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Interview] 김수영 비토아트컨설팅 대표 “깊이 있는 ‘명화’ 감상, 관람객 각자의 의미 찾길 바라”
[Culture Interview] 김수영 비토아트컨설팅 대표 “깊이 있는 ‘명화’ 감상, 관람객 각자의 의미 찾길 바라”
  • 이은영 발행인‧이지완 기자‧김재성 사진기자
  • 승인 2022.11.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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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다가오는 문제로 시작되는 전시 기획
‘회화’만의 강력한 힘 있어, 인간을 가장 잘 말하는 매체
그리스로마 신화 통해 인간의 자아성찰적 측면과 근원적 이야기를 다뤄
‘제스처’, ‘열쇠’ 등으로 접근해보는 서사성 있는 전시 구축
도슨트 프로그램, 많은 공들여, 개인 관람객 위해 QR코드 활용한 해설도 운영
10월 영주문화관광재단 전시 이어, 오는 17일까지 제주아트센터 로비 쌈지갤러리서 전시 중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이지완 기자‧김재성 사진기자] “매일매일 성경책 한 장을 읽어가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나고 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서양미술사 속 99개의 손》,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 《반 고흐가 사랑한 우키요에》 등 세계 명작 레플리카 전시를 기획한 전시기획사 비토아트컨설팅의 김수영 대표가 전시 기획 과정에 대한 답을 전하며 한 말이다.

▲김수영 비토아트컨설팅 대표 ⓒ김재성 사진기자
▲김수영 비토아트컨설팅 대표 ⓒ김재성 사진기자

비토아트컨설팅은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고귀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세계 명화를 더욱 흥미로운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는 전시 기획사다. 명화 기반 ‘레플리카’를 소재로 현재 4개의 전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반 고흐가 사랑한 우키요에》 전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 콘텐츠를 주력으로 선보여 오고 있다.

비토아트컨설팅에서 비토(vito)는 ‘vital’ 즉 ‘생명’이란 뜻의 이탈리아 어 남성명사다. 생을 주는 자(life giver)라는 뜻의 비토(vito)를 사용한 이유는 전시를 통해 ‘생명’을 주고자 하는 의미다. 모든 전시 기획을 완성하고, 비토아트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는 ‘명화 레플리카’와 ‘체험’이라는 특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전시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미술사와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했다. 또한 현대미술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해왔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명화’를 주제로 삼고 있는 레플리카 전시 기획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김 대표는 학사 공부 이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MBA 취득까지 나아갔다. 이 과정 속에서 김 대표는 작품과 조우하는 매우 강렬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삶에 대한 고민, 스스로에 대한 깊은 방황의 시기에 김 대표는 미술사에 더욱 탐닉했고, 삶에 대한 문제나 방향성을 ‘미술’ 안에서 찾아나갔다.

비토아트컨설팅에서 선보이고 있는 4개의 전시 콘텐츠에는 서사와 서정이 서려있는 듯하다. 단순히 아름다운 명화를 대중에게 선보이겠다는 뚜렷한 목적 기저에는 어떻게 우리가 삶을 사랑하고 살아나갈 수 있을지 묻는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듯하다. 아마 그러한 느낌은 살아가듯 기획을 준비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호흡으로 작품을 천천히 마주한 김 대표의 태도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김 대표가 전하는 이야기 속 4개의 전시콘텐츠는 다채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 기획을 완성한 그의 태도와는 또 다르게 ‘재밌겠다.’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2시간 여 진행된 인터뷰는 그가 열정을 쏟아 완성한 전시 콘텐츠의 다양한 빛깔들이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비토아트컨설팅의 다채로운 전시 콘텐츠와 기획에 대한 김 대표의 건강한 에너지를 들어봤다.

명화를 기반으로 한 ‘레플리카 체험전’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어떤 계기로 기획을 시작하게 됐는가.

2017년 안동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선보인 《반 고흐가 사랑한 우키요에》 전시가 시작이었다. 전시 기획 처음엔 ‘명화’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았다. 처음 기획이 시작된 것은 ‘우키요에’였다. 내가 ‘우키요에’를 직접 접한 것은 20대 때 일본 배낭여행 당시였는데, 그 때 ‘우키요에’만이 가지고 있는 파격적인 면, 예를 들면 일상의 찰나에서 미를 포착하고 2차원 평면에 단순한 색과 선으로 새로운 형식의 공간을 창출하는 것과 같은 측면에 크게 끌렸다. 그래서 언젠가 한국에 ‘우키요에’를 제대로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키요에’가 일본 작품이며 ‘춘화’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대중을 위한 전시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컸다. 고민하던 차에 ‘우키요에’가 당시 새로운 조형 실험에 필요한 혁신의 실마리를 갈구하던 19세기 인상파 · 후기 인상파 등 유럽의 화가들을 크게 자극하고 유럽문화 전반에 예술적 영감을 부여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반 고흐 역시 그런 작가였다. 반 고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이지 않은가.

