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주목한 불교미술…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여성’에 주목한 불교미술…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 김연신 기자
  • 승인 2024.04.12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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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호암미술관
불교미술 걸작품 92건…전 세계 27개 컬렉션에서 출품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세계 최초로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여성’이란 관점에서 조망한 전시가 열렸다.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은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오는 6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2부 2섹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2부 2섹션)

이번 전시는 지난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이후 재개관한 호암미술관의 첫 고미술 기획전으로,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들의 번뇌와 염원, 공헌을 세계 최초로 본격 조망하고자 한다.

전시 제목인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Unsullied, Like a Lotus in Mud) 은 『숫타니파타』(석가모니부처의 말씀을 모아 놓은 최초의 불교 경전)에서 인용한 문구로, 불교를 신앙하고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들을 진흙에서 피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연꽃’에 비유했다.

기원후 1세기경 부처의 가르침이 동아시아로 전해진 이래, 여성은 불교를 지탱한 옹호자이자 불교미술의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기여해왔다. 당시의 여성들은 불교를 통해 소원을 세우고 이뤄가는 성취감과 이로 인해 쌓은 공덕을 타인에게 돌리는 고귀한 기쁨을 알아 갔다. 전시는 진흙 에서 피어난 청정한 연꽃처럼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기로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을 조명한다. 

▲아미타여래이십오보살내영도, 나라국립박물관 소장
▲아미타여래이십오보살내영도, 나라국립박물관 소장

이를 위해 전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불화, 불상, 사경과 나전경함,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귀중한 불교미술 걸작품 92건(한국미술 48건, 중국미술 19건, 일본미술 25건)을  한 자리에 모았다. 

출품작 중 한국에서는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 기증품’ 9건을 포함한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개의 소장처에서 국보 1건,  보물 10건, 시지정문화재 1건 등 40건을 선보인다. 

해외에서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의 4개 기관, 영국박물관 등 유럽의 3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의 11개 소장처에서 대여한 일본 중요문화재 1건, 중요미술품 1건, 현지정문화재 1건 등 52건을 전시한다.   

전시 작품 중에 〈금동 관음보살 입상〉,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수월관음보살도〉 등 9건을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또한 해외에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석가모니 일생의 주요 장면을 그린 그림) 세트의 일부인 〈석가탄생도〉(일본 혼가쿠지)와 〈석가출가도〉(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를 세계 최초로 한 자리에서 전시한다. 아울러 〈석가여래삼존도〉(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47건의 작품을 한국에서 처음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