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판소리 ‘수궁가’에 시대적 통찰을 담아 감각적으로 재탄생한 인천시립무용단의 <Water Castle – 토끼탈출기>가 내달 6일과 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2022년 초연과 23년 재연을 거쳐 더욱 탄탄해진 춤으로 돌아온 이번 작품은 고난도의 테크닉과 묵직한 추진력이 돋보이는군무, 스타일과 개성이 확연한 주역의 캐릭터 연기, 시대적 공감을 견인하는 원전의 과감한 재해석을 통해 별주부의 이야기는 워터캐슬의 토끼탈출기로 현대의 관객과 조우한다. <Water Castle – 토끼탈출기> 삼연은 주역 캐스트 김기범의 합류와 영상이 더해진 시노그라피로 국립극장 무대를 채운다.
수궁가의 별주부가 용궁이 아닌 주식회사 ‘워터캐슬’의 말단 직원이라면, 이야기는 어떻게 달라질까? 무능한 CEO 용왕과 말만 앞세우는 중역들, 불가능한 임무를 맡은 사원 자라, 이 사이에서 MZ세대 토끼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세상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효와 충을 내세우던 고전에서 약육강식·각자도생을 읽어내며 시대적 공감을 견인하는 새로운 이야기로 재해석, 오늘날의 관객을 만난다.
수궁은 철저한 계급사회로 정치판의 권력다툼이 펼쳐진다. 그러나 토끼가 사는 산 속 역시 약육강식이 지배하며 결코 녹록하지 않다. 고전 우화 속 세상이나 대한민국의 삶이나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수궁가 속 이야기가 현대의 대한민국을 비추는 잔혹동화로 거듭나는 것이다. 모두가 꺼리는 업무에 휘말린 ‘워터캐슬’의 말단 직원 별주부, 신분상승을 꿈꾸는 토끼, 일신의 안위를 위해 토끼의 간까지 노리는 용왕 등 속물적 욕망과 이기심으로 물든 캐릭터를 통해 원전을 재해석하는 동시에 작금의 세태를 돌아보게 한다.
국립무용단 예술감독과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초대 이사장 등을 거치며 <묵향>, <제의> 등의 작품을 선보였던 안무가인 윤성주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무용극 형식의 계보 속에서 오늘날의 무용극이란 무엇인지 제시한다. 윤 감독은 “글로벌 탑텐시티 인천의 예술분야는 인천시립무용단이 가장 먼저 정상에 설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어 “인천시립무용단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단원들의 놀라운 춤연기가 강점인 단체이다. 여기에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발표해 온 현대적 테크닉이 더해진 작품들을 거치며 단원들의 춤 언어가 넓고 깊게 확장됐다. 준비된 단원들과 함께 한국춤의 큰 줄기였던 무용극을 새롭게 제시하여 그 역사를 이어가고 싶다”라고 전했다.
안무자 윤성주는 하나의 인물이 가진 다층적 성격과 상황 속에서 끝없이 변하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통해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존재들을 그리며, 우화를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재미있게 풀어보는 동시에 현실을 깨우치라는 종용을 더했다. 육중한 테이블이 20미터 대극장을 종횡하며 펼치는 스펙터클, 무용수들의 강렬한 움직임은 이번 작품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되 결코 가벼운 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회색 수트를 입은 직장인으로 그려지는 용궁의 만조백관들, 커다란 테이블과 함께 역동적이고 정교한 현대적 움직임을 통해 파격적으로 표현한 어전회의등의 장면은 현 시대의 감각을 자극한다.
한편, 1981년 창단 이래 한국 전통무용의 전승 및 이 시대의 춤 창작 활성화를 목표로 달려온 인천시립무용단은 전통과 창작을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제9대 윤성주 예술감독과 함께 만들어낸 <만찬 – 진, 오귀>, <담청>, <비가>등의 창작 대작과 다채로운 기획공연, 춤축제 <춤추는 도시 인천> 등으로 관객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서는 무용단으로서 완성도 있는 작품, 폭넓은 활동으로 한국춤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외교부 선정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단체로 5년 연속 선정돼, 미국한인이주 100주년, 120주년 기념 하와이 공연을 비롯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칠레, 에콰도르, 캐나다, 독일 등에서의 공연으로 미주, 유럽,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아우르는 해외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시립무용단의 <Water Castle – 토끼탈출기>은 오는 12월 6일 오후 7시 30분과 7일 오후 4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예매문의 032-420-2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