여러 고민과 접목 끝에 ‘우키요에’와 반 고흐 레플리카 작품을 접목한 전시를 기획해서 선보였다. 그리고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안동 문화예술의 전당 전시 이후, 그 해 연말에 구리아트홀에서 전시 문의가 들어왔다. 전시 기획이 너무 좋은데, 내년에 전시를 준비해줄 수 있겠냐는 문의였다. 그때 이 전시 콘텐츠가 대중에게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8년 구리아트홀 전시에는 8천 명 정도 관람객이 찾아왔다. 구리시 인구에 비하면 굉장히 많은 관람객 수였다.

처음 전시를 기획했을 때는 비즈니스 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기획을 시작하고자 했는데, 실질적으로 반응을 접하게 되니 조금씩 콘텐츠를 확장해나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콘텐츠가 상업성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전시들을 준비해나갔다.

▲제주아트센터 로비 쌈지갤러리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전시 전경 (사진=
▲제주아트센터 로비 쌈지갤러리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전시 전경 (사진= 비토아트컨설팅 제공)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서양미술사 속 99개의 손》,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 《반 고흐가 사랑한 우키요에》 등 세계 명작을 기반으로 한 4개의 전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기획한 콘텐츠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반 고흐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이자, 내가 매우 존경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반 고흐 관련 전시 콘텐츠는 그에 관한 오마주로서 시작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전시는 반 고흐가 남긴 편지글을 토대로 재구성하였고, 반 고흐를 포함해 13명의 작가 작품을 전시한다. 반 고흐의 대표작이자 풍경 이상으로 승화된 <별이 빛나는 밤>이 어떻게 창작될 수 있었는지 그 탐구의 여정을 함께 가는 전시다. 반 고흐 작품 주요 변화의 시기를 기준으로 네덜란드 시기, 파리 시기, 아를 시기, 생 레미 시기, 오베르 시기 총 5개의 섹션을 마련했고, 시기별 미술사적 중요한 화가와 주변 인물들과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전시다.

《서양미술사 속 99개의 손》은 ‘제스처’에 주목해서 서양미술사를 바라본 전시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 콘텐츠에는 흥미로운 요소와 교육적 요소가 모두 담겨있어야 한다고 봤다. ‘서양미술사’라는 거대한 콘텐츠를 어떻게 대중에게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명화 속에 사용된 다양한 ‘손’을 매개체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회화 속 인물의 ‘손동작’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담아 특정한 의미를 지닌다. 또 간접적이고 함축적 방식으로 작품의 주제를 암시하는 소재다. 따라서 ‘손’을 통하면 작품의 주제와 서양 미술의 특징을 모두 접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시에선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루벤스, 렘브란트 등 서양 미술사 30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해외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좀 더 상세한 설명과 갈래 안에서 집약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콘텐츠다.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시 전경 (사진= 비토아트컨설팅 제공)

‘제스처’나 ‘열쇠’ 등, 전시 콘텐츠 별로 접근을 돕는 특별한 소재들이 있는 것 같다.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열쇠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게 되면, 처음에는 신과 인간의 역할극적인 측면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된다. 그런 신과 인간이라는 이분법적 차원을 벗어나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통해 좀 더 인간의 자아성찰적인 측면이나 근원적인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했다.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는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기 위해 미궁에 들어갔던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시작된다. 서양문화의 기원과도 같은 거대한 ‘그리스로마신화’를 거대한 미궁으로 설정했다. 전시에선 ‘아리아드네의 실’ 대신에 ‘15가지 열쇠’를 제안한다. 이 15가지의 열쇠는 욕망, 유혹, 사랑, 형벌, 콤플렉스, 복수, 모방, 변신, 패닉, 괴물, 일탈‧탈출, 모험, 영웅, 금기, 운명이다. 관람객들은 이 키워드를 통해 그리스로마 신화를 스스로 이해해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내면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전시에서 주요하게 사용하는 소재로 ‘물’과 ‘거울’이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바다, 물은 굉장히 상징적인 소재다. 물 안에 투영되는 것이 욕망이 될 때도 있고, 때로는 물을 통해서 성찰과 회개의 순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지점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중요하게 다뤘다. 전시 전반에 나르시시스트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장치를 많이 배치해뒀다. 관람객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라는 거대한 콘텐츠 속에서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며 기획한 콘텐츠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선 수많은 해석이 있지만,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15개의 키워드를 통해 관람객 자신만의 해석을 얻어갈 수 있다. 전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표현한 클림트, 앵그르, 티치아노, 드레이퍼, 루벤스, 워터하우스, 아돌프 부그로 등 서양미술사 속 신화를 그린 주요화가들 19명의 대형 레플리카 작품, 영상으로 구성됐다.

