), 노엘 W. 앤더슨(Noel W. Anderson), 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Andrius Arutiunian), 케빈 비즐리(Kevin Beasley), 벤디마겐 벨레테(Wendimagegn Belete), 비앙카 본디(Bianca Bondi), 도라 부도어(Dora Budor), 피터 부겐후트(Peter Buggenhout), 안젤라 블록(Angela Bulloch), 알렉스 세르비니(Alex Cerveny), 쳉 신하오(Cheng Xinhao), 최하늘(Choi Haneyl), 가엘 쇼안느(Gaëlle Choisne), 안나 콘웨이(Anna Conway), 빈타 디어(Binta Diaw), 존 도웰(John Dowell), 헤이든 던함(Hayden Dunham), 리암 길릭(Liam Gillick), 로리스 그레오(Loris Gréaud), 마티어스 그뢰벨(Matthias Groebel), 매튜 안젤로 해리슨(Matthew Angelo Harrison),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 아가타 인가든(Agata Ingarden), 전혜주(Hye Joo Jun), 전형산(Jun Hyoung San), 김형숙(Kim Hyeong Suk), 김자이(Kim Jayi), 김영은(YoungEun Kim), 도미니크 노울스(Dominique Knowles), 아그니슈카 쿠란트(Agnieszka Kurant), 권혜원(Hyewon Kwon), 네타 라우퍼(Netta Laufer), 브리아나 레더버리(Brianna Leatherbury), 이예인(Yein Lee), 오스왈도 마시아(Oswaldo Maciá), 미라 만(Mira Mann), 신시아 마르셀(Cinthia Marcelle), 블라디슬라프 마르코프(Vladislav Markov), 보 멘데스(Beaux Mendes), 미리암 미힌두(Myriam Mihindou), 나미라(Na Mira), 사디아 마르자(Saadia Mirza), 데이비드 누난(David Noonan ), 카트야 노비츠코바(Katja Novitskova), 조세파 응잠(Josèfa Ntjam),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 프리다 오루파보(Frida Orupabo), 리디아 오라만(Lydia Ourahmane), 미미 박(Mimi Park),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아몰 K. 파틸(Amol K. Patil), 해리슨 피어스(Harrison Pearce), 루시 레이븐(Lucy Raven), 타비타 르제르(Tabita Rezaire), 마리나 라인간츠(Marina Rheingantz), 마리나 로젠펠드(Marina Rosenfeld), 맥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 프랭크 스컬티(Franck Scurti), 손수민(Soomin Shon), 주라 셔스트(Jura Shust), 마리아나 심넷(Marianna Simnett), 소피아 스키단(Sofya Skidan), 아나스타시아 소수노바(Anastasia Sosunova), 야콥 K. 스틴센(Jakob Kudsk Steensen), 성 티우(Sung Tieu), 줄리앙 아브라함 "토가"(Julian Abraham "Togar"), 언메이크랩(Unmake Lab), 유얀 왕(Yuyan Wang), 앰버라 웰만(Ambera Wellmann), 캔디스 윌리엄스(Kandis Williams), 필립 자흐(Phillip Z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