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인들 단합해 새 극장시스템 마련하고 공립과 민간 상생해야
오페라인들 단합해 새 극장시스템 마련하고 공립과 민간 상생해야
  • 정호연 기자
  • 승인 2017.11.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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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국립오페라단장 공론화가 첫 단추

내년 한국오페라 70주년을 앞두고 지난 17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손수연 평론가의 사회로 오페라 심포지엄이 열렸다. 오페라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장정숙 의원실이 주관한 행사에는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의 환영사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날 참석자들이 제기한 발제문의 요약을 싣는다<편집부>

▲지난 17일 열린 오페라 심포지엄

한국 오페라의 오늘의 반성과 내일의 기대- (박수길, 前 국립오페라단장)

​한국의 오페라는 70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역사 속에서 몇몇 공연은 세계무대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 높은 공연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공연의 과정은 초창기 오페라단들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란 이름이 붙은 극장이 전국에 3개 극장밖에 없지만 120여개가 넘는 오페라단이 존재한다. 이만큼 열정을 바치는 오페라인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성할 점은 학연이나 친분관계를 떠난 공정한 캐스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공연은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만다. 얼마의 표를 소화한다면 캐스팅을 해 주겠다는 제안이 있다면 고쳐져야 한다. 

▲박수길 前 국립오페라단장

또 최근의 공연들이 지휘자, 연출가, 및 스텝, 그리고 몇 주요 배역에 외국인 음악가들을 초청하는 사례가 많다. 초청하는 음악가들이 한국의 오페라 전문음악인 보다 월등히 뛰어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크게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음악가의 이름이 포스터에 올라 있어야 관객들이 입장권을 산다는 그릇된 관행은 빨리 시정되어야한다.

후원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이나 또는 개인이 한국의 순수 예술발전을 위해서 공연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순수 예술문화는 몇 사람의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많은 애호가들, 즉 후원자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순수 음악문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대중음악에 비해 자생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문화정책자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께서도 순수음악문화를 발전에 대해 연구를 깊이 있게 해야한다.

국공립오페라단과 민간오페라단의 역할과 지방오페라단의 발전 방향 -(탁계석, 음악평론가)

오페라가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오페라’만 들어오고 ‘시스템’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극장’은 없고 딸랑 ‘명함’ 과 사무실이면 오페라단이 되는 특이한 존재 방식이다. 국립이 곧 국가를 대표하는 단체가 되고 리더십을 가지려면 선진국처럼 정상적인 오페라극장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근자에 제기되고 있는 예술의전당 ‘흡수론’이 있지만 본질을 바르게 짚어 설정하는 작업에 국립 스스로가 할 수 없다면 (가칭)‘국립오페라극장 시스템화를 위한 위원회’를 민간 베이스에서 만들어 정부의 의지를 끌어내는 노력이 결집되어야 할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의 국립오페라단의 방황은 人事(인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직도 그 후유증이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국립오페라단장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문체부는 정책의 큰 틀에서의 방향을 정해주고 합리적인 조율, 조정자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해서 예술인의 총체적 역량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해줄 때도 되었다고 본다.

▲탁계석 음악평론가

경영과 예술감독 이원화도 필요하다. 현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결과 국립오페라는 시행착오와 불신만을 키워왔다. 문화계가 환영으로 맞은 예술 마인드의 도종환 문체부장관에게 오페라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제대로의 정보와 방향이 주어졌으면 한다.

일 할 줄 아는 사람은 이래서 저래서 안되며, '카더라' 식 인물 검색을 하다보면 일도 능력보다는 흠집없는 인선이 전부가 될 수 있다. 자신감만으로 오페라를 하기엔 예전 국립극장 시절과 달리 규모가 커졌고 요구도 많아졌다. 단장 (경영)과 예술감독(제작)의 기능이 二元化(이원화) 되어야 한다. 이 둘을 다하려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안되는 것이다. 전임 단장들에게서 확연하게 나타나지 않았는가.

또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 대구 역시 한 때에 시립오페라단, 오페라하우스, 축제조직위원회 등 이원화된 구조로 갈등을 겪었고 법인화가 말끔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오페라하우스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앞으로 지방정부 시대 분권화에서 오페라가 누구에게나 향수될 수 있기 위해서 문화재단, 시립합창단 등이 민간오페라단을 안고 갔으면 한다.

창작 오페라 세계화를 위한 과제와 전망- (장수동, 오페라 7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

오페라가 세계적인 음악장르로 존재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보편적인 소재를 다룬다는 사실이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자주적 주장도 일리는 있으나 한국오페라가 세계화 되려면 소재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오페라작곡가들이 극복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우리 것’이라는 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장수동 오페라 7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

창작오페라 70년 역사 속에 오페라 소재의 대부분이 <춘향전>,<심청전>,<옹고집> 등의 고전이거나 안중근, 김구, 안창호, 박상진 등 애국지 사들의 영웅적 스토리 등에 매달린 것이 사실이다. 어느 경우는 지방정부의 정체성을 위해 제작된 창작오페라도 있다. 소재의 자유로운 다양성이 새로운 창작오페라의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재해석한 창작오페라, 하이퍼리얼 리즘 계열의 남미 소설, 아프리카 이야기, SF나 미래소설이면 어떠랴? 소재의 자유로움이 한국오페라의 세계화와 참신한 작곡가의 발굴을 위한 선결조건이다.