 

 

전시를 기반으로 한 체험이나 이벤트도 체계적으로 준비돼 있다. 전시 관람 이외에 관람객들은 어떤 경험을 해볼 수 있는가.

전시를 기획하면서 관람객들이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보는 것 이상의 경험으로 제안하고자 했다. 먼저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시는 실제로 미궁을 빠져나가는 느낌을 만들어내고자, 전시장에 입장하면서 아리아드네에게 미궁이 그려진 카드를 받는 이벤트를 넣었다. 관람자는 전시를 보면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해독하는 ‘15가지 키워드’를 파악해 카드에 기록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이후, 미션을 완성하면 전시장 출구에서 ‘아리아드네의 황금 열쇠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전시에서 전하는 의미를 좀 더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안이었다. 전시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로 가발과 코스튬을 준비해 ‘그리스로마 신화 인물 코스프레’ 체험도 마련해봤다. 전시 관람 이후 방문객들이 신화 속 인물의 옷을 착용하고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최근 전시 기획을 준비하면서 ‘포토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어떤 분들은 전시장에 오셔서 포토존을 보고 ‘이게 무슨 전시야?’라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전시 기획 트렌드에 있어서 ‘포토존’은 중요하다. 실제로 전시에 와서 사진만 남기고 가는 관람객들도 있다. 그래서 매 전시 기획마다 특별한 ‘포토존’을 연출하고 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전시에선 ‘별이 빛나는 고흐의 방’과 ‘사이키델릭 스페이스’를 연출해봤고, 《서양미술사 속 99개의 손》 전시에선 명화에서 손 지점을 관람객이 바꿔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해봤다.

▲구리아트홀 《반 고흐가 사랑한 우키요에》 도슨트 프로그램 현장 (사진= 비토아트컨설팅 제공)

시각적 즐거움, 체험적 요소 이외에 좀 더 학술적이거나 감상의 영역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있는가.

내가 기획한 전시콘텐츠는 모두 문화예술 교육이 접목돼 있다. 문화예술 작품을 통해 명화에 대해 알고, 서양미술사, 그리스로마 신화에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지점은 도슨트 프로그램과 QR코드를 활용한 해설, 전시작품별 상세 캡션 등으로 준비했다.

전시 기관에서 요청이 있으면 매 전시마다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슨트와 함께 전시장을 함께 관람하면서, 전시 소재인 ‘손’, ‘열쇠’ 등에 집중해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해볼 수 있다. 도슨트 프로그램의 경우 기획에 있어서 정말 큰 노력을 쏟고 있는 지점이다. 도슨트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기본 원고를 실제로 내가 모두 작성, 검토하고 있으며 도슨트 교육도 철저하게 진행한다.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혼자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람객을 위해서 QR코드를 활용한 해설도 운영하고 있다. 매 전시마다 작품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하고 충실한 캡션들을 설치했다. 현장에서 읽을 수도 있지만, 관람객 혼자 작품을 즐기면서 자세히 느껴볼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해둔 것이다.

각 전시콘텐츠 별로 흥미로운 서사성이 있다고 느낀다. 전시콘텐츠를 기획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지점이 있다면.

전시 기획을 시작할 때, 딱 어떤 것을 목표로 하고 시작하진 않는다. 처음 《반 고흐가 사랑한 우키요에》 전시를 기획했을 때처럼, 일상 속에서 내게 다가오는 것들에 감응하면서 전시를 구상한다. 그렇다보니,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나 주제들이 전시 기획에 투영돼서 나타나는 것 같다.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시 역시, 최근에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 내게 큰 이슈였는데 그 과정 속에서 기획이 완성될 수 있었다.

콘텐츠를 끌어갈 수 있는 중심이 되는 주제를 찾고 나면, 전시 컨셉이나 방향은 빠르게 선정되는 것 같다. 대중과 함께 어우러지는 전시인 만큼,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그리고 전시의 전체적인 기획과 맞닿아 있는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정해서 전시를 구성했다.

