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31,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쿠라, 유시프 에이바조프, 브라이언 제이드, 아스믹 그리고리안, 마리아 굴레기나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참여로 시작 전부터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Again 2024 Turandot)>가 다가오는 연말,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는 푸치니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예술 총감독 박현준, 제작 총감독 조정필, 지휘 호세 쿠라를 비롯해 유시프 에이바조프, 줄리아나 그리고리안, 다리아 마시에로, 무라트 칸 구분, 자코모 메디치, 한명원, 김성진, 김상진 등이 참석했다.
‘투란도트’는 고대 전설시대 중국을 배경으로 공주 투란도트와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를 그린 3막 오페라다. 자신과 결혼하려는 사람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이를 못 맞추면 죽이는 공주 투란도트 앞에 칼라프 왕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따라간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자코모 푸치니의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단 4일간 1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야외 오페라의 신드롬을 이룬 박현준 예술 총감독이 21년만에 제작하는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마리아 굴레기나(Maria Guleghina), 유시프 에이바조프(Uysif Eyvazov), 아스믹 그리고리안(Asmik Grigorian) 등 이념과 국적을 떠난 다양한 예술가가 출연한다.
아울러,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투란도트‘ 뉴 프로덕션의 연출을 맡은 다비데 리베모어가 이번 공연의 연출자로도 나선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 파올로 카리냐니와 아르헨티나 성악가 출신 오페라 지휘자인 호세 쿠라가 공동으로 지휘는 맡는다. 라 스칼라, 아레나 디 베로나를 아우르는 디자인 그룹 지오 포르마가 무대 디자인을 담당한다.
호세 쿠라는 “테너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지휘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함께 선보이게 됐다. 지금껏 40년의 공연, 3천 회에 가까운 무대에 오르며 노래했고 이제는 지휘라는 또 다른 경험을 하고자 한다”라며 “총 10번의 공연 중 4회 공연의 지휘를 맡게 됐는데, 한국 관객들이 넓은 공연장에 최대한 많이 와서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박현준 예술 총감독은 “무대는 실내오페라 사상 가장 큰 규모의 건설 무대로 황금 성전을 건축했다. 무대 연출 등 여러 기법을 동원해 한국 공연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에게 이 세계적인 음악과 문화를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이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팝처럼 K오페라를 이번 공연을 통해 각인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이 ‘최근 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라고 소개한 리우 역의 줄리아나 그리고리안은 “한 달간 공연한 적도 있기 때문에, 10일이라는 공연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한국에서 무대를 처음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쁘다. 특히, 유능한 뮤지션, 오케스트라와 함께 팀을 이뤄 영광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 좋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길 기원한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에 첫 번째로 캐스팅된 칼라프 역의 유시프 에이바조프는 “줄리아나가 말한 것처럼 공연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동료 팀원들과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모두 완벽하기 때문에 준비에 대한 걱정은 없다”라며 “이번이 한국에서의 네 번째 공연인데, 음식도 맛있고 좋은 점이 많지만 가장 기쁜 것은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들의 뜨거운 박수와 호응을 다시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국내 출연자로는 리우 역에 박미혜 교수가 나선다. 아울러 바리톤 한명원, 테너 김성진, 테너 김상진이 오페라 이야기를 끌어가는 핑, 팡, 퐁 역할을 맡는다.
‘핑’ 역을 맡은 바리톤 한명원은 “리우 역의 다리아 마시에로와 15년 전부터 이탈리아, 오만, 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투란도트’ 무대를 함께했다. 동양을 배경으로 하는 ‘투란도트’의 특성상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이 주어졌던 것 같다. 그만큼 (투란도트의 핑 역을) 많이 소화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팡’ 역의 테너 김성진은 “팡 역은 프로덕션만 7~8번, 공연 횟수로는 100번 가까이 맡았다”라며 “대학생이었던 2003년, 상암에서 ‘투란도트’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는데, 약 20년 후 이렇게 큰 공연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퐁’ 역의 테너 김상진은 “18년 전 (투란도트에서) 어린이 합창단으로 무대에 올랐는데, 그간 많이 배워 퐁 역할로 참여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라며 “오페라 역사상 기념비적인 공연이 될 거라 확신한다. 주역 출연진뿐만 아니라 합창단까지 모두 함께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리우 역을 맡은 도나타 롬바르디는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의 중요한 해이다. 그리고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작품이다”라며 “훌륭한 캐스트와 창작진들이 만들어갈 무대가 정말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 및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어지러운 시국 속 공연 진행과 관련해 박 감독은 “티켓 판매가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해당 이슈로 인한 취소 요청은 없어, 차질 없이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많은 관객들이 오페라를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페라 제작자들의 책임감과 작품의 완성도 문제도 있다고 본다”라며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한국 공연의 힘, 무대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매년 이곳에서 페스티벌 형태의 오페라를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