그동안 한국오페라계는 ‘나가는 세계화’ 보다는 ‘데려오는 세계화’에 더더욱 세계화 구호를 높여 왔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이미 세계화된 상품이라 팔기 용이하기도 하고 또한 관객 접근성이 높고 공연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수입해 온 대부 분의 오페라 공연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오페라 초기에는 주로 선진 외국오페라를 받아들 이기 위해 그랬고 1970년대, 세종문화회관 개관을 즈음하여 영국 로얄오페라단, 볼쇼이오페 라단 내한공연 등은 오페라 문화를 이 땅에 심고자 하는 뜻에서 신문 매체 등이 앞장서서 펼친 긍정적인 문화사업이었고 서울올림픽시 라스칼라 극장의 <투란도트> 공연 등은 올림 픽을 통한 세계인이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받아들였던 경우였고 오랫동안 금지되었던 러시 아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시켜 준 키로프오페라단의 공연 또한 그와 비슷한 문화 현상 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장사 속 세계화 즉 ‘데려오는 세계화’가 주류를 이루는 게 아닌가? 허명(虛名)뿐인 외국오페라단과의 합동제작 공연이 준 실망감이 바로 그것이다. ‘국제’ 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벌이는 오페라 축제 관계자들, 외국공연물을 가져와 자체 오페 라단 공연이라고 버젓이 붙이는 일부 오페라단들에 의해 한국오페라의 자생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공공극장과의 네트워킹 체제의 구축은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대구오페라하우스 등의 극장들이 뮤지컬이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오랜 극장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는 뮤지컬은 자체 상업극장에서 장기공연 되고 있다. 브로드웨이가 그렇고 웨스트엔드가 그렇다.

오페라단과 극장과의 네트워킹, 극장을 중심으로 중앙과 지역 간의 오페라 교류, 극장과의 지역적 문화 특색을 살린 창작오페라의 공동개발 등 오페라콘텐츠 공동 추진 등 창작오페라 공연의 실질적 확대를 위한 여러 조치가 이루어져야만 일과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창작오페라 공연으로 작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위해 국립오페라단은 한국 창작오페라의 세계화 전초 기지로, 서울시오페라단과 광주 광역 시립오페라단은 시민을 위한 창작오페라 저변 확대의 발신지로, 민간오페라단은 선의의 경쟁 속에서 창작오페라를 가꾸는 공급지 그리고 각 도시의 예술의전당이나 문예회관들은 한국오 페라의 문화장터가 되어야 한다.

새가 좌우 날개로 비상하듯이 국•시립오페라단과 민간오페라단이 역할을 분담하여 협력한다면 창작오페라의 세계화의 길이 보이리라 확신한다

한국소극장오페라운동의 현황과 나아갈 길-(최지형,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이사장)

소극장오페라로 따로 작곡된 오페라는 매우 적다. 따라서 소극장오페라는 작은 무대와 적은 객석 수에 적합한 오페라를 선정하여 새로운 표현 양식과 공연 형식으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

지난 19년간 소극장 오페라 축제를 통하여 다양한 오페라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많은 ‘창작 오페라’들이 빛을 보게 되었고 또한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던 외국의 ‘국내 초연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앞으로도 소극장오페라 축제를 통하여 이런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하여 다시 무대에 올림으로써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신인 예술가에게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신인 예술가를 육성하고 발탁할 수 있다. 오페라의 작품성을 통해 ‘양질의 오페라’를 보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지형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이사장

따라서 국공립 오페라 단체들과 연계한 전국적인 규모의 소극장오페라운동 활성화되어야 한다. 국립오페라단이나 서울시오페라단, 대구오페라하우스, 광주시립오페라단 등의 국공립 단체들이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등의 민간단체들과 연계하여 전국적인 규모의 소극장오페라운동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오페라는 무대제작비, 의상제작비 등의 제작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국공립 오페라단들, 민간 오페라단들이 많은 예산을 들여 제작한 공연은 대부분 일회성 공연에 그친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연장에는 공연 컨텐츠가 턱없이 부족하여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은 전국의 공연장들 활용성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오페라 창작 산실 사업’과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와 국립오페라단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오페라’ 프로그램을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소극장오페라축제’에 참가한 작품 가운데 ‘창작 오페라’와 ‘우수 작품’을 선정하여 전국의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각 주관 단체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발생하는 많은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뿐더러 ‘검증된 오페라’, ‘양질의 오페라’를 전국의 공연장에 보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서울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체부가 주관하는 공연예술지원사업에서 한국소극장오페라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행사를 주관한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가운데)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는 19년을 지속해온 우리나라의 명실상부한 오페라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1~3억원 규모로 지원하는 ‘대표예술축제’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못하고 3000~4000만원의 지원을 하는 ‘우수예술축제’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다. ‘한국소극장오페라운동’의 역사와 규모, 그리고 그 중요성과 가치를 감안한다면 매우 부족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