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본, 최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5년 만에 내한
매튜 본, 최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5년 만에 내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4.03.28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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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9,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어워드 ‘역대 최다 수상자(9회)’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TIME)”로 일컬어지는 매튜 본 경(Sir Matthew Bourne OBE)이 5년만에 내한하여 최신작 <로미오의 줄리엣>을 선보인다. 

▲매튜 본 로미오와 줄리엣 by Johan Persson
▲매튜 본 로미오와 줄리엣 by Johan Persson

매튜 본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도 삽입된, 남성 백조가 등장하는 <백조의 호수>로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안무가다. 무용은 대중적이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이름 자체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86년 자신의 무용단을 설립한 이후 발표한 13편의 장편 작품들이 모두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현대 무용의 지평을 넓힌 공로를 인정 받아 2016년 5월 영국황태자(Price of Wales)로부터 현대무용계 인물로는 최초로 기사 작위(Knighthood)를 수여받기도 했다. 매튜 본의 공연은 국내에도 LG아트센터를 통해 2003년부터 8차례 -<백조의 호수>(2003, 2005, 2007, 2010, 2019), <호두까기인형!>(2004) , <가위손>(2006), <잠자는 숲속의 미녀>(2016)– 공연되어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였으며, 매튜 본의 최신작인 이번 공연은 2019년 <백조의 호수> 이후 5년만이다. 

매튜 본은 셰익스피어가 쓴 불멸의 로맨스이자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걸작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조한다. 새하얀 타일로 둘러싸인 벽, 경비원들의 규율과 통제로 가득한 '베로나 인스티튜트'. 어른들에 의해 '문제아'로 분류된 청소년들을 교정하는 이곳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두 남녀는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이어나간다. 그가 주목한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긴 필연적이고 아름다운 비극성이다. 그는 약물,트라우마, 우울증, 학대, 성 정체성 등 현대의 젊은 세대가 마주한 민감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묘사하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늘날 10대들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매튜 본 로미오와 줄리엣 by Johan Persson
▲매튜 본 로미오와 줄리엣 by Johan Persson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음악은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일에 맞춰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작곡가 테리 데이비스와 15인조 앙상블이 편곡 작업에 참여하였으며, 51개의 오리지널 스코어 중 30곡을 골라 순서를 재배치하고 5곡의 신곡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원작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강렬한 음악이 만들어졌다.  

매튜 본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지금 이 시대의 10대들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작품 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꾀했다. 매튜 본의 무용단은 2018년 영국 전역에서 만 16세에서 19세 사이의 무용수들을 선발하는 대규모 오디션을 개최하였다. 1,000명 이상의 지원자 중 워크숍 공연과 트레이닝을 거쳐 다수의 무용수를 정식 단원으로 합류시켰다. 이를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출연진들은 젊다 못해 어린 무용수들로 채워졌고, 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매튜 본은 20대 여성 안무가 아리엘 스미스(Arielle Smith)와 협업하여 다른 어떤 작품보다 파워풀하고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만들었다. 무용수들은 공연 내내 끊임 없이 뛰고 움직이며 고난이도의 동작을 펼친다. 특히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이 펼치는 파드되로 유명한 ‘발코니 신’은 두 무용수는 열정적이다 못해 한 몸이 되어 구르고 도는 경이로운 춤을 펼친다. 

매튜 본과 함께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던 무대/의상 디자이너 레즈 브라더스톤(Lez Brotherston)이 정신병원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타일로 둘러싸인 세트를 만들어냈으며, 폴 콘스타블(Paul Constable)의 조명 디자인은 일순간에 ‘베로나 인스티튜트’를 낭만적인 안식처로 바꾸는 극적인 효과를 창조해낸다. 

한국에서 공연되는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투어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차세대 무용수로 발탁된 각각 세 명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출연해 저마다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9년 초연부터 로미오 역을 맡고 있는 파리스 피츠패트릭(Paris Fitzpatrick), “무대 위에서 시종일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Theatre Scotland) 로리 맥클로드(Rory MacLeod), 2024년 <백조의 호수>에서 차세대 백조를 맡은 잭슨 피쉬(Jackson Fisch)가 ‘로미오’ 역으로 출연한다. 줄리엣 역은 카일리 미노그, 제이미 컬럼 등과 작업한 안무가 겸 무용수 모니크 조나스(Monique Jonas), <카 맨>, <미드나잇 벨>, <레드 슈즈> 등 탄탄한 경력을 보유한 브라이어니 페닝턴(Bryony Pennington),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발탁되어 단시간에 주역 무용수 자리에 오른 한나 크레머(Hannah Kremer)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