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따뜻하고 소박한 시편들로 사랑받는 나태주시인의 시를 그림으로 만나보는 건 어떨까. 오늘(18일)부터 내달 10일까지 갤러리서림에서 《제38회 詩가 있는 그림展: 나태주의 시와 함께》가 개최된다.
갤러리서림은 1987년부터 해마다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열어 왔다. 올해는 나태주시인의 시를 11분의 화가분들이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로 형상화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팔순을 맞은 나태주 시인에게 올리는 축하와 축원의 뜻으로 기획됐다. 서울, 수원, 안성, 광주, 여수, 강릉 등 전국 여러 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들이 참여했다.
서양화가 윤형재는 점, 선, 면 빛의 세계를 독특한 형태로 재해석하여 자연과 인간의 감성을 미래적 언어로 캔버스에서 재현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태주시인의 대표작 풀꽃 시리즈를 그렸다.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이미지로 시의 따뜻하고 소박한 감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강종렬 작가는 고향인 여수라는 공간의 특색을 살려 동백꽃의 강인하고 열정적인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 동백꽃화가로 불리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태주시인의 시 동백을 겨울 눈보라를 이겨내고 통곡처럼 붉게 피어난 설동백으로 ‘꽃을 그리는 것이 아나라 우리 민족의 정신을 그린다’는 작가 특유의 강렬하고 깊은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다.
김일해 작가는 탄탄한 필치와 ‘색상의 묘사를 넘어 영혼을 그린다’는 뛰어난 묘사력으로 구상회화의 격을 높이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 ‘봄의 사람’을 시공을 뛰어넘는 깊은 사랑을 따뜻하고 화사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정경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등의 저서를 출간한 문학작가이기도 한 황주리 작가는 평소 애송하는 시 '꽃들아 안녕!'을 그려냈다. 꽃들에게 바치는 송가로, 꽃송이와 나비, 생일케잌, 마주 잡은 손, 바이올린 선율 등을 소재로 작가 특유의 작품세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셍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심취해 동화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제작해온 정일 작가는 평소에 애송하던 나태주시인의 '꽃이 되어 새가 되어'를 잔잔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표현한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꽃과 새가 되어 전하는 연인의 마음을 작가 특유의 환상적인 이미지로 감상할 수 있다.
자폐아와 함께하는 전시회, 유니세프 등 많은 자선전시회를 열고 있는 안윤모 작가는 작품 속에 동물을 의인화해 동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세계를 연출한다. 시 '겨울행'을 인생의 겨울을 맞아 오히려 호젓한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는 시인의 마음으로 표현한다.
색면추상화로 유명한 이명숙 작가는 시편 아침을 자연과 우주의 교감을 통한 희망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표현했다. 특유의 오방색으로 현대적인 분위기와 한국적인 정서가 함께 잘 나타나있다. 평면 위에 입체 작업을 하는 황은화 작가는 시 ‘옛날찻집’을 통해 지난 추억과 아련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김재성 작가는 옷핀으로 작업을 하시는 작가로 알려져있다. 나태주선생님의 시 ‘꽃’을 여러형태의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표현했다.
최종용 작가는 홍익대학교 졸업후 강릉원주대학교등에 출강, 강원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를 맡는등 강릉에서 활발한 작업 활동을 하고있다. 나태주 시인의 ‘바다’를 모래사장과 바다의 파도가 겹치는 부분을 섬세하면서 감성적으로 표현했다. 권다님 작가는 나태주 시인의 시 ‘행복’을 집, 산, 나무, 화분, 찻잔, 독서, 물감등 일상의 잔잔한 풍경으로 그려냈다.
갤러리서림 관계자는 "시가 있는 그림전은 매년 화가와 시인이 만나는 아름다운 자리가 되어 풍요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조그마한 힘을 보태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시 작품들은 다음해 '시가 있는 그림달력'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전시 작품은 블로그(https://blog.naver.com/evenart)에서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시가 있는 그림전'은 평소 화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재구성한 전시로, 지금까지 588편의 시를 123분의 화가들이 작품으로 제작해왔다. 이 방법은 갤러리서림(당시 서림화랑)이 1987년 최초로 기획, 시도했으며 최근에는 많은 화가들이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