▲하남문화재단 《서양미술사 속 99개의 손》 전시 전경
▲하남문화재단 《서양미술사 속 99개의 손》 전시 전경 (사진= 비토아트컨설팅 제공)

모두 주제를 가진 전시 콘텐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레플리카’ 전시다. 사실 ‘명화 레플리카’ 전시에선 미디어아트나 디지털적 요소의 결합이 트렌드다. 그런데, 굳이 아날로그 적으로 ‘회화 레플리카’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나는 회화가 아주 강력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인간의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VR, AR 등 확장의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회화는 기술이 할 수 없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하는 행위는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처음, 가장 본능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회화가 인간과 가장 가깝고 인간을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매체라고 봤다. 또한 명화 화가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나치는 것을 실제로 목격한 자들이며, 붓과 캔버스를 통해 그 감동을 그대로 증명해낸 자들이다.

음악의 역사 속에서도 보면, 신고전주의 스타일을 고수한 스트라빈스키와 조성을 버리고 12음 기법을 고안한 쇤베르크와의 사이에도 진보와 퇴보 사이에서 팽팽한 논쟁이 있었다. 스트라빈스키에게 사람들이 왜 시대에 뒤떨어지는 음악을 하느냐 물었을 때, 스트라빈스키는 ‘나는 현대 음악에 지쳤고, 현대 음악을 하다 보니, 다시 기본의 음악을 찾게 됐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현재 미디어아트를 하고 계신 분들과는 또 다른 관점이겠지만, 나는 그 스트라빈스키의 마음이 내가 회화를 다루고 있는 마음과 같다고 느낀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피력한 “다시, 회화이다”의 의미도 이것과 결을 같이한다고 본다. 더 다양하고 풍성한 것을 접할수록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더욱 고민하게 된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수영 비토아트컨설팅 대표 ⓒ김재성 사진기자

‘레플리카’ 작품 전시 등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가. 대중이 원화를 더 선호하진 않는가?

국내에서 ‘레플리카’에 대한 이미지가 좋진 않았다. 특히 내가 기획을 막 시작했던 2017년도 쯤 문예회관 등 기관에선 ‘레플리카’ 콘텐츠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더 이미지가 좋아져서, 지금은 부정적인 견해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내가 기획한 콘텐츠들은 해외에서 이미 미술관 순례 여행을 하고 온 분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해외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거나 작품 안에 저런 디테일한 요소들이 모두 담겨 있었느냐며 감탄하곤 한다. 내가 실제 전시장에 상근을 하고 있진 않아서, 기관 관계자나 현장 직원들에게 전달받은 이야기들이다.

전시를 해설과 함께 접한 경우에는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를 접할 수 있고, 작품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들도 있었다. 그리고 원화였다면 절대로 한 곳에서 다 볼 수 없는 작품들을 집약적으로 접해볼 수 있다는 것도, ‘레플리카’ 전시만의 특장점이라고 본다.

나도 전시를 준비하면서, 명화 작품들을 모두 다 면밀하게 다시 살피는 과정을 거쳤다. 책 안에서만 보았던 작품을 레플리카로 크게 확대해서 작품 이곳저곳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명화로 칭송받는 작품들이 왜 명화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 경험을 했다. 정말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아 숨 쉬는 작품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원화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레플리카’ 이기에 가능한 지점들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향수 등 아트상품도 출시해서 관객들이 가까이에서 미술 작품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며, 향유하도록 하고 싶다.

▲세종시문화재단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도슨트 프로그램 현장 (사진=비토아트컨설팅 제공)

올 하반기, 내년에 예정된 전시 계획이 있는가.

10월에 영주문화관광재단에서 《15가지 열쇠로 여는 그리스로마 신화》 전시가 있었고, 11월 현재 제주아트센터에서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진행 중이다. 내년 전시는 연말에 전시 시기가 확정될 듯하다.

앞으로 어떤 전시 기획자가 되고 싶은가.

나 또한 내가 기획한 전시콘텐츠에 대해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만들어 나갔다. 현재 가장 큰 목표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전시 콘텐츠에 좀 더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다. 언제나 가장 바닥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려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 최근의 고민은 전시를 관람하러 오는 관람객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그런 부분을 어떻게 더 잘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전시 콘텐츠들을 좀 더 보완하고, 더욱 밀도 있게 구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 중에는 전시장에서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감사할 따름이다. 어떻게 보면 익숙할 수 있는 명화 작품들을, 전시를 통해서 새롭게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감상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 이전과는 다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면, 참 좋은 전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남녀노소가리지 않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관람객들에게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각각의 의미를 전하는 